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신청 97.4% 차지
올해 심의액 20조3천480억원…3조522억원 감면 전망
장혜영 "삼성전자·하이닉스 법인세율 최저한세 수준 될 것"
국가전략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상향하는 ‘K-칩스법’의 혜택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신청분의 98% 가량이 반도체 투자액이기 때문이다. 실적 부진으로 깎아줄 법인세가 없더라도 10년간 이월공제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세부담이 최저한세 수준으로 대다수 중소기업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3일 장혜영 의원(정의당)이 기획재정부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재부는 올해 9월까지 4차례에 걸쳐 총 42건, 32조4천75억원에 달하는 국가전략기술 시설·연구개발투자를 심의했다. 이 중 지난해 분은 12조595억원, 올해 분은 20조3천480억원으로 추정된다.
장혜영 의원은 이를 기반으로 ‘K-칩스법’에 따른 올해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감면액을 3조522억원으로 추산했다.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가 일몰 연장될 것으로 가정해 5년간 단순 계산하면 15조2천61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세법 개정에 따른 5년간 법인세 감면예상액 34조1천억원의 44.8%에 달하는 규모다.
공제율 6%가 적용되는 지난해분 세액공제액 추정규모인 7천236억원을 합치면 지난해와 올해분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세금감면 추정액은 3조7천758억원 규모다.
특히 세액공제액 대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쏠릴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전략기술 신청의 97.4%인 31조5천573억원이 반도체 투자액이기 때문이다. 2차전지 투자는 8천359억원(2.6%)에 그쳤으며, 디스플레이는 94억원, 백신은 49억원에 불과했다. 수소·미래형 이동수단·바이오의약품의 심의 신청건수는 없었다.
지난 5년간 삼성과 하이닉스가 낸 연간 법인세 평균 납부액은 8조9천450억원으로,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감면액 3조522억원은 이의 34.1%에 해당한다.
장혜영 의원은 이렇게 연간 3조원 규모의 세금 감면이 적용된다면 삼성과 하이닉스는 항상 최저한세 수준(17%)의 세금을 내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세법상 허용한 최대치의 감면이 적용된다는 의미다. 실적 부진으로 깎아줄 법인세가 없더라도 세법상 해당 감면액은 10년간 이월공제된다.
2~200억원 구간 법인세율이 19%인 점을 감안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는 법인세율이 대다수 중소기업보다도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기재부는 당초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추가감면 규모를 연간 1조원으로 추산했다. 장혜영 의원실이 추산한 실제 추가 감면 규모는 1조4천244억원에 이른다. 기재부 추계의 1.4배다.
다만 삼성과 하이닉스의 실제 감면 규모는 최저한세 적용 등으로 추산규모보다는 적고 기재부의 예상은 웃돌 것으로 예측했다.
장혜영 의원은 “반도체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현금이 많은 특정 기업에게 어차피 해야 하는 설비투자에 대해 이렇게 과도한 감면을 적용하는 게 온당한지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라며 “조세제도의 형평성이 무너지고 지속적인 세수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러한 지나친 세액공제는 재계의 최저한세 폐지 요구를 촉발해 더 큰 감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