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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특수관계자 사이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주식과 일반 주식을 동일한 가격으로 거래한 경우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한 사건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6두54213 판결

1. 들어가며

 

법인세법은 조세법규가 예정하지 않은 비정상적인 방법에 의한 조세회피행위가 있는 경우 조세법적 관점에서 이를 부인하여 소득금액을 재계산하는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두고 있다(법인세법 제52조).

 

최근 대법원에서는 (1) 구 법인세법 제52조에 정한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의미와 경제적 합리성 유무에 대한 판단 기준 (2) 부당행위계산의 유형을 규정하고 있는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9호의 의미 (3)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이 적용되는 ‘당해 법인과 특수관계자 간의 거래’에 특수관계자 외의 자를 통하여 이루어진 거래가 포함되는지 여부 등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과 관련된 여러 쟁점을 두루 확인할 수 있는 판결이 선고되었기에,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2. 사실관계

 

(ㄱ) 원고는 스위치 부품 등 전자집적회로 제조업을 영위하는 비상장 법인으로, 2009. 9. 25. 코스닥 상장법인인 주식회사 A(이하 ‘A회사’라 한다)의 주주 소외 8, 소외 9, 소외 10으로부터 A회사의 주식 47만 주를 71억 원(1주당 15,106원)에 취득하면서, 소외 8 등과 사이에 경영권을 원고가 갖기로 하는 경영권양수도계약(이하 ‘이 사건 1차 양수도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당시 소외 8은 1,500,000주 중 340,000주를 양도하여 1,160,000주를 보유하게 되었고, 그 무렵 최대주주였다.

 

(ㄴ) 이후 A회사는 2009. 12. 23. 및 같은 해 12. 29. 1, 2차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하였는데, 원고의 임원이었던 소외 1, 소외 2, 소외 3(이하 ‘이 사건 이사들’이라 한다)은 위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합계 357,929주를 취득하였다.

 

(ㄷ) 원고 및 이 사건 이사들은 2010. 3. 24. 소외 4와 사이에 원고가 보유하는 A회사의 주식 491,671주 및 이 사건 이사들이 보유하는 A회사의 주식 중 1/3인 114,829주 합계 606,500주를 소외 4에게 111억 원(1주당 18,391원)에 양도하고, 원고의 경영권도 소외 4에게 양도하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2차 양수도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ㄹ) 피고 중부지방국세청장은 2013. 6. 3.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2차 양수도계약 당시 A회사 주식의 시가는 2,300원이었는데, 이 사건 이사들은 위 주식을 1주당 18,391원에 양도하였는바, 원고가 이 사건 2차 양수도계약으로 특수관계인인 이 사건 이사들에게 원고가 받아야 할 경영권 프리미엄에 상당하는 이익을 분여하고 원고는 그 만큼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A회사 주식 및 경영권의 거래대가를 적게 수취한 것으로 보아 법인세법 제52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의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하여 이 사건 이사들에게 2010년 상여 1,837,493,658원의 소득처분을 함으로써 원고에게 그에 따른 소득금액 변동통지를 하였다.

 

(ㅁ) 또한 피고 남인천세무서장은 2013. 6. 5. 원고에 대하여 위 (ㄹ)항과 같은 취지로 원고가 이 사건 이사들에게 분여한 이익을 익금산입하여 원고의 2010 사업연도 법인세 및 가산세 690,698,240원을 증액하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위 소득금액 변동통지와 법인세 등 부과처분을 합하여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

 

3. 법원의 판단

 

