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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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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개편, 권력 내려놓기로 '부처 자율성-소통 확대'

청와대가 11일 단행한 조직개편은 기능 축소와 핵심 어젠다 중심의 업무 재편을 통해 부처의 자율성을 늘리고 대선 과정에서 강조해 온 소통의 가치를 적극 실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윤영찬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현재의 '1실장 10수석 41비서관'을 '2실장 8수석 2보좌관 41비서관' 체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청와대 비서실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이날 오후 4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직제개편안을 통과시켰다. 개편안은 이날 오후 5시20분 관보에 게재돼 즉시 효력이 발생했다.

이번 개편안은 각 부처에 대한 청와대의 권력 내려놓기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는 책임총리제의 실현 의지를 다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각 부처 장관이 청와대의 간섭과 통제에서 벗어나 책임총리와 함께 자율적으로 내각을 운영하고 청와대는 부처를 관리하는 대신 대통령의 핵심 정책 어젠다를 맡아 집중 관리하는 체계를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선 청와대는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운영됐다가 폐지된 정책실장을 장관급으로 되살렸다. 정책실장의 임무는 국가적 정책 아젠다의 체계적 관리다. 

이는 대통령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젠다를 청와대가 맡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를 바란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책실장 직속으로는 차관급인 경제보좌관과 과학기술보좌관이 신설된다. 경제보좌관은 거시경제의 방향 설정이라는 큰 틀을 맡으며 과학기술보좌관은 4차 산업혁명 대응과 과학기술 발전 전략을 담당한다.

2개 보좌관이 신설된 대신 수석비서관은 기존 10명에서 8명으로 줄었다. 비서실장 산하에 정무·민정·사회혁신·국민소통·인사수석 등 5명이, 정책실장 산하에 일자리·경제·사회수석이 포진한다.

수석비서관은 규모가 축소됐을 뿐만 아니라 기능도 대폭 통합·조정됐다. 기존 청와대 수석실은 각 행정부처를 사실상 지휘·통제하는 성격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미래전략수석실은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윈원회를, 교육문화수석실은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각각 대응해 운영되는 식이다. 

이에 따라 일선 부처의 자율성을 떨어트려 정부 운영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번 개편을 통해 정무·민정·홍보·경제·인사수석을 제외한 정책조정·미래전략·교육문화·고용복지수석실은 사회혁신·일자리·사회수석실로 통합되거나 기능 이관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윤 수석은 "비서실을 개별부처 대응에서 정책 어젠다 중심으로 개편한 것"이라며 "정부 부처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한편, 국정 핵심 어젠다에 대한 추진동력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에서 민정과 함께 정권의 가장 핵심적인 수석실로 꼽혀오던 경제수석실 산하 비서관도 기존 경제금융·산업통상·중소기업·국토교통·농축산식품·해양수산 등 6명에서 경제정책·산업정책·중소기업·농어업 등으로 축소됐다.

이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고 부처 위에 군림하는 조직이 아닌 함께 하는 조직으로 청와대를 바꾸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청와대 체계는 부처 대 청와대 비서관실의 일대일 대응체계였는데 그 체계를 완전히 허물은 것"이라며 "부처에 군림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대통령의 핵심 과제를 지원하고 부처와 함께 협의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신설된 자리들의 면면도 이번 조직 개편이 국정 핵심 어젠다의 실현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게 일자리수석의 신설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하달할 만큼 일자리 창출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 왔다. 일자리수석 신설도 이같은 맥락에서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것이다.

또 치솟는 집값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주거복지를 지원할 주택도시비서관, 긴박한 국정현안으로 떠오른 한·미 FTA 등 통상 이슈를 전담할 통상비서관, 사회적 기업과 공유 경제 육성을 담당하는 사회적경제비서관, 지방 분권과 자치 강화를 위한 지방자치비서관,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 발전이 목적인 균형발전비서관 등 신설된 비서관급 자리도 문 대통령의 핵심 정책 구현에 초점이 맞춰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처가 일을 해야 한다. 부처가 청와대 눈치만 보지 않고 장관이 책임지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이라며 "대신 청와대는 대통령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와 어젠다들을 중점적으로 확실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던 것처럼 청와대 조직에서 유난히 소통이 강조된 것도 이번 개편안의 특징이다. 

당장 대국민 소통과 언론과의 협조를 담당하는 홍보수석실은 국민소통수석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단순히 이름만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기능도 확대돼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를 뒷받침하고 국민공감의 국정홍보를 구현할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신설된 사회혁신수석도 소통이 주요 임무다. 윤 수석은 "시민사회와의 소통과 대화를 담당하며 지역과 사회의 혁신적 활동들을 수렴함으로써 공동체발전과 국민통합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비서실과 함께 개편된 국가안보실은 '1차장 5비서관'에서 '2차장 8비서관' 체제로 바뀌었다. 비서실에 비해 큰 변화는 없지만 기형적인 구조를 정상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대표적으로 22명의 정원을 43명으로 늘린 것이다. 외형이 커지는 것 같지만 이는 그동안 기형적 형태의 파견근무로 일해 오던 21명을 안보실 소속으로 전환시키는 것이어서 실질적 규모는 별 차이가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보실이 기형적인 게 정원은 22명 밖에 안되는데 실제 근무 현원은 60명쯤 된다"며 "특수직들을 파견받아 일하게 만든 것인데 그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원을 안늘리려 기형적으로 만들어놓은 것인데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특수직을 줄이고 정규직화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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