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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4.30. (수)

FTA원산지 자율점검을 통한 사후관리 필요

여주호 <관세사·청솔관세법인 대표>

FTA 인증수출자제도는 원산지 증명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업체에게 발급하는 증서로서 FTA 협정별로 그 혜택이 상이하다. 기관발급 C/O(한·아세안 FTA, 한·인도 FTA, 한·싱 FTA)의 경우에는 원산지증명 신청단계에서 원산지소명서 등 첨부서류가 생략되고, 한·EFTA FTA의 경우에는 인증수출자 번호를 원산지신고서 상에 기재하게 되면 수출자 서명을 생락할 수 있다. 한편 한·EU FTA는 수출하는 물품의 금액이 6천유로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인증수출자 자격을 취득해야만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다.

 

지난 2011년7월1일, 한·EU FTA의 발효 시점에 수출기업들의 인증 수출자 증명에 대한 준비와 인식 부족으로 조기에 FTA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므로 세관당국의 커다란 고민거리였다. 세관당국에서는 FTA 활성화를 위해 비교적 간단한 품목별 인증수출자제도를 운영하고, 세관 교육 및 설명회의 확대, 정부 지원 컨설팅의 확대 등 다방면으로 수출업체를 지원했다. 우리 기업이 조기에 FTA 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해 세관공무원, 관세사, 유관기관이 풀가동 컨설팅을 전개해 2011년도에 약 4천여 업체가 인증수출자로 지정받게 됐다.

 

한·EU FTA 발효 1년후, 단기간의 서류 준비로 인증수출자 지정을 받다 보니 면밀히 체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원산지 결정기준 충족 여부, 품목분류의 확인과 변경, 인증수출자 지정요건 및 서류의 불비, 원산지 관리 실태 전반에 대해 확인하는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수출업체는 상대 세관당국의 검증요청, 인증수출자 요건의 심사, 인증수출자 갱신심사에 대비하려면 원산지 관리 상황을 자체 점검해야 하고, 세관당국에서는 행정지도를 통해 수출업체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최근 관련 고시가 개정됐다. '원산지 자율점검표'를 작성, 제출토록 한 것이다. 시의 적절한 제도로 평가된다. 이러한 세관당국의 노력은 두가지의 효과를 가져온다. 하나는 자율점검 성실기업에 대해서는 수출자 인증 갱신심사를 생략할 수 있어 행정낭비를 줄일 수 있고, 불성실한 업체는 선별관리함으로써 세관당국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인증수출자에 대한 일부 요건이 불비한 업체, 원산지관리 전담자의 이직 등으로 원산지 관리가 미숙한 수출업체에 대해서는 적절한 행정지도를 통해 원산지 점검의 기회를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원산지 자율점검 절차는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제출하는 절차 및 세관당국의 확인 절차에 대한 것이다.

 

우선 세관당국에서 배포한 '원산지 자율점검 체크리스트(점검표)'를 작성해, 업체 스스로 인증수출자 관리의 상태를 확인함과 동시에 동 점검표를 작성·제출한다. 세관당국에서는 자율점검의 내용을 확인해 불성실업체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의 형식으로 원산지관리개선계획서의 제출을 요청한다. 한편, 자율점검 내용 중 일부 내용이 사실과 부합되지 않거나 합리적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보완 명령의 형식으로 '자율점검표의 재작성'을 요청할 수 있다. 자율점검표 제출 또는 보완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선별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현장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

 

원산지 자율점검의 중요 내용은 원산지 관리 전반에 대해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즉, 인증수출자 취득 이후에 발생한 각종 변경사항의 신고 여부, 인증수출자의 유지요건 충족 여부, 원산지 소명서 등 자료의 보관에 대한 실태 점검이다. 인증수출자 자율점검표의 항목을 살펴보면 원산지 관리 업무의 이행에 대해 전반적인 질문형식으로서 총 13가지 부문으로 구분하고 있다. 일반 수출입통관 현황, 인증사항의 변경 여부, 원산지관리전담자의 현황, 서명카드의 작성, 원산지 기준 관리, 원산지증명서의 발급 실태 관리, 원산지소명서의 작성, 원산지포괄확인서의 작성, 제조 공정 현황, 원재료 관리 실태, 원가 관리 실태, 서류 보관 여부에 대한 질문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원산지 자율점검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답변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자율점검의 답변 형식이 단답형(예, 아니요, 해당없음)으로 작성하도록 돼 있어 여러가지 상황이 혼재돼 있는 경우에는 답변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질문이 너무 많아 이를 확인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시행 초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으로 간담회 등을 통해 제도가 잘 체계화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수출입기업 입장에서 작성이 어렵거나 질문의 취지가 이해되지 않는 경우에는 FTA 전문 컨설턴트(관세사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적기에 FTA 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 왔다. 수출기업을 도와주기 위해 전력투구해 온 세관당국의 노력을 치하하고 싶다. 세관당국과 관세사는 수출입기업을 도와주는 조력자의 입장이다. 이제는 기업이 주체적으로 원산지 업무를 점검해야 한다. 잘못된 원산지 증명은 거래처의 신뢰 상실, 관세 추징 및 손해배상, 과태료 등 행정제재로 이어져 기업에게는 경제적 손실이 될 수 있다. 한편 원산지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품목분류(HS-Code)의 정확성 여부도 함께 체크할 필요가 있다. 품목분류의 문제가 발생하면 수출 환급액의 차이로 추가 환급액의 수령 및 추징문제, 수출물품에 한국산 표시문제, 특혜 원산지증명서상 한국산 인정문제 등 여러가지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원산지 자율점검을 통해 그동안 미진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원산지 증명을 할 수 있음에도 업무 미숙으로 증명서를 발급하지 못해 수출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원산지 자율점검은 새로운 기회를 잡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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