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12.05. (목)

[연재]세법·세정·세무 분야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15)<끝>

한국세무사회와 기획재정부 및 국세청과 학계 등에 하고 싶은 이야기

 

한국세정신문은 창간 58주년을 맞아 조세법학계 거목에게 세법세정세무에 대한 후일담을 듣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대학 세무학과의 출범, 종합소득세제 및 부가가치세제 뒷얘기, 국립세무대학 출범과 폐지, 자료상,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세무사시험제도, 상증세, 세무행정, 지방세, 변호사와 회계사·세무사 등 조세 역사 주요 사건에 얽힌 뒷얘기를 반추하며 세법·세정·세무에 대한 지향점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이에 우리나라 세무회계학 및 조세법학의 발전에 선구자적 역할을 다한 송쌍종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로부터 '세법·세정·세무 분야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편집자 주>

 

우리가 ‘남기고 싶은 이야기’라고 한다면, 쓰는 사람 자신의 경험담이나 남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글로 써서 세상에 알리도록 하려는 취지의 내용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이는 소설처럼 지어낸 것이 아니라 경험이나 체험을 통하여 직간접으로 얻은 이야기가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는 가까운 과거의 것이라기보다는 오래된 과거사의 얘기가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는 종합적이지 못한 단편적인 내용의 것이 되기 쉽기도 하다.


필자는 몸소 세무공무원 생활을 한 적이 없다. 다만 대학의 전임교수가 되기 전 7년간에 걸쳐 나이가 좀 들었으며 세무실무경험이 많은 세무공무원들이나 세무사 사무실의 사무장들이 상당수 섞여 있고 또한 그 수강생의 대부분이 성인들로 구성된 학원의 세무사 시험반에서 거의 휴일도 없이 여러 과목의 강의를 계속하는 가운데 자연스레 사적인 친분을 쌓을 기회가 자주 생겨서 그들의 생생한 경험담이나 후일담을 직접 들으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세무실무에 관하여 견문을 넓힐 수 있는 환경을 누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자기네 회사의 세무사건을 위임하여 준다거나 당시의 법제에 따라 사례가 많았던 외부세무조정 신고작업을 직접 체험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그 후로도 근자에까지 줄곧 조성되어 있었으므로, 세무를 둘러싼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용기가 생겨났던 것이다. 


그런데 시작은 거창하였으나 점차 미흡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연재물이 되고 말았다. 그 이유는 단순한 회고록 수준이 아니라 수많은 각양각색의 독자가 있는 언론기관을 통하여 널리 홍보되는 기사의 성격을 띠는 것이므로, 이것저것 고려할 점이 많았다는 사실과 필자 개인의 건강상 이유로 충분하고도 간단없는 시간투자가 어려웠다는 여건이 발목을 잡았다. 결론적으로 이번 회차보다 훨씬 장기로 계획한 연재를 필자의 개인사정에 따라 갑자기 마감원고를 쓴다는 점에 관하여 독자들의 해량을 구하고자 한다. 결국 못다 한 이야기는 다른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필자는 대학원 법학과에 상법 관련의 석사학위논문을 제출한 후 7년간 계속된 대학시간강사 생활과 33년간에 걸쳐 대학의 전임교수로 봉직하는 동안 줄곧 일반적인 법이론(예 민법개론)은 물론이고 조세이론과 조세법 및 세무회계 분야의 갖가지 강의와 논문 및 대학교재 그리고 주관식 세무회계문제집의 집필에 심혈을 기울여 왔었다. 그리고 전임교수 생활 중에서 초기부터 8년간은 무역학과에서 그 학과의 전공과목(무역거래법과 외국환관리법 및 관세법)을 주로 강의하면서 별도로 세무회계의 대학교과서와 문제풀이해설서를 계속 집필하여 왔었다. 너무 광범위하게 섭렵하다 보니 좁은 범위를 깊이있게 파헤치는 것만 못했다는 자성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 대학행정에 관여하는 시간이 특히 많았던 것은 학자로서의 금같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한마디로 바쁘게 살기는 하였지만 깊이가 있는 성과는 별로 거두지 못하는 삶이 아니었나 회고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교육학을 제대로 공부하지는 못하였지만, 대학교 1/2학년 시절에 휴학을 하면서 중등학교 영어교사자격증을 취득하려고 시험공부를 할 적에 교육학개론 교과서를 탐독한 적이 있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를 염두에 두고서 내 나름의 관찰을 계속하여 왔다. 그 결과 몇 가지 측면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것들을 간단히 논의함으로써 이 연재원고의 마지막을 장식하여 남기기로 한다.


