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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2. (일)

기타

[寸鐵活仁]때늦은 回心일 망정…


장재철(張在鐵) 시인
本紙 論設委員

남자나이 환갑 쯤되면 흔히들 자기부인을 가리켜 `우리집 할망구가 어떻고……'하는 매우 `얀정없는 呼稱'을 붙여 말하는 사람을 본다.

그러나 얼핏 아내에 대한 능멸(凌蔑)처럼 들리는 이 말에는 알고보면 `젊지 않은 아내'에 대한 憐憫과 哀矜과 感謝하는 마음까지 소복이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내 집에 와서 오래된 사람……. 나를 위해서 고생을 한, 그래서 늙은 女人'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을 그저 낭송조로 재미있게 읊어 본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異花接精의 어지러운 세상에서 한평생을 자기곁에서 늙고 있는 한 여인의 가냘픈 존재가 그 어찌 살갑고 소중하지 않겠는가…….

自古로 사내들의 여자에 대한 庇護本能은 상대가 꼭 女子라 해서 촉발되는 것은 아니다.

演壇을 주먹으로 꽝꽝 치며 獅子吼를 하는 女流政客이나 닷말(五斗)들이 쌀가마를 번쩍번쩍 들어올리는 `헌걸찬 女丈夫'에게는 어쩌다가 畏敬의 念은 생길지언정 거기에 무슨 사내의 비호본능인들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있겠는가…….

요즘의 女權運動家나 宗敎的省察의 迷路를 헤매는 博愛主義者가 들으면 그 자리에 까무러칠 소리일지는 몰라도 아무리 女子라 해도 상대가 연약하고 사랑스러울 때 비로소 아껴주고 감싸주고 지켜주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을까? 아무튼 늙으막에 가진 夫婦愛는 마치 오랜 航海끝에 와닿는 母港처럼 아늑하고 평안한 것. 實社會와의 調和를 못이룬 劣敗者의 불우한 처지에서 더욱 切實하고 애틋할 것이다. 다 없어지고 단 하나 남은 `秘匿財産'처럼 서로의 존재가 그만큼 소중할 것이다.

그런데 그같은 사내의 알뜰하고 至順(?)한 마음을 몰라주고 툭하면 `흥! 젊어서가 사내고 계집이지 다 늙어빠진 서방 어디다 써?'하는 `잡스러운 탓을 대어' 남편의 回心을 징그럽다는 듯 떠다버리는 `매정한 婦心'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본다. 造物主의 앗차하는 실수로 인한 生理的違和現象인지 아니면 更年期 여인 특유의 嗜虐인지는 몰라도 `먹고 살 것 있고 자식들만 있으면 된다'고 뇌까리는 일부 初老女人들의 `心毒한 吐破'는 이 세상 中老男性들을 몹시 슬프고 살맛없게 만드는 呪文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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