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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6. (금)

내국세

출고가격 한시 인하로 논란이 된 '주류가격신고제'

오비맥주 내달 말까지 39일간 출고가 한시 인하
도매업계 "인상 재고 물량을 인하된 가격에 팔 수 없어…밀어내기 우려"
업계-편의점.할인매장 인하 즉각 반영, 음식점 등 소매업소는 미지수 관측
주류가격신고제 이후 '밀어내기' '사재기' '가격 혼란' 부작용 지적도
국세청 "출고가 인하…정해진 기간 내 신고하면 문제될 게 없어"

 

국세청의 주류가격명령제가 폐지되고 주류가격신고제로 전환되면서 주류업체간 가격경쟁이 종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주류가격신고제가 '밀어내기' '사재기' '가격혼란'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도매유통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24일 주류유통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지적은 오비맥주가 23일 맥주 출고가 인하를 전격 발표하면서 확산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이날 카스 맥주의 출고가를 패키지별로 약 4~16% 인하하고,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 출고가를 현행 1천203원에서 1천147원으로 내렸다. 발포주 '필굿'의 가격도 355ml 캔은 10%, 500ml 캔은 41% 가량 낮춰 도매사에 공급키로 했다. 단, 단서가 붙었다. 출고가 인하는 7월24일부터 8월31일까지 39일간이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의 이번 출고가 한시 인하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39일간 한시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그렇고, 지난 4월 주요 맥주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한 지 4개월여 만에 정반대의 인하조치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오비맥주 측은 이날 출고가 한시 인하 배경과 관련해 "여름 성수기에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판촉행사를 기획했다"며 "소비자 혜택 증대에 초점을 맞춘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의 취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주 판매 성수기에 가격을 낮춤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싼 값에 공급하고, 국세청 고시 시행을 앞두고 '리베이트' 보다는 '가격경쟁'에 나선다는 취지라는 것.

 

그러나 도매 등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오비맥주의 한시적 출고가 인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경쟁 제품인 하이트진로의 '테라'를 견제하기 위해 '출고가 인상→한시적 인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도매업계에서는 4월 출고가 인상 전 밀어내기로 인한 재고에다, 국세청 리베이트 고시 시행을 앞두고 이뤄진 밀어내기 재고 물량이 상당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출고가 인하는 8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이뤄지며, 9월부터는 다시 인하 전 가격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이 기간 '밀어내기-사재기'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한 도매사업자는 "예전에는 한 회사가 술 값을 올리면 다른 회사도 한두 달 새 따라 올렸는데 요즘에는 그같은 관행이 깨진 것 같다"면서 "리베이트 고시 시행 전에 (밀어내기에 따라)술을 미리 사놔 재고가 쌓여 있는데 다 소진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술을 인하된 가격으로 팔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다른 도매사업자는 "심지어 1년 분할 상환 방식으로 술을 받아 재고로 쌓아 놓은 곳도 있다"면서 "시장에서 4월전 재고분, 4월후 인상 분, 8월 인하 분 등으로 구분해 판매하기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가격이 혼란스럽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슈퍼나 편의점, 할인매장 등은 이번 출고가 인하가 즉각 반영될 수 있지만, 음식점과 같은 소매업소에서는 이번 출고가 인하가 즉각 소비자가에 반영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이 많다.

 

이런 가운데 도매업단체 회원들은 기존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는 오른 가격에 산 술을 인하된 가격으로 팔 수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재고 물량이 소진된 이후에 출고가 인하 물품이 유통되는 절차상의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본다"며 "결과적으로 이번 출고가 인하 조치는 경기침체 상황에서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국산맥주 소비 촉진을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현행 주세법령상 오비맥주의 이번 출고가 한시적 인하는 '합법'이다. 주류가격신고제로 전환됐기 때문에 이번 인하조치와 관련해 오는 10월25일까지 인하된 가격을 신고만 하면 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가격을 인상하고 인하하는 것은 제조사의 영업 전략이기 때문에 국세청이 이렇다 저렇다 언급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며, 적법한 내부의사결정 절차를 거쳤고 정해진 기간 내에 신고를 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매업계에서는 결과적으로 주류가격신고제 시행 이후 '밀어내기' '사재기' '가격 혼란'과 같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데 국세청이 뒷짐 지고 지켜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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