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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1. (토)

관세

[세관야화]밀수보상금 대신 정보비 지급

수출드라이브 정책하 기업탈세, 국익위해 때론 눈뜬 장님되기도


우리나라의 각 세관은 관할지역에 따라 그 성격이 조금씩 다른데 서울본부세관은 심리세관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는 대부분의 수출입업체 본사가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체들은 군사정권아래서 펼쳐진 수출드라이브 정책과 맞물려 합법을 가장한 관세포탈사건, 무역거래상의 가격조작, 위장무역밀수출입 등 불법행위를 예사로 했다. 당시 기업 관계자들은 업무 미숙에서 오는 관세법 위반사건도 있었으나 대부분 고의성 범법행위가 태반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밀수전담반이 배치되고 사건처리도 많아졌다. 또 정보망 확보가 용이해지고 정보제공사건을 정확히 처리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밀수정보와 무역거래, 법 위반사건 등 새로운 업무가 크게 늘었다.

세관 내부적으로 사건이 발생할 경우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있었으나 때에 따라서는 정책적인 배려가 요구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당시 관계자들은 털어놓는다.

이런 정책적 배려가 요구되는 경우에는 심리조사요원의 마음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80년대 某 청장 재임시절, 국내 굴지의 A그룹에서 합법을 가장한 관세포탈을 하다 들통나 조사를 진행하던 중 박진병 서울세관장은 그 기업사건관련 내용을 요약해 청장에게 보고를 했다.

요약서가 올라간 얼마후 청장은 적정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어떠냐고 하면서 서울세관장에게 되물어왔다. 해당 기업의 대외신용도, 소급 추징에 따른 많은 벌과금 부과 등 국가 이익측면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었다. 불법을 눈앞에서 보고서도 조사를 주저해야 하는 당시 여건을 살필 때 박 세관장은 청장의 숨은 고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시간이 꽤 지난 후 박 세관장이 심리과를 순시하던 중 마침 그날이 밀수적발 보상금을 지급하는 날이어서 직원들끼리 그 사용방안은 논의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됐다. 그런데 기업사건을 전담한 某 계장과 각 반원들은 팔짱만 끼고 있었다. 사정상 기업사건 수사가 중지됐으니 실제로는 검거 실적이 있었더라도 서류상으로는 실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보상금이 있을 수 없었다.

직원들의 낙담한 표정으로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이에 박 세관장은 담당 계장을 불러 본인의 정보비를 털어 주며 열심히 일했는데 미안하게 하게 됐다고 위로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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