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공시건수 2023년 266건→2024년 315건…증가세
대한상의 "상속세 부담 등으로 최대주주 우호지분 하락 추세
상법상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의무 도입시 경영권분쟁 확대 우려"
지난해 국내 상장사에 대한 경영권 분쟁이 최근 5년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가운데, 경영권 분쟁의 68%가 중소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속세 부담 등으로 최대 주주 우호지분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상법상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의무가 도입되면 경영권 분쟁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 분쟁의 타깃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0일 발표한 ‘최근 경영권분쟁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살펴본 상장사의 ‘소송 등의 제기·신청(경영권 분쟁소송)’ 공시는 지난해 87곳, 315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3년(93곳, 266건)보다 약 18.4% 증가한 것으로, 최근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작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87곳을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이 59곳(67.8%)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중견기업 22곳(25.3%), 대기업 6곳(6.9%) 등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분쟁에 덜 노출되는 특성이 나타났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약 35.3%(2022년말 기준)를 차지하는 중견·중소기업이 경영권 분쟁건수에서는 93.1%를 차지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은 비교적 소액으로도 경영권 공격이 가능하고, 지분구조가 단순한 경우 경영 개입이 용이하며, 분쟁 발생시 대응인력과 자금 등이 부족해 경영권 공격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 등 주주보호 제고를 위한 법제도는 행동주의펀드 등의 경영개입 가능성을 높이고, 특히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피해를 더 크게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경영권 공격을 받은 상장사 87곳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등의 우호 지분율은 평균 26.1%에 그쳤다. 이는 2023년 상장사 평균(39.6%, 자본시장연구원)보다 낮은 수치다. 87곳 중 73곳(83.9%)은 전체 상장사의 평균 지분율을 밑돌았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2.7%로 대기업(29.9%), 중견기업(34.5%) 등보다 더 낮았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고 분쟁이 발생하면 방어 여건도 불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10년간 최대주주 우호지분율이 하락 추세인 점도 문제다. OECD 최고 수준의 상속세 부담(최대 60%)으로 창업 1~2세대에서 3~4세대로 넘어오면서 최대주주 우호지분율이 점점 하락하고 있어 향후 해외 행동주의펀드 등의 경영권 공격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론적으로 최대 60%의 상속세를 주식을 팔아 납부할 경우 2세대 최대주주 지분율은 1세대 최대주주의 40%가 되고, 3세대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16%까지 떨어진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12년간(2012~2023년) 국내 2천407개 상장사 중 최대주주 우호지분율(자사주 제외)이 늘어난 기업은 886곳(36.8%)에 그친 반면 줄어든 기업은 1천388곳(57.7%)에 달했다. ‘변동없음’은 5.5%.
보고서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캠페인이 2019년 8건에서 2023년 77건으로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상법상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의무가 도입되면,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경영권 공격을 통해 단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한 후 차익을 실현하고 떠나는 등의 행태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개정안에 포함된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 의무는 그 의미가 불분명해 주주들과의 분쟁을 늘리고 기업의 법적 예측가능성을 감소시켜 경영 불안정성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법이 개정되면 특히 경영권 공격에 노출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들부터 투자와 R&D에 써야 할 재원을 경영권 방어에 허비하게 되기 때문에 창업으로부터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생태계 육성과 경제활력 제고는 더 요원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대한상의는 상법 개정 논의 중단을 건의하고, 특히 상법상 일반적·추상적인 규정을 도입하기보다 합병 등 자본거래에 대해 주가 위주의 합병비율 산정방식을 개선하는 등 문제사례별로 자본시장법에 구체적으로 핀셋 규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밸류업은 지배구조 개선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며 “경영권을 안정화시키고 기업의 지속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종합적인 법제도 환경 마련이 중요하며, 그 일환으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과세를 폐지하는 등 상속세제 개편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