원심법원은 원고와 이 사건 이사들은 원고가 보유한 코스닥 상장법인 A회사 발행 주식 전부 및 A회사에 대한 경영권과 이 사건 이사들이 보유한 A회사 발행 주식 중 약 1/3에 해당하는 주식을 하나의 계약으로 일괄하여 111억 원에 소외 4에게 매도하고 위 돈을 지급받아 각자가 양도한 주식 수의 비율대로 이를 나누어 가졌는데, 이 사건 이사들은 위 돈 중 경영권 프리미엄에 해당하는 부분을 분배받을 만한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므로, 이 사건 이사들이 받은 돈 중 그들이 양도한 주식의 한국거래소 종가를 넘는 부분은 원고가 특수관계자인 이 사건 이사들에게 원고가 받아야 할 경영권 프리미엄 중 일부를 분여한 것이고, 위와 같은 행위는 구 법인세법 제52조,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9호가 정한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원심법원의 위와 같은 판단에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에서 말하는 시가, 경제적 합리성, 거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보아,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피고 승)

 

4. 대상 판결에서 설시된 부당행위계산 부인 관련 법리

 

(1) 구 법인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2조에 정한 부당행위계산 부인이란,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 거래할 때 정상적인 경제인의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0. 6. 8. 대통령령 제221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각 호에 열거된 여러 거래형태를 빙자하여 남용함으로써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경감시켰다고 하는 경우에 과세권자가 이를 부인하고 법령에 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객관적이고 타당하다고 보이는 소득이 있는 것으로 의제하는 제도이다. 이는 경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행위계산을 함으로써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고, 경제적 합리성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거래행위의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과연 그 거래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한 비정상적인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되, 비특수관계자 간의 거래가격, 거래 당시의 특별한 사정 등도 고려하여야 한다.

 

(2)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이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관하여 제1호 내지 제7호, 제7호의2, 제8호 및 제8호의2에서는 개별적·구체적인 행위유형을 규정하고, 그 제9호에서는 ‘그 밖에 제1호 내지 제7호, 제7호의2, 제8호 및 제8호의2에 준하는 행위 또는 계산 및 그 외에 법인의 이익을 분여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하여 개괄적인 행위유형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제9호의 의미는 제1호 내지 제7호, 제7호의2, 제8호 및 제8호의2에서 정한 거래행위 이외에 이에 준하는 행위로서 특수관계자에게 이익분여가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3) 구 법인세법 제52조,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2항 본문에 의하면 위 시행령 제88조 제1항의 규정은 당해 법인과 특수관계자 간의 거래에 적용되는데, 여기에는 특수관계자 외의 자를 통하여 이루어진 거래가 포함된다.

 

5. 대상 판결의 분석

 

(1)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의미와 경제적 합리성 유무에 대한 판단 기준

 

부당행위계산 부인은 거주자의 행위 또는 계산이 객관적인 사실에 합치되고 또한 법률상 유효·적법한 것으로서 회계상으로는 정확한 계산이라 하더라도, 그 행위나 계산이 특수관계에 있는 자들 사이의 거래이고 ‘저가양도 등 객관적으로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유형의 거래’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세법상 이를 부인하여 정부가 법령이 정하는 방법으로 소득금액을 계산하는 제도로서, 실질과세원칙을 구체화하여 공평과세를 실현하고자 함에 그 입법 취지가 있다(헌법재판소 2017. 5. 25.자 2016헌바269 결정).

 

한편 대법원은, 법인의 행위계산이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각 호에 열거된 ‘저가양도 등 객관적으로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유형의 거래’에 일응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경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행위계산을 함으로 인하여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하였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면 부당행위계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2두1588 판결). 따라서 과세관청이 납세자의 거래행위가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각 호의 거래행위에 해당되는 사실을 입증하면 일응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에 해당된다는 사실의 입증이 있는 것으로 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거래행위가 ‘경제적 합리성’을 갖는다는 점에 관하여는 납세자에게 입증의 필요가 돌아간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펴보면, 원고와 이 사건 이사들은 원고가 보유한 A회사 발행 주식 및 A회사에 대한 경영권과 이 사건 이사들이 보유한 A회사 발행 주식을 하나의 계약으로 일괄하여 111억 원에 소외 4에게 매도하고 위 돈을 지급받아 각자가 양도한 ‘주식 수의 비율대로’ 이를 나누어 가졌다.

