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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08. (수)

경제제도개혁의 골든타임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7.5%로 발표됐다. 건설경기 및 부동산 경기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견조하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도 최근 경제 지표로 볼 때 경제활동에서 의미있는 회복이 진행되고 있어 1분기 이후 나머지 기간의 성장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IMF에서는 미국의 2014년 경제성장률을 당초 2.8% 성장 예상에서 대폭 낮춰 지난해와 비슷한 2%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선전하는 모습이다. 한편 우리의 대내 경제환경은 어떠한가?

 

사실 경기사이클로 보면 2014년은 경기호황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으나 현실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1년만에 ‘완만한 경기 개선’ 대신 ‘부진’이라는 표현을 썼고, 새로 출범한 최경환 경제팀 경제운용방향의 기준이 되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의 4.1%(신기준)에서 3.5∼3.7%로 내릴 예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민간 경제연구소들에 이어 한국은행도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내렸다. 가계 부채가 치명적으로 소비 부진을 낳고 있어 저성장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방정식을 찾는 게 매우 시급하다는 최 부총리의 인식에 공감한다. 내수 부진이 저성장, 저물가, 과다한 경상수지 흑자로 이어지면서 거시경제를 위협하고 있고 수출과 내수, 가계와 기업이 모두 축소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의 경제시스템은 중국이나 미국과는 크게 다르다. 중국은 당 중심의 철저한 계획경제와 다른 한편에서는 자율경쟁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보장하는 이중구조를 확실하게 보장하고 있다. 미국은 시장의 매커니즘을 신뢰하고 정부의 역할로 인해 시장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데 보수와 진보진영의 의견이 다르지 않다. 다만 피케티가 21세기 자본론에서 주장하고 있는 소득과 부의 양극화 및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재분배 정책의 강도에 대한 생각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경제시스템은 상당부분 이중구조로 설명이 가능하다. 고용증대와 크게 관계가 없는 소수의 대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혁신역량이나 순이익 차원에서도 압도적인 지위를 향유하고 있다. 반면에 정작 대부분의 고용이 이뤄지고 있는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중심의 자영업 등의 분야에서는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격차가 발생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고용인원 비중과 고용 유발효과가 작은 제조업이 성장을 주도하고 고용인원이 많은 서비스업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저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산업별 고용 비중은 서비스업이 69.8%로 가장 높고 제조업(16.7%), 건설업(7.0%) 등 순이었다. 결국 산업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성장의 온기가 고르게 전달되지 못하고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들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속하는데 힘이 부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국가경쟁력이고 그것도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함양하는 것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지만 방법론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 수준이 매우 낮다.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는 지나친 정치 우위의 자원 배분구조를 고쳐나가야 하며 그 방향은 인센티브를 기제로 한 성과 중심이 돼야 한다. 거래의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회계제도의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를 구호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탈세의 편익 대비 비용을 확실하게 지불하도록 하는 국세행정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시장을 이끌기보다는 시장의 실패부분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정부의 규제시스템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 2기 내각의 골든타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전혀 다르게 다가올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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