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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7. (수)

내국세

국세청, 역외탈세로 환율 상승 부추긴 53명에 칼 뺐다

환율방어 수단 외화자금 빼돌린 법인 대표·다국적기업 '정조준'

사업구조 개편 위장 등 지능적 수법 동원…국부유출 구조 고착화

최근 3년간 역외탈세 조사로 4조149억원 과세…동시조사로 1조6천억 추징

 

오호선 조사국장 “역외탈세는 반사회적 위법행위…끝까지 추적 과세”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불안정한 상황임에도, 국부유출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원화가치 하락을 부추켜 온 53명의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가 전격 착수됐다.

 

이들은 기존 역외거래의 은밀성에 기반한 탈세수법과 달리, 사업구조를 실질과 다르게 꾸며놓고 탈세거래를 정상거래로 위장하면서 국부유출 구조를 고착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23일 실질과 다르게 사업구조를 꾸며놓고 내국법인의 자금 또는 소득을 국외 이전(국내→국외)하거나, 국내 반입돼야 할 소득을 해외 현지에서 빼돌리면서(국외→국내) 외화자금을 지속적으로 유출한 역외탈세자 혐의자 53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역외탈세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는 유형은 △법인의 외화자금 유출 및 사적사용(24명)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인 무형자산 부당 이전(16명) △다국적기업의 국내이익 편법 반출(13명) 등 3가지 다.

 

가장 많은 조사대상자가 선정된 법인 외화자금 유출 및 사적사용 혐의자들은 자본·용역거래가 수출입 통관내역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해외 투자·외주 명목으로 외화자금을 불법 반출하거나 해외 매출을 미신고한 의심을 받고 있다.

 

 

이들은 자본거래를 통해 현지법인 투자 명목으로 송금한 자금을 회사 운영·청산 과정에서 미회수하거나, 국외 차명주주의 주식을 취득하기 위해 자금을 반출한 후 사주가 사적으로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매입거래과정에선 사업기능이 없는 해외 중간지주사나 용역수행 능력이 없는 현지법인에 가공의 용역을 외주(off-shoring)하는 방식으로 외화자금을 해외로 유출한 혐의가 확인됐다.

 

매출거래를 통해 법인의 해외용역수행 대가를 사주가 수익적 소유자인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받는 방식으로 소득을 상습누락하고, 사주일가의 해외체재비와 사치품 구매·도박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다.

 

기업의 경쟁력과 부가가치의 원천인 무형자산을 지키려는 일반적인 기업과 달리, 국내 무형자산의 소유권이나 사용권을 정당한 대가 없이 국외특수관계자에게 제공한 16명도 이번 역외탈세 조사대상에 올랐다.

 

 

이들은 내국법인이 개발한 무형자산을 적정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국외특수관계자 명의로 등록하고 사용료 수익을 가로채거나 가상자산과 관련해 내국법인이 개발을 주도했음에도 페이퍼컴퍼니가 소유자로 발행이익을 독점한 의혹이 포착됐다.

 

이와 함께 현지법인에 원천기술을 무상 제공하며 이익을 나눈 후에 현지법인을 사주 자녀의 경영권 승계에 이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일부 다국적기업이 시장지배력을 통해 국내소비자들로부터 받은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세법과 조약상 적정한 이익을 국내자회사에 남기지 않고 국외로 반출한 13명도 조사대상에 선정됐다.

 

 

조사선상에 오른 다국적기업의 모 국내자회사는 코로나19 특수로 매출이 늘어나자, 해외 모회사로부터 수입하는 원재료·제품을 고가로 매입하거나, 자체 생산한 제품을 국내 판매하는 가격보다 해외 모회사에 저가로 판매했으며, 해외 모회사는 국내 유보이익을 배당으로 가져가면서 계획적으로 제한세율이 낮은 조세조약을 부당 적용하는 수법으로 과세를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일부 다국적기업은 형식적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모회사가 국내 자회사로부터 얻은 소득유형을 실질과 다르게 위장(사용료 소득→사업소득)해 과세를 회피한 사례도 확인됐다.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은 “기업과 정부가 복합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힘쓰고 있음에도 이번 조사대상에 선정된 기업과 사주는 반사회적인 역외탈세로 환율안정 방어수단인 외화자금을 빼돌리며 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오 조사국장은 “역외탈세는 세수 일실과 공정성 훼손에 그치지 않고 국부가 부당유출되고 과세주권이 침해되는 반사회적인 위법행위”라고 강조하며 “이번 역외탈세조사에서 조세포탈행위가 확인되면 범칙조사를 통해 고발조치하는 등 지능적·반사회적 역외탈세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역량을 계속 집중해 과세주권을 지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이번 역외탈세 조사에서 외환송금 내역·수출입 통관자료·해외투자명세 등을 철저히 검증할 계획으로, 세법과 조세조약에 따라 법인사주를 비롯해 관련인들까지 포렌식·금융거래조사·과세당국간 정보교환 등을 통해 끝까지 추적해 과세할 방침이다.

 

한편 국세청은 역외탈세 대응을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역외정보를 상시 수집하면서 파급력을 높이기 위해 동시조사를 실시 중으로, 최근 3년간 역외탈세를 통해 4조149억원을 추징한 가운데 동시조사를 통해 총 1조6천559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조사 실적 가운데 세목별 추징세액은 법인세 1조736억원, 부가세 4천458억원, 소득세 697억원, 증여세 494억원 순으로, 부가세 추징이 많은 배경에는 국내사업장을 은닉한 다국적기업의 탈세에 적극 대응해 미신고 과세기간 동안 해당 사업장에서 이뤄진 전체 거래에 대해 부가세를 과세한데서 연유한다.

 

또한 동시조사를 통한 업종별 추징실적으로는 서비스업 9천738억원, 제조업 4천952억원, 도·소매업 861억원 순으로, 서비스업의 추징실적이 높은 배경에는 수출입통관이 확인되는 재화거래 보다 실체를 숨기기 용이해 역외탈세에 이용될 개연성이 높은 용역거래 등에 국세청 세무조사 역량이 집중된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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