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12.12. (목)

[연재]세법·세정·세무 분야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13)

조세 관련의 연구모임과 학회의 난립 및 지금까지의 각 활동상황 개괄

 

한국세정신문은 창간 58주년을 맞아 조세법학계 거목에게 세법세정세무에 대한 후일담을 듣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대학 세무학과의 출범, 종합소득세제 및 부가가치세제 뒷얘기, 국립세무대학 출범과 폐지, 자료상,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세무사시험제도, 상증세, 세무행정, 지방세, 변호사와 회계사·세무사 등 조세 역사 주요 사건에 얽힌 뒷얘기를 반추하며 세법·세정·세무에 대한 지향점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이에 우리나라 세무회계학 및 조세법학의 발전에 선구자적 역할을 다한 송쌍종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로부터 '세법·세정·세무 분야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편집자 주>

 

조세문제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관련 단체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것은 문명사회에 있어 당연한 현상이다. 이러한 단체로서 대표적인 예는 이른바 학회라고 이름하는 것들이다. 그렇지만 거창한 이름의 학회라고 하기에는 그 규모면에서 상당히 왜소한 연구모임들도 있다. 더러는 작은 규모의 연구모임으로 시작하였다가 다시 학회라 이름붙이는 경우도 있고, 그러한 연구모임 중에서 법률에 따라 정부의 인가를 받아 사단법인으로 조직을 확대․강화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초부터 사단법인의 인가를 받고서 출범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조세와 관련되는 학회로서 비교적 역사가 오래된 예는 1982년에 서울법대의 배복석 교수를 제1대 회장으로 추대하여 모임을 시작한 한국재정학회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1998년 백림조세연구소 이수범 소장을 초대 회장으로 추대하여 출범한 한국지방재정학회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들 두 학회는 조세문제를 위주로 활동하는 학회가 아니라 앞것은 재정 분야 전반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뒷것은 지방세를 포함하지만 지방재정을 널리 다루었으므로, 여기에서 이들 두 학회를 조세법의 관련 학회로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들 학회에서 조세법을 전적으로 연구하는 이도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재무부 관료 출신으로 나오연 박사 및 장재식 박사와 더불어 일찍이 국세청 안의 삼총사로 불리기도 하였던 이철성 교수(당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박사)가 1982년경(?)에 출범시켰던 (사)한국조세학회를 꼽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 학회는 매년 두세 번씩 모임을 가지기는 하였지만, 모처럼 연락이 와서 참석하여 보면, 유인물 하나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로 10여명이 모여 간단한 주제를 간담회 형식으로 의견을 주고받다가 회식에 들어가는 식이었다. 그 비용은 거의 이 교수의 몫이었다. 그러므로 친목회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이 학회에 관하여 2~3년 뒤에는 몇몇 경제학계 소장 교수들이 반기를 들어 학회의 체제를 재정비하고 완전히 객관화할 것을 종용하였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해당 학회를 자기 개인의 사유화 도구로 삼아 자신의 활동에 관한 전초기지로 삼고 싶은 과욕을 계속 고집한 나머지 한 동안 부활의 소식이 들리다가 마침내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조세법만을 주로 취급하는 연구모임이나 학회를 그 활동의 시작이 오래된 것부터 소개하기로 한다.


‘한국조세법학회’(‘조세법학세미나’와 통합하기 전): 이 연구모임은 1971년에 조직되어 1979년까지 모임을 계속하여 왔었다(조세통람사 발행, 조세법학논집 제1집(1986) 『조세법학연구』 263면 참조. 이하에서 ‘제1집’이라 약칭한다). 이는 전정구 변호사가 조직하여 활동하여 왔다는 기록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 참여자에 관하여는 15명의 명단이 확인되기는 하지만(제1집 265면 참조), 어떤 내용의 논제를 다루었는지 등에 관하여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찾기 어렵다. 이는 필자가 조세법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전의 일이었으며, 직접 만난 자리에서 전 변호사의 얘기를 들었으면서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과거사이기도 하다. 이 학회는 1986년 2월에 다음에서 보는 ‘조세법학세미나’와 이른바 통합총회를 열었었다(제1집 263/264면 참조). 그 후로 이 학회에서 공식적인 활동을 전개한 예는 없었다.


