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7.26. (금)

내국세

"경쟁률 한자릿수로 뚝"…'엘리트 조직' 국세청 외면하는 MZ세대, 왜?

세무직 9급공채(일반) 1천23명 뽑는데 7천947명 응시…경쟁률 '7.8:1'

행정직군 중 통계직(6.4:1) 이어 최하위 경쟁률…관세직 '15:1'

최근 5년새 경쟁률 3배 이상 급감한 6개 직렬 중 세무직·관세직 꼽혀

 

 

올해 국가세무직 9급 공채 일반전형 경쟁률이 한자릿수로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세직 또한 선발인원 대비 응시인원이 매년 줄어드는 것은 마찬가지로, 공직사회에서 엘리트 조직으로 명망이 높았던 국세청·관세청 등 조세분야 공무원의 인기가 하염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혁신처가 지난 25일 발표한 2024년 국가공무원 9급공채 경쟁률에 따르면, 행정·과학기술직군에서 총 4천749명을 선발할 예정인 가운데, 원서접수 인원은 10만3천597명으로 평균 경쟁률은 '21.8 대 1'을 기록했다.

 

행정직군의 경우 4천91명 모집에 9만152명이 응시해 평균 '22 대 1' 경쟁률로 집계됐다.

 

 

세무직(일반)은 올해 1천23명을 선발할 예정인 가운데 응시인원은 7천947명으로 '7.8 대 1' , 관세직(일반)은 82명 선발에 1천229명이 응시해 '1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9급공채 경쟁률이 한 자릿수를 기록한 직렬은 세무(7.8대 1)와 통계(6.4대 1), 교정(남, 8.4대 1) 등 3개 직렬 뿐으로, 이 가운데서도 세무직은 9급 행정직군 일반전형 경쟁률이 통계에 이어 꼴찌에서 두번째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행정직군 일반전형에서 최근 5년간 경쟁률이 3배 이상 줄어든 직렬은 단 6개에 불과하며, 이중 세무직과 관세직이 포함돼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인사혁신처의 최근 5년간 행정직군 일반전형 경쟁률을 보면, 2020년 세무직 경쟁률은 24.7대 1을 기록했으며, 2021년 17.7대 1, 2022년 12.9대 1, 2023년 10.3대 1으로 두자릿수를 간신히 턱걸이했으나 올해 들어 결국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5년간 경쟁률이 3배 이상 감소한 셈이다.

 

응시인원이 증가함에 따라 경쟁률이 낮아졌다면 다행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세무직의 경우 2020년 1만6천94명, 다음해인 2021년엔 1만9천689명이 응시하는 등 최고점을 찍었다. 2022년 1만956명으로 간신히 1만명 응시생 시대를 이어갔으나 지난해 8천292명으로 쪼그라들었으며, 올해에는 7천947명이 응시하는 등 초라한 숫자를 기록했다.

 

 

관세청 또한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2020년 68명 모집에 3천88명이 응시했으며, 2021년 55명 모집에 2천836명, 2022년 38명 모집에 1천996명 등 3년 연속 천 단위 변곡점을 보였으며, 지난해 57명 모집에 1천347명, 올해에는 82명 모집에 1천229명 등 선발인원이 늘었음에도 응시생은 오히려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9급공채 전형에 도전하는 공시생들이 줄어드는 것은 비단 세무·관세직 뿐만 아니라 모든 직렬에서도 공통된 추세를 보인다.

 

9급 국가공무원 경쟁률 2010년 '82:1' 최고 정점 찍은 후 내리막길

최근 3년 연속 평균경쟁률 20대선 유지 불구 세무·관세직 기피 도드라져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1995년 전체 직군의 경쟁률은 44.2대 1을 기록한 이후 2005년 76.1대 1, 2010년에는 82.2대 1로 최고점을 찍은 후 내림세를 기록 중으로, 2015년 51.6대 1, 2020년 37.2대 1에 이어 2022년부터 29.2대 1을 기록하는 등 20대 선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국가예산의 60%(지난해 64%)를 세수로 조달하는 세무·관세직에서 응시율이 이처럼 저조한 현상을 보이는데 대해선 다양한 요인이 지목된다.

 

국세청·관세청 모두 만성적인 승진적체 현상을 겪고 있으며, 세법과 관세법 등이 매년 세법개정을 통해 수시로 변경돼 난해한 업무영역으로 꼽히는 탓에 신규직원은 물론 중고참급에 해당하는 직원들조차 업무전문성을 갖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국·관세청 직원들이 상대하는 이들은 납세자는 물론 이들을 대리하는 세무사·회계사·변호사·관세사 등 전문자격사들로,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전문자격사와 쟁점 다툼이 발생할 경우 전문지식이 없으면 국가 패소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결국 국가공무원 임금체계상 동일한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타 부처에 비해 늦은 승진체계와 매년 새롭게 익혀야 하는 업무난이도로 인해 세무직과 관세직을 택하는 9급공채 응시생들이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세무·관세직 9급공채 경쟁률이 하락하고 있는 데 대해 단순히 세수입을 넘어 사회·경제적으로도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9급공채 경쟁률 하락은 단순히 국세청·관세청 공무원의 인기가 식는데 그치지 않고 국가 조세·세무경쟁력 또한 하향 평준화되고 있는 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관세청 만성적 승진적체에 업무강도 높아…공시족 기피 직군 1순위

국가예산 60% 넘게 세수에 의존…세수조달기관 인적역량 하향 평준화 위기감

'공정사회 구현·건전재정 조달' 소명의식 갖춘 인재선발 위해 특단의 유인책 절실

 

국세청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시도를 막아내는 것은 물론, 사회·경제 각 분야에서 은밀하게 진행 중인 탈세·탈루·조세범칙 현장에서 공정과세를 구현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다.

 

빅데이터와 AI 등 국세행정 전산시스템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결국 이를 운용하는 세무공직자의 역량 또한 비례해 높아져야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관세청 또한 최근 들어 마약으로 인한 국경 감시선에서 통관·감시업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통관 과정에서의 세금탈루 및 해외를 넘나드는 불법 외환거래에서의 자금세탁을 방어해야 한다.

 

이 모든 행정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직에 입문한 인적자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동일 직급은 아니나 지난해 7급공채 국가공무원 2차시험 결과, 합격선이 가장 높은 직군은 검찰직으로 92점을 기록했으며, 감사직 88점, 고용노동직 87점, 재경 및 선거행정직이 각각 86점으로 상위권을 기록했다.

 

이와 달리 합격선이 가장 낮은 직군으로는 통계직이 77점을 기록했으며, 세무직은 78점으로 하위 두 번째, 회계직 79점에 이어 관세직이 80점을 기록했다.

 

경쟁률 저하에 이어 국세청·관세청에 영입되는 우수인력 또한 갈수록 감소하고 있음을 여실히 반증하는 대목이다.

 

정부 한 당국자는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예산이 가장 중요하고, 예산을 뒷받침하는 것은 결국 세수가 핵심”이라며 “세수를 거둬들이는 국세청·관세청 공무원들의 인적역량이 약화될수록 국고는 빈약해 질 수밖에 없고 이는 국가경쟁력에도 치명적이다”고 단언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정부부처 모두가 예산을 쓰는 곳이지만, 국세청·관세청의 경우 유일하게 예산을 조달하는 기관”이라며 “지금처럼 인력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수기관을 위해선 고급인력이 앞다퉈 지원할 수 있는 특단의 유인책을 발굴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개선안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