첫째로 정부가 주관하여 일률적으로 출제하는 선다형 객관식의 수학능력시험 성적으로써만 각 대학교 신입생의 입학자격을 결정하는 현행 입시제도에서 파생되는 부작용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 대학입시제도 전반에 걸치는 광범위한 것이지만, 그 보이지 않는 부작용이 본질적인 면에서 세무 관련의 모든 관계나 업계에도 음성적으로 은근한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때문에 거론하려는 것이다. 


지난 2024.6.18.자 조선일보의 기사에서 보듯이 사생대회(寫生大會)의 뜻을 몰라 ‘죽기 살기 대회인가?’라고 묻는 황당한 일도 있었으며, 이해관계(利害關係)를 ‘친한 사이인가요?’라고 묻는 고교생들도 있었다는 얘기로 중고생들의 어휘력이 매우 취약하다는 분석이 있다. 필자는 일본의 요코하마 국립대학 연구실에서 6개월 정도 생활하였으며, 중국의 국립 정주경공업대학교 한국어과에서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한 경험밖에 없지만, 요즈음의 한중일 세 나라 가운데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어휘력이나 작문실력이 가장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짐작한다. 그 근본적인 연유는 현행의 대학입시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은 필자가 정년을 맞은 2008년 2월말 이전에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 대학생들의 주관식시험 답안지를 보면 작문실력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잘못된 입시제도의 여파는 몇 십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세무공무원이나 세무사 및 공인회계사의 전반적인 어휘력이나 작문실력에도 그대로 녹아들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관하여 하루 빨리 정부 차원의 해결책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를테면 대학입시제도를 과거 박정희정부의 전반기에 시행하였던 국가시행의 예비고사와 각 대학교 시행의 주관식 시험제도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방법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판단하는 바이다. 예를 들어 각 대학교 차원의 주관식 시험 중 국어과목에 한정하여 출제된다고만 하여도,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독서열풍을 일으키는 자극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 노무현정부 때에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설치하는 대학교는 학부에 법학과를 두지 못하게 한 것은 자질이 우수한 인재가 우수대학의 법학과에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가로막음으로써 법학이라는 분야의 학문적인 발전을 뿌리부터 저해하는 조치였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그 당시에 들었던 바로는 당초에 로스쿨을 서울에 2개와 고등법원이 있는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에 1개씩 모두 6개 정도를 설치하여 그 해당 지역의 여러 법과대학들이 ‘컨소시엄(consortium)’ 형태로 출자운영하는 것으로 제도가 검토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몇몇 대학에서 대학별로 인가하는 방식을 택하도록 노 대통령에게 권유한 결과 현행 제도로 낙착되었다고 한다. 그 무렵 필자가 소속한 세무학과 교수들과 일본 교토시의 입명관대학(立命館大學) 법학과 교수들이 매년마다 한번씩 교대로 학회 비슷한 공동발표회를 가져왔었는데, 우리가 일본에 갔었던 어느 해 그곳 교수들이 일본에서 이미 실패한 제도를 한국이 답습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식의 의문을 제기하는 얘기를 기억하고 있는 필자는 노무현정부가 그렇게 한 이유를 아직도 잘 모르고 있다.