‘조세법학세미나’: 조세법에 관한 최초의 본격적인 연구모임의 예로는 ‘조세법학세미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모임은 1982년 당초부터 회장의 선임이 없이(무회칙․무회장의 방법) 필자가 총무간사 역할을 맡아 거의 매월 한 회원 또는 두 회원을 발표자로 선정하여 발표원고를 미리 만들었으며, 매번 4쪽 혹은 8쪽 정도의 회보(소식지)에 게재하여 미리 우송하였다. 이것의 작업은 모두 필자가 도맡아 처리했었다. 서울 중구 태평로 ‘뉴서울호텔’에서 저녁식사를 겸하여 저녁때에 대략 3시간여에 걸쳐 10명 정도씩 모여 열띤 발표와 토론을 거듭하였다. 그 주제의 발표토론 횟수는 모두 21차이었으며, 그 발표 주제수는 1982.1.16.부터 1984.10.13.까지 무려 28개에 이르렀다(제1집 258/259면 일람표 참조). 그 비용은 모임 때마다 참석자들로부터 매번 갹출하는 방식이었다. 


위 ‘조세법학세미나’의 발표와 토론은 요즈음의 학회모임에서와 같이 한 주제에 대하여 30분 이내의 발표와 30분 이내의 토론으로 그치는 방법과는 달리 진지하면서도 깊이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이 모임에 참석하였던 주요 인사로는 강인애(변호사), 김남진(고려대 교수), 김두천(국세심판소 심판관), 김면규(세무사, 당시 장안대 교수), 김정규(내무부 세제과장), 나오연(재무부 직세국장), 명형식(원광대 교수). 문병항(국립세무대학 교수), 송쌍종(당시 한국외국어대 교수,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오재선(국립세무대학 교수), 이승문(세무사, 법학박사), 이종남(당시 차장검사, 공인회계사 회장), 이태로(서울대 법대 교수), 임영득(세무사, 국회의원), 전정구(변호사, 국회의원), 최명근(당시 세무사,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황하주(국세심판소장) 등이었다. 이들 참여자의 명단에는 모두 33명의 회원 이름이 수록되어 있다(제1집 267/268면 회원명단 참조)


‘(사)한국조세법학회’(‘조세법학세미나’와 통합한 후): 이 학회는 ‘조세법학세미나’의 활동시기에서와 같이 연구모임을 계속하면서 동시에 학회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논문집을 정식으로 출간하였다. 조세통람사 발행의 조세법학논집 제1집(1986) 『조세법학연구』가 그것이다. 그 제1부에는 일반론으로 7편의 논문을 실었으며, 판례평석으로 4면의 평석을 실었다. 그 내용은 모두 국판 243면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위 논집은 제2집으로 연결되지는 못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학회의 중흥을 꾀하자는 의미에서 이태로 교수를 새 한국조세법학회 회장으로 선출하였었다. 대학에서 최초로 조세법 강의를 시작한 그 분의 공로를 기리자는 의미도 있었다. 하지만 그이는 선출된 자리에서 달갑지 않다는 취지의 인사말을 남기고는 연락마저 끊고 말았다. 역시 총무간사를 맡기로 한 필자는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나중에 알고보니까 법무법인율촌과 손을 잡고서 1986년 세법연구회라는 이름의 연구모임을 시작하고 있었다. 위 학회는 다시 1986년에 국세심판원의 초대회장을 7년이나 역임하신 황하주 선생님을 새 회장으로 옹립하였다. 그러나 그 호응도는 높지 못하였다. 


그 후 필자는 학회를 살리자는 일념으로 학회의 사단법인화 작업에 착수하였다. 2008년 봄에 법제처에 서류를 제출하여 그 해 6월경에 사단법인 인가를 받게 되었다. 그 사단법인 설립 후의 초대 회장은 필자가 맡았다. 그로부터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학회지의 발간도 정부의 요건 강화정책에 힘입어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모든 활동의 증거물은 학회지 등의 기록으로 증명되고도 남는다. 이를테면 학술발표대회는 2024년 제35차에 이르렀으며, 논문집 『조세논총』은 2024년 제8권 제1호에 이르고 있다. 


