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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7. (금)

2014 예산안 감상법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정부의 357.5조원 총지출, 515조원 국가채무를 골격으로 한 2014 예산안과 2014∼2017 국가재정 운영계획이 발표됐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하면 이를 심의하고 의결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예산심의도 그리 심도있게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야당은 국정원 이슈로 아직도 천막을 걷지 않고 장외와 의사당 내의 투쟁 병행을 천명하고 있어 여야가 함께 머리를 싸매고 부문별 예산의 배분은 적정한지, 지속 가능한 재정 운영의 틀은 유지되는지, 재정낭비가 예상되는 사업은 없는지 등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를 진행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국회에 예산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설치돼 예산결산위원회를 특별위원회에서 상임위원회로 전환하고 거시재정에 특화해 전문적인 심의를 맡기도록 하자는 대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은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이러한 겉핥기식 예산심의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먼저 예산안의 대강을 살펴보자. 기획재정부는 2014 예산안을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예산으로 설명한다. 경기회복세가 부진한 대내외 환경을 감안해 경제활력 회복과 성장잠재력 확충, 일자리 창출, 그리고 서민생활 안정과 삶의 질 제고를 함께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예산안 편성의 기초가 된 내년 경제성장률 3.9%부터가 낙관적이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전망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정부가 2017년까지 국가부채 비율을 현 수준인 36%대로 유지하겠다는 계획도 의문이다. 기존 복지제도만 유지해도 재정부담이 상당한 현실에서 공약가계부에 반영된 복지과제를 증세없이 확대하면서 부채 비율까지 유지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2014년도 예산안은 복지 중심의 대선공약을 지키고 경제도 살리겠다는 상충되는 목표를 모두 맞추려다 보니 우선순위와 원칙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예산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초노령연금의 수급자격을 모든 노인에서 소득을 연계하고 다시 국민연금을 연계해서 지속가능성을 높인 부분, 무상보육을 위한 국고보조금 예산지원을 올해 대비 10%p 인상하는데 그치고 있고 국가장학금을 늘이는 부분에 있어서도 당초 공약을 다 충족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공약가계부 135조원의 새로운 재정소요를 감당하기 위해 이중 80조원은 SOC예산을 중심으로 과감한 구조조정 및 사업조정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으나 결국 경제활성화의 명분으로 SOC예산도 4대강을 제외하고는 평년 수준보다 확대하는 것으로 편성됐다.

 

고위공무원의 보수를 동결하고 여비, 업무추진비 등을 구조조정하는 등 정부의 어려움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점은 반드시 점검돼야 한다. 첫째, 정부가 거시예산의 차원에서 설정한 경제성장률의 신뢰성이 검증돼야 한다. 대개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희망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국회예산정책처를 중심으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파라메터를 사용한 모형을 활용, 보다 현실적인 성장률 전망치에 기반한 거시예산 대안과 치열한 공방이 벌어져야 한다.

 

둘째, 세입예산안의 현실성에 대해서도 점검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과거 뻔히 민영화가 어려운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을 민영화시키고 인천공항공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세외수입을 미리 반영해 적자를 키우는 등의 행태를 감안해 세외수입의 현실성 점검이 중요하다. 조세지출 축소 및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마련하기로 한 향후 4년간 50조원 수준의 재원 마련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예산안에 반영됐는지 따져야 한다.

 

셋째, 공약의 이행은 신뢰정치의 구현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이나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는 이보다 더 근간이 되는 나라살림의 길잡이가 된다. 정책의 우선순위와 수순, 그리고 전달체계의 개혁 등을 감안, 프로그램예산들의 설명책임(accountability) 차원에서 배분의 적합성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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