우리의 현행 로스쿨제도는 역시 일본처럼 성공적이지 못하며, 특히 그 졸업생들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20여% 정도로 저조한 대학의 예가 근자에 생겼다는 소문을 접하고서는 당시의 정책에 관하여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학교운영상의 재정문제는 자못 심각하며, 학생들의 부담 또한 지나칠 정도로 과중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제도의 수술이 시급하고도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지경이다. 해당 대학의 처지에서는 냉가슴을 앓고 있는 것이 분명하므로, 정부 차원의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법학의 학문적 토대와도 직결되어 있으며, 세무공무원이나 세무사 및 공인회계사의 자질향상과 관련성이 크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 필자의 절실한 심경임을 밝혀두고자 하는 바이다.


여기에 사족을 덧붙이고자 한다. 과거의 법과대학에 법학과와 행정학과가 함께 설치되어 있을 적에는 당시의 행정고시에 있어 법과대학 출신 합격자가 상당수 배출된 결과 세무공무원 중에도 법학을 전공한 고시합격자가 자연스레 섞이게 되었다. 이는 과세관청 전체에 있어 법적판단의 수준을 높이는 이유로 작용하였다. 그 후 법과대학의 학과가 사법학과와 공법학과로 명칭이 바뀌면서 법과대학 출신의 행정고시 합격자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던 것이다. 그 결과 법학 전공이 아닌 경제학과나 경영학과 등 다른 분야의 출신들만으로 세무공무원의 충원이 이루어지는 추세가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법학의 기본지식과 회계학의 기본지식이 두루 갖추어진 토대 위에 조세법이나 세무회계 지식이 꽃을 피워야만 유능한 세무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원리가 작동할 수 없는 풍토인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 당국의 합리적인 학제개편과 면밀한 세무공무원 충원계획의 수립을 촉구하고자 한다.


셋째로 세무사시험 제2차시험의 주관식 출제과목에 관한 문제이다. 회계학 과목을 회계학1부(재무회계, 원가관리회계)와 회계학2부(세무회계)로 나눈 것은 피상적으로 볼 적에는 커다란 진전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세법학1부(국세기본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상증세법)와 세법학2부(부가가치세법 개별소비세법 지방세법 지방세기본법)가 추가되고 또한 지방세징수법 등(지방세특례제한법 중 취득세․재산세 및 등록에 대한 등록면허세 조세특례제한법)이 별도의 과목으로 추가되어 과거보다는 다양하게 나열되어 있다. 이는 겉으로 보아 화려하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세무사시험 합격자의 자질은 과거보다 질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말이 왜 나오는가가 의문이다. 문제는 그 출제내용의 질적인 측면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험의 운용과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특히 회계학2부(세무회계)에 관한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는 과거에 ‘회계학’이라고만 제시하였었는데도 그 출제의 내용이 현재와 달랐다는 것이다. 그 당시의 세무회계문제는 하나의 큰 문제를 한 시간 정도에서 완성하도록 하는 대형문제였다. 그것을 부분출제를 통하여 합산하는 방식이었다. 이처럼 출제한다면 종합적으로 공부한 수험생과 그러한 시간투자를 거치지 않는 수험생들 사이의 격차가 확연히 드러나는 법이다. 그렇지만 요즈음처럼 단답형으로 여러 문제를 출제한다면, 종합적인 실력의 격차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리고 현재와 같이 출제한다면, 단기간에 걸쳐 요령껏 공부한 사람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으므로, 우열의 차이를 정확히 가릴 수 없는 법이다. 이 경우는 자칫하면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수험생은 유리하고, 지방에서나 혼자서 세법전을 뒤지면서 씨름하는 수험생들은 크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세무사 시험문제는 반드시 일반에게 널리 공개되어야 한다. 이는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여야 하기도 하고, 오류나 불합리한 점이 있는가를 검증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비밀주의를 고수한다면 영리를 지향하는 학원가만 살찌게 하는 부조리가 문제될 수 있는 것이다.


넷째로 위에서 설명한 로스쿨의 경우에 입시경쟁이 치열하고 우수한 준재들이 모이는 상류 대학에 법학과가 없으므로 말미암아 학문으로서의 법학연구가 고갈되는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이는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끝으로 독자 여러분! 그 동안 대단히 고마웠습니다.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