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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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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음의 고려장

송재열(김포세관 휴대품1과)


중앙 아시아의 고려장
지금도 남아 있는 유목민풍
고려시대에 들어왔다고 고려장인지
너무 일찍 치러버린
마음의 고려장인데
새삼 별스럽다.

가늠하지 못할 시간만큼이나
문득 세월의 가속도가 느껴졌을 땐
내 앞의 술잔이 넘치고 있다.
결코 거절할 수 없는 잔이

혼자서 거동키도 힘겨운 늙은이를
버려둔 채 떠나는 유목민은
차라리 순수한 슬픔이라도 남긴다.
초점 잃은 응시와 메마른 눈물로
흐느끼는 그네를 작별한 뒤엔
성긴 햇살만이 하얗게 질려 있다.

최후의 만찬이 담겨진 막사발 위로
가느다란 눈발이 내비치고
쉼없는 칼바람마저 귓전에서 멀어지면
육신은 독수리에게 맡긴 채
새봄의 젯밥이나 기다리리라.

때로는 장지가 되어버리는 유명 관광지에서
노모는 애써 치매가 된다.
낳아 기른 게 원죄라도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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