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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07. (화)

국세인(國稅人)이여!, 당·신·멋·져 !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前 대전국세청장·한국세무사회장)

근래 들어 국세청이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평생 국세청에서만 생활해온 국세인 선배의 한사람으로서 언제나 반갑고 기분좋은 소식만 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가끔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아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심지어 가족들에게조차 미안할 때도 있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하물며 대다수 국민들은 마치 국세인 모두가 그런 사람들이라고 일괄 매도해 버린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마음이 괴로울 때도 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최근의 국세청 직원 2만여명 중에는 5년 미만의 근무자가 30%나 되며, 무엇보다 무주택자 비율이 60~70%에 이른다고 하는데도 왜 “문제의 국세청”이라고 할까?

 

필자가 알기로는 정부조직 중에서 국세청은 유일하게 나라의 살림을 꾸려가기 위한 재원을 조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으로 세수확보를 위해서는 과세권과 세무조사권이라는 권한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기업인들을 비롯한 대다수 국민들은 일방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국세청 전체를 매도해 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1966년도에 9급 말단 공무원으로 국세청에 임용되어 2004년 말에 대전지방국세청장을 끝으로 38년간 국세인으로 봉직한 바 있어 이러한 속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지금도 일부에서는 과거 세금쟁이 출신이다 보니 현직에 있을 때 여러 곳에 영향력을 많이 행사했을 것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외람되게도 국세청 재직시 필자는 나름대로 열심히 근무해왔으며 또 비교적 청렴하게 지내왔다고 스스로 생각되나 남들은 또 다르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올해로 국세청을 떠난지 어언 10년 가까이 되어가지만, 지금도 필자는 자녀들을 비롯한 일가친척들에게 다시 태어나도 국세공무원을 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얘기하곤 한다. 그리고 국세인의 일원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일반국민들이 국세청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많은 오해와 편견이 잘못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발로 뛰고 있다.

 

필자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슨 학벌이나 경력 또는 재력 등 모든 면에서 남들보다 월등하지 못한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했음에도 필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일했더니 ‘열심히 노력하면 안될 것이 없다’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자주 만나는 후배들에게 “이 사람아 나도 하는데 자네들이 못할 것이 무엇인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있다.

 

사랑하는 현직에 있는 국세인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국세인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면 첫째, 누가 뭐라고 하던 주변의 상황에 휘둘리지 말고 당당하게 근무하고, 둘째, 맡은바 소임을 천직(Calling;부르심)으로 알고 신명나게 일하며, 셋째, 모든 업무를 완벽하고 멋지게 완수하고, 넷째, 일을 함에 있어서 납세자에게 공감해주고 져(?)주는 ‘당! 신! 멋! 져!’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을 한마디 덕목으로 요약한다면,‘나눔과 섬김’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공직을 끝내고 사회로 나오니 국세인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인식이 너무나도 부정적임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현직에 있을 때 시작했던 나누고 섬기는 일에 더욱 열심히 매진해 왔다. 그런 연고로 요즘은 “저 사람은 국세청 사람임에도 아주 특이한 것 같다”, “세금쟁이는 자기 것만 챙기는 줄 알았는데 나누고 섬기는 일이라면 무조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선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가 되었다.

 

사랑하는 현직에 있는 2만여명의 국세인들이여! 부족한 선배이지만 부득불 필자 개인의 자랑 아닌 자랑(?)을 하나 해볼까 한다. 필자는 현직에 있을때부터 돌아가신 아버지(조석규)와 어머니(강성이)의 가운데 글자를 따서 만든 (재)석성장학회를 통하여 매년 1억5천만원 중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워하는 후배 국세청 직원의 자녀들을 위해 1억원 이상의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1994년 발족 이후 약 2천여명에게 16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해왔으며, 국세청이 존재하는 한 석성장학금은 계속 지급될 것이다.

 

또, 무엇보다도 자랑하고 싶은 것은 주위의 많은 분들의 권장으로 2011년 설립된 (사)석성일만사랑회를 통해 중증장애인의 재활을 돕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1천여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70% 이상이 사랑하는 국세청 후배들로써 ‘장애인 쉼터 건립’을 비롯한 ‘독거장애노인의 장수사진 제작’, ‘음성인식스위치 설치’, ‘재활치료비 지원’, ‘사랑의 쌀 전달’ 등 다양한 중증장애인 지원사업을 실천해오고 있다.

 

다가오는 12월 12일에는 충남 논산지역에 ‘석성 중증장애인 사랑의 쉼터 1호점’이 완공될 예정이다. 이 사랑의 쉼터는 필자의 사재와 여태까지 회원들의 사랑으로 모여진 1억2천만원을 들여 건축하게 되었고, 금년 겨울부터는 20여명의 충청지역 중증장애인들이 서로 의지하며 생활하게 될 것이다. 바라기는 완공이후에는 관할인 대전지방국세청에서 운영해주면 어떨까 한다. 우리 국세인들이 자기 것만 챙기는 세금쟁이가 아닌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따뜻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충청지역주민들에게 널리 널리 알리고 싶다.

 

또, 앞으로 6개 지방국세청에서 관리할 수 있는 ‘중증장애인 사랑의 쉼터’를 매년 한채씩 건립해 줄 방침이다. 각 지역별로 지어진 ‘중증장애인 사랑의 쉼터’를 해당 지방국세청에서 사랑으로 돌보고 관리해 준다면, 우리 대다수 국민들도 국세청을 긍정의 아이콘으로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말없이 열심히 봉직하고 있는 2만여명의 사랑하는 후배 국세인들에게 이 한마디를 꼭 전해주고 싶다.

 

"국민들은 여러분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긍지를 가지십시오. 그리고 '나눔과 섬김'도 한 번 실천해 보세요. 행복감이 밀물처럼 다가 옵니다"

 

사랑합니다. 국세인들이여! 당·신·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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