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도사들 "회사 문 여는 날, 주2~3일에 불과"
방역강화 조치로 매출 '급전직하'…예년 대비 50~70% 감소
“지난해 3월 코로나19 생활속 방역조치가 처음 시행될 때만 해도 이 정도라면 버틸 수 있겠다. 조금만 버티면 끝나겠지 생각했다. 그리고 2차유행 때는 국민의 도리를 다한다는 각오로 버텼다. 그런데 3차 대유행이 오고 방역지침이 훨씬 더 강화된 지금은 더 이상 버텨낼 힘이 없다.”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게 지원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주류도매업에 대한 지원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기댈 곳도 도와주는 곳도 없다.”
종합주류도매사업자(이하 종도사)들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폐업⋅부도 등 사업을 접어야 하는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음식점, 유흥업소, 주점의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종도사의 현재 영업상황은 거의 ‘스톱’된 상태나 마찬가지이고, 이로 인해 업계에 종사하는 2만여 직원은 실직 위기에 처했다. 실제 몇몇 종도사는 아예 문을 닫거나 직원 감축에 나서고 있다.
서울에서 40년째 주류도매업을 하고 있는 S유통 강모 사장은 “지난해 11월 3차 대유행으로 1천여명의 확진자가 매일 쏟아지면서 방역지침이 더욱 강화됐는데,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고통이다”고 하소연했다.
D상사 김모 사장은 “주류매출이 거의 없어 사장 혼자 회사에 출근해 사무실을 지키는 날이 많아졌다”며 “이런 고통을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도움을 요청할 곳도 마땅치 않다”고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이지만 종도사의 경우는 집합금지업종에 해당하는 거래처들이 방역조치 강화로 아예 문을 닫거나, 주된 영업처인 식당마저 밤9시까지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사실상 주류매출이 뚝 끊겼다. 여기에 5인 이상의 식사⋅모임⋅행사가 사실상 금지되면서 매출은 급전직하 했다.
업계에 따르면, 종도사의 코로나19 이후 매출감소 폭은 예년 대비 작게는 50%에서 크게는 70%를 상회한다.
강모 사장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처럼 피해보상도 받지 못하고 정부의 세제혜택 또한 기대할 수 없다”면서 “주류산업의 한 축인 종도사가 무너지고 있는데 정부부처 어디에서도 관심이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지난해의 경우 종도사들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근근이 버텼다. 일부는 주 1~2회 휴무를 하며 문을 닫는 상황 만큼은 막으려 애썼으나, 작년 연말부터는 오히려 회사 문을 여는 날이 주2~3일에 불과할 정도로 악화됐다.
최대 매출시기인 12월 실적도 예년에 비하면 거의 ‘0’에 가깝다. 집합금지조치로 해당업소가 문을 닫고 식당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연말영업이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지난 1년 동안 매출감소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는데, 최대 성수기인 연말특수까지 사라지면서 막다른 길로 몰리는 상황이 됐다.
종도사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상생’을 외치며 극복 의지를 불태웠다.
2차유행 당시 최악의 판매부진이 닥치자 ‘거래처 침탈 금지’ ‘인력 감축 자제’를 외치며 업계 스스로 ‘상생 경영’을 시도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소규모회사에게는 급한 제품을 지원해 주며 격려했다. 주류제조사도 물품대금 결제금액을 일정기간 유예해 주는 지원책을 내놓았다.
김모 사장은 “종도사마다 자구책을 마련해 정상적인 경영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시장의존도가 높은 업종이라 거의 실신상태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실직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우리끼리 버텨 낸다는 것은 이제 역부족이다”고 하소연했다.
유준용 서울지방종합주류도매업협회장은 “종도사들이 코로나19로 입은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어디에서도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면서 “주류산업의 안정을 위해서는 종도사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와 관련업계에서 실질적인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