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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6. (금)

주류

지방소주취급도매상 불리해져 '눈치보기' 심해질 듯

주류도매업계 움직임


하이트맥주의 진로소주 인수와 관련, 주류도매사업자들은 애써 태연한 척 하면서도 내심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수학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장은 "어느 회사가 어느 회사를 인수했는가는 크게 중요치 않다"면서 "최근 주류시장의 큰 흐름은 소비자들의 기호를 가장 중요시해야 한다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어 "하이트맥주가 진로소주를 인수해 성공하려면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해 영업하고, 도매사업자와의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또한 "토요휴무제 실시, 경기침체 등으로 최근 들어 주류 소비량이 신장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제조사와 도매사업자와 합심해 마케팅을 공동으로 펼치는 것만이 공멸을 막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재무구조가 건실하고 주류판매량이 많은 일부 도매사업자들은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이다.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함으로써 우려되는 갖가지 변칙적인 영업행위가 있더라도 어느 정도는 감내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도매상과 재무구조가 취약한 도매사업자들은 "도매사업자는 제조사와 등지고는 살 수 없는데, 하이트가 요구하면 들어주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실제 경상도의 경우 맥주는 하이트가 85∼90%, 진로소주는 5∼10%를 점하고 있는데, 하이트가 맥주시장 점유율파워를 활용, 지방 소주시장 공략에 나서면 지방소주를 취급해 온 도매상들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하이트맥주의 진로소주 인수이후를 그냥 좌시해서는 안된다"는 강경론도 제기되고 있다.

도매업계에서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끼워팔기', '밀어내기' 등 변칙적인 영업행태를 근절시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도매사업자는 "하이트는 타사의 맥주를 많이 파는 도매상을 견제한다든가, 지방 소주를 많이 파는 도매상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맥주와 소주 제조사들이 힘의 균형을 이루면서 경쟁을 해야 도매상도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게 되는데,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 이제는 '눈치보기'가 심해질 것"이라는 자조 섞인 우려도 표출되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 도매사업자들은 진로소주가 수도권시장의 90%이상을 점하고 있고 맥주시장은 OB가 약간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OB와 하이트의 일대 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도매상은 "도매장은 판매감소 및 경기침체로 적자상태가 이어지는 등 한마디로 '그로기' 상태에 놓여 있다"며 "상황이 이러한데 공룡한테 덤벼봐야 무슨 득이 되겠느냐"고 자탄했다.


기동취재팀:오상민·오관록·박성만·최삼식·김원수·강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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