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4년 세법개정안 논평
한국세무사회는 25일 “상속세를 중심으로 5년간 무려 18조6천459억원의 세입을 감소시키는 가히 ‘역대급 감세’ 세법개정안에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세무사회는 이날 정부의 ‘2024년 세법개정안’에 대해 논평을 내고 “정부 세법개정안은 조세원리에 충실하고 조세제도 합리화를 도모하기보다는 특정계층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세제가 극명한 만큼 그 부담이나 혜택이 특정계층에 편중되지 않고 함께 분담하거나 누릴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국회에 촉구했다.
◊통합고용세액공제 개편 긍정적
세무사회는 “통합고용세액공제 등 고용지원 세제의 경우 과거 난수표 같은 감면세액 산정방식과 고용인원 감소에 따른 추징으로 적용조차 꺼려했던 것을 감안하면 산정방식을 단순화하고 인원감소시 추징제도를 폐지하는 등 납세자 편의를 극대화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땀흘려 번 소득세 최고세율보다 무상취득한 상속세 최고세율이 낮아
세무사회는 개정안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을 40%까지 낮춘 것과 관련, “땀 흘려 번 소득에 대한 소득세 최고세율(45%)보다 무상취득한 상속세 최고세율(40%)이 낮을 때 우리 사회와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직격했다.
최고세율 인하 혜택을 누가 받느냐의 문제에 대해서도 세무사회는 “과표 30억원 초과 ‘고액 상속자’인 2천400명에게 매년 무려 1조8천억원의 상속세율 인하 혜택이 돌아간다”고 지목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개정안대로 시행된다고 해도 집값 상승 등으로 집 한 채라도 있는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지, 그리고 주택소유자의 사망에도 상속인이 안정된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세무사회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인하해 30억원 초과 고액상속자만 세율인하의 혜택을 받지 않고 모든 구간에 걸쳐 과표를 늘리거나 세율을 조정하는 방식을 통해 ‘하후상박(下厚上薄)’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기업 주식은 20% 할증평가 폐지, 중소기업 비상장주식은 과대평가
세무사회는 “중소기업이 아닌 매출 5천억원 이상의 중견기업과 대기업만 적용대상인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20% 할증평가 제도를 평가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나 재설계 없이 일률폐지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 비상장주식과 비교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 주주들의 비상장주식은 환금성이 거의 없는데다 비상장주식평가제도가 불합리해 아무리 이익이 적어도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으로 평가해야 하는 등 비상장주식의 실제가치보다 수 배에 달하는 가액으로 세금을 내고있는 점을 고려할 때 주식평가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보지 않고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세감면, 대기업‧고액자산가에 몰아줘
조세감면 세법개정안에 대해서도 세무사회는 “또다시 거의 가늠이 되지 않을 규모의 조세특례를 대기업과 고액자산가에 몰아주는 것도 문제지만 소상공인과 일반 국민에게는 비과세‧감면 축소를 이유로 세정협력과 비용보전 성질의 소액감면조차 일거에 폐지 또는 축소하겠다고 하는 건 문제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무사회는 신용카드 발행 세액공제 축소와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를 예로 들었다. 영세자영업자의 과표양성화에 따른 세부담 및 카드수수료 등 비용지출 보전 성질의 신용카드 발행 세액공제는 현재의 50%로 대폭 축소됐다. 또한 종소세‧법인세‧부가세 신고 때 국민 1인당 1~2만원의 전자신고세액공제도 폐지됐다.
◊금투세‧가상자산 과세 “정부가 입법 주장해 놓고 시행도 전에 다시 부정”
세무사회는 “정부가 금투세를 아예 폐지하고 가상자산 과세도 2027년까지 2년 늦춘 것은 조세제도 합리화라는 정책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물론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조세원리까지 무시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다른 누구도 아닌 정부가 입법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해 도입한 제도를 시행하기도 전에 이를 부정하고 폐지의 필요성을 주장한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 훼손은 물론 국민의 성실납세의식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족 친화적 과세체계 구축 필요
결혼세액공제 신설과 자녀세액공제 10만원 상향에 대해서는 환영할만하다고 평가했다.
세무사회는 다만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임시변통이 아니라 배우자공제를 대폭 확대하거나 다른 외국과 같이 독신과 배우자있는 소득자에 대한 차별적인 소득세 과세체계로 개편하는 등 가족친화적인 소득세 과세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한했다.
세무사회는 “정부가 중장기적인 재정수요를 고려하지 않거나 특정목적을 위한 임시방편적인 제도개선에 그치고 국가재정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책없이 특정 세목을 중심으로 세부담을 5년간 18조원이나 축소하는 것은 국가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임을 감안해도 지나치다”며 “과거 ‘증세없는 복지’ 정책으로 생긴 세수 부족을 결국 ‘세무서에서 가까운’ 현장의 힘겨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모두 짊어지게 했던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지나친 감세를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