(사)한국세법학회: 이 학회는 1986년에 ‘세법연구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하였으며, 2002.5.11. '사단법인세법연구회'라는 이름의 창립총회를 열었다. 다른 학회와 마찬가지로 매년 학술발표대회와 논문집의 발간을 계속하고 있다. 이 학회는 법무법인율촌의 지원으로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그 결과 변호사들이 많이 참여하는 양상이다.


(사)한국조세연구포럼: 이 학회는 2001년 국립세무대학 출신들이 주동이 되어 설립되었는데, 2004.1. 사단법인의 인가를 받았다. 이 학회의 활동은 위 (사)한국조세법학회 및 (사)한국세법학회와 비슷하다. 2024년 현재에도 역동적인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학술발표회는 물론이며, 학회지의 발간도 활발히 하는 중이다. 근자에는 ‘설린 최명근 조세 대상’이라는 포상금이 있는 시상을 하고 있다. 필자는 2021.1.16.자로 두 번째의 수상을 하기도 했다.


(사)금융조세포럼: 이 학회는 2013년 2월 출범하여 2022년까지는 주로 아침 7시부터 8시까지 주로 한국거래소의 세미나실에서 대개 1개의 주제를 가지고 2시간 정도의 발표토론회를 가져 왔다. 근자에는 다른 곳에서도 세미나를 열고 있다. 2024년 5월까지 대략 3개월에 한 번 정도 도합 126차에 이르는 발표토론회를 계속하고 있다. 이 학회는 특이하게도 이름그대로 금융조세에 관한 기존 교과서에 없는 금융관련 조세의 주제를 주로 다룬다는 점에서 다른 학회보다 앞서 나가는 모습으로 차별화되고 있다. 회원수가 별로 많지 않는 가운데 김도형이라는 재무부 관료 출신 회장이 대부분의 업무처리를 하여나간다는 점이 특이하다. 


(사)한국지방세학회: 김동완이라는 세제관이 이명박정부의 말기에 정부조직의 한국지방세연구원을 창설하면서 동시에 (사)한국지방세협회와 동시에 출범을 시킨 학회이다. 초대 회장은 2013년 3월에 옥무석 교수가 회장을 맡았다. 현재까지 다른 학회에 못지 않게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한때는 어느 호텔에서 아침 조찬회를 몇 년에 걸쳐 여는 노력도 계속되었다.


(사)한국조세사학회: 이 학회는 오기수 교수가 개인의 취향을 살려 조세의 역사적인 연구에 몰두하면서 2014년 9월에 사단법인의 인가를 받은 다음에 창립총회를 연 후로 활동을 계속하여 왔다. 2017년까지 비교적 왕성하게 활동을 계속하여 왔지만, 조세역사의 연구에 관심이 있는 인사가 많지 않은 환경에서 2024년 현재로는 활동이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사)한국지방세협회: 이 단체에는 ‘협회’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 역시 김동완 세제관이 세 단체를 동시에 추진하여 2007.10.17. 법인설립등기를 마친 단체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라는 관변단체가 국세 중심의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같은 내용의 활동처럼 지방세에 치중하여 연구하도록 하고, 학계에서는 한국지방세학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도록 하면서 한국지방세협회는 주로 지방세 부과징수를 맡는 현역 공무원들이 실무사례를 중심으로 발표토론을 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단체이다. 그 초대 회장을 필자가 맡았는데, 최근에는 공인회계사 또는 지방세 담당공무원 출신들이 회장을 맡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 활동은 근자에 비교적 활발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내용은 나날이 충실하여지고 있는 편이다. 근자에는 그 참여율도 높아지고 있다.


이상의 연구모임들은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지원이 있는 (사)한국지방세협회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외부 기업이나 법무법인 또는 회계법인 등의 협찬금에 기대어 재정을 조달하고 있다. 논문집을 발간하더라도 선진국의 경우처럼 일반판매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관계로 회원들의 회비로는 태부족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리만의 특이한 현실에 비추어 연구모임은 오히려 난립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하나의 ‘중진국현상’이라고 필자는 해석하지만, 이러한 난립상태는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정부 차원이나 사회 차원에서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는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과정이라고도 생각된다.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