 

그런데 원고가 보유하던 경영권이 수반된 각 주식의 가치와 이 사건 이사들이 보유하던 각 주식의 가치는 동등하지 않다. 회사의 발행주식을 경영권과 함께 양도하는 경우 그 거래가격은 주식만을 양도하는 경우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하는 일반적인 가격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1두939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고와 이 사건 이사들이 각자가 양도한 주식 수의 비율대로 매매대금을 나누어 가진 것은 객관적으로 보아 정상적인 거래라 할 수 없다. 즉, 경영권 프리미엄에 따른 이익은 오직 원고에게 귀속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이사들에게도 분배된 것은, 원고가 그 특수관계자들인 이 사건 이사들에게 이익을 분여한 것으로서 부당행위계산의 유형에 해당한다.

 

이후 소송 과정에서 원고는 자신이 A회사의 최대주주이고 이 사건 이사들은 A회사의 경영진으로서 이 사건 이사들이 보유한 주식에도 당연히 경영권 프리미엄이 가산되어야 하므로 이 사건 거래행위는 경제적 합리성을 갖춘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원고가 가지고 있던 경영권은 이 사건 이사들과는 무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 이사들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분배받을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부당행위계산의 유형을 규정하고 있는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9호의 의미

 

부당행위계산의 유형에 관하여는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각 호에서 열거하고 있다. 제1호 내지 제8호의2에서는 개별적·구체적인 행위유형을 열거하고 있고, 제9호는 ‘그 밖에 제1호 내지 제8호의2에 준하는 행위 또는 계산 및 그 외에 법인의 이익을 분여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하여 개괄적인 행위유형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개괄적 행위유형 규정을 둔 것은 다양하고 우회적인 부당행위계산의 유형을 개별규정에서 빠짐없이 특정하여 열거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이 고려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면, 원고와 이 사건 이사들의 ‘매매대금 분배행위’를 저가양도 등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8호의2에 열거된 행위유형으로 포섭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다만 원고가 자신에게 귀속되어야 할 경영권 프리미엄을 위 ‘매매대금 분배행위’를 통해서 이 사건 이사들에게 나누어 준 것은 ‘법인의 이익을 분여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함이 분명하므로, 이를 제9호의 규정을 근거로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본 판례의 태도는 타당하다.

 

대상 판결은, 다양하고 변칙적인 부당행위계산에 대처하기 위하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9호를 적용하여 부당행위계산 부인을 긍정한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3)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이 적용되는 ‘당해 법인과 특수관계자 간의 거래’에 특수관계자 외의 자를 통하여 이루어진 거래가 포함되는지 여부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은 각 호에서 부당행위계산의 유형을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은 그 행위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당해 법인과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특수관계인 외의 자를 통하여 이루어진 거래를 포함한다)에 대하여 이를 적용한다.”라고 하여 특수관계인 외의 자와의 거래를 통하여 이루어진 거래의 경우에도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위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2항을 근거로 ‘특수관계자 외의 자를 통하여 이루어진 거래’가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은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이 법 또는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를 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으로 보아 이 법 또는 세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수관계자 외의 자를 통하여 이루어진 거래’가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에 포함된다는 대법원의 결론은 정당하다.

 

다만 이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를 볼 때, 이 사건 각 처분은 이 사건 2차 양수도계약 자체를 부당행위계산부인 대상으로 본 것이 아니라, 이 사건 2차 양수도계약 후 원고 회사와 그 특수관계자인 이 사건 이사들 사이에서 공동으로 수수한 매매대금 111억원을 각자가 양도한 주식의 실질적인 대가에 의하지 않고 형식적인 주식 수의 비율에 따라 나눈 그 분배행위 자체를 부당행위계산부인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이므로, 굳이 제3자를 통하여 이루어진 거래가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설시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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