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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9. (금)

내국세

"합격했는데 포기도"…국세청 임기제 납세자보호실장 '빛 좋은 개살구' 전락

지난 2015년 변호·회계·세무사 등 전문자격사에 개방

2월말 기준 40곳 중 23곳 빈자리…대구·부산청 모두 공석

최근 2년간 개방한 6개 세무서 채용실적 '0건'

수영세무서 2년7개월째 장기 공석

 

박봉에 응모 적고 이직도 잦아…장기간 공석에 업무공백 커 

전문자격사 주 활동 무대 '서울'인 점도 한계

국세청, 전문자격사단체 홍보·본청 주관 공모 등 추진 예정 

 

국세청이 외부 공모를 통해 일선 세무서 납세자보호실장 직위 40곳을 민간전문가로 충원 중이나, 2월 말 현재 임기제 납보실장을 운영하는 세무서 가운데 23곳이 공석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기제 납보실장의 공석률이 과반을 넘어섬에 따라 해당 제도를 운영 중인 세무서 납세자보호실의 업무공백이 장기화되고, 부서 직원들은 업무부담이 가중되는 등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점증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2015년 강남세무서 등 서울청 내 4개 세무서를 비롯해 중부청·인천청·부산청 각 1개 세무서 등 총 7개 세무서 납보실장을 경력경쟁채용방식의 일반임기제공무원으로 개방했다.

 

이후 文정부에서 세무서 납보실장을 전체 TO 대비 30% 이상 민간에 개방토록 국정과제로 채택함에 따라, 지난해 말 현재 전국 133개 세무서 가운데 1·2급지 세무서 40곳을 일반임기제로 운영 중이다.

 

 

세무서 납보실장은 납세자의 불복청구 및 과세전적부심사, 납세자보호위원회·권리보호요청제도 등 납세자 권익 보호에 관한 업무를 담당한다.

 

서류전형과 면접시험을 통해 선발되는 납보실장은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실무경력 3년 이상) 등 전문자격사에 한해 응시 자격이 부여되며, 채용시 최소 임기는 1년· 최장 5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현재 40곳의 임기제 납보실장 가운데 17명만 재직하고 있으며 나머지 23곳은 공모절차를 진행 중이다.

 

임기제 납보실장 직위를 매 연도 순차적으로 개방했음에도 2월 말 현재 전체 직위의 58%가 공석인 점은 국세청 인사 운영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방청별 납보실장 공석 사태를 살피면 더욱 처참한 수준이다.

 

서울청의 경우 임기제 납보실장을 운영하는 11곳 세무서 가운데, 강남세무서 단 한 곳만 공석인 데 비해 중부청은 8곳 중 4곳이 공석이다. 인천청은 5곳 중 4곳, 대전청은 3곳 가운데 2곳, 광주청은 4곳 가운데 2곳이 공모절차를 진행 중이다.

 

심지어 대구청과 부산청은 각각 3곳과 6곳에서 임기제 납보실장을 운영하고 있으나, 2월 말 현재까지 단 한 명도 채용하지 못한 채 공석으로 있다.

 

1·2급지 세무서만을 대상으로 임기제 납보실장을 운영 중임에도 서울청을 제외한 6개 지방청의 임용실적이 이처럼 부진한 데는 무엇보다 납보실장에 지원할 수 있는 전문자격사 상당수가 서울지역에서 집중적으로 활동하는 점을 꼽을 수 있다.

 

2월 말 현재 근무 중인 임기제 납보실장 17명의 전문자격사 유형은 변호사 10명, 세무사 7명으로, 회계사는 한 명도 없다.

 

한국세무사회 각 지방회 회원 현황<1월 말 기준>에 따르면, 개업회원 1만5천462명 가운데 서울회가 45%를 점유하는 등 회원 수가 가장 밀집돼 있으며, 중부회 16%, 부산회 12%, 인천회 10%, 대전·광주·대구회 각 5%로 집계됐다.

 

대한변호사협회 회원 현황<3월2일 기준>을 지방국세청 관할구역으로 재구성해 보면, 개업변호사 2만7천825명 가운데 서울회에 75%가 몰려 있으며, 경기북부·경기중앙·강원회 6%, 충북·대전회 3%, 부산·울산·경남·제주회 6%, 광주·전북회 3%, 대구회 및 인천회 각 2% 순이다.

 

중부청과 인천청은 물론, 대전청 이남지역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세무사 수가 많지 않은 탓에 임기제 납보실장을 공모해도 응모자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실제 전형 과정을 통과한 임용 후보자를 찾기도 힘들다.

 

이 때문에 수영세무서의 경우 지난 2020년 7월부터 올해 2월 말 현재까지 무려 2년7개월 동안 납보실장 공석 상황을 맞고 있으며, 김해세무서도 2년이 넘었다.

 

또한 지난 2021년 개방된 서대구·북부산세무서, 지난해 개방된 구리·천안·북광주·창원세무서 등은 개방 이후 단 한 명도 민간인 납보실장 채용실적이 없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공직문화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납세자 권익 업무에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임기제 납보실장 직위가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는 셈이다.

 

어렵사리 채용됐더라도 이들 납보실장의 평균 재직기간이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점은 더욱 큰 문제다.

 

국세청에 따르면, 공직 임용된 임기제 납보실장의 평균 재직기간은 1년9개월로 집계됐으며, 최장기간은 3년 6개월, 최단기간은 2개월이다.

 

심지어 지난 연말 합격자 공고가 난 청주세무서의 경우 합격자가 임용을 포기한 사례도 발생했다.

 

이런 잦은 이직의 배경으로는 전문자격사의 평균 연봉에 비해 현저히 낮은 국가임금 체계가 꼽힌다.

 

모집공고에 따르면, 6급인 임기제 납보실장의 연봉은 최소 3천778만4천원~최대 7천499만3천원 내외에서 책정된다. 최초 임용 시 최소 연봉에 근접해 수령하기에 전문자격사 평균연봉으로는 사실상 박봉 수준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선 세무서 한 관계자는 “평소 알고 지내던 변호사 출신 납보실장이 갑자기 그만둬 이유를 물으니, 조심스레 급여를 얘기했다”며 “자기 친구들과 비교해 절반도 되지 않은 급여만으론 도저히 생활할 수 없고, 집에도 얘기하기 창피해 결국 대형법률사무소를 택했다고 말했다”고 귀띔했다.

 

공모해도 좀처럼 오지 않고, 임용돼도 이직이 잦은 현상은 세무서 납보실 업무공백 장기화와 직원들의 업무 부담 가중으로 이어되고 있다.

 

모 세무서장은 “국세청 6급 이하 직원들의 전보 기간이 통상 2년인 점을 감안하면 임기제 납보실장 또한 최소 2년 이상의 재직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최소 1년 임기제로 계약했지만, 본인이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이직할 수 있고, 실제로도 2개월 만에 그만둔 사례가 있는 등 납보실장 공백에 따른 부서 직원들의 업무강도와 스트레스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전문자격사의 임기제 납보실장 응모를 늘리고, 임용 이후 업무공백을 막기 위해 장기재직을 유도하는 당근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편, 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실 관계자는 “전문자격사단체에 세무서 납보실장 제도를 적극 홍보해 나가겠다”고 응시율 제고 방안을 제시한 데 이어 “그동안 지방청 단위로 공모했던 납보실장 모집공고를 앞으로는 본청에서 일괄 공모하는 등 공백 사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해왔다.

 

이와 함께 “임용 이후에는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자긍심과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본·지방청·세무서간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적극 청취하고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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