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제 마음속에 남아 있던 밀린 숙제를 다 한 것 같은 후련함과 뿌듯함을 느낍니다."
고은경<사진>씨. 조세계에 세법 이론과 실무를 모두 갖춘 실력파 조세전문가로 이름나 있다. 27년차 현직 개업세무사로, 경영학박사(상명대)이자 법학박사(중앙대)다. 제13대 한국여성세무사회장을 지냈다.
조세전문가인 그가 최근 '똑똑한 기부'를 해 세정가의 귀감이 되고 있다. 자신이 대학 시절 받았던 국가장학금 혜택을 같은 처지에 있는 후배들에게 몇 배로 되돌려준 것이다.
그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운 수재들이 상고(商高) 진학을 많이 했는데 고 세무사 역시 가정형편상 서울여상에 진학했다. 졸업 후 국내 최고 대기업 S社에 입사했으나 "평생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퇴사 후 몇 개월의 노력 끝에 마침내 상명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가정형편상 장학금이 필요했던 그는 입학하자마자 학과 공부에 열중했고 1학년 1학기 학과 수석을 차지함과 동시에 당시 한 대학당 한명에게만 주어지는 국가장학금(4년제) 혜택을 받게 됐다. "그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의 힘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는 국가장학금 덕택에 대학을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고 세무사시험에도 합격해 1991년부터 지금까지 세무사사무소(세무법인 다솔위드 안양)를 경영하고 있다. 지인들은 "세무사로서 성공적인 삶"이라고 그를 평가한다. 한국여성세무사회장을 지냈고, 한국세무사회․한국세무학회․한국조세연구포럼․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에서 임원을 맡아 납세자 권익보호를 위한 봉사활동을 했다.
세법개론서를 쓸 정도의 탄탄한 이론과 실무능력을 갖춘 그는 국세청을 비롯해 국무총리실, 행정자치부, 경기도, 서울 서초구청, 안양세무서, 안양시, 소방방재청, 법무부 등 국가기관과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에서 위원회 위원 또는 전문강사로 활약했다. 상명대, 안양대, 경희대, 여주대, 단국대 등 수도권 대학에서 강사 및 겸임교수로도 활동했다.
"호기심에서 별도의 통장을 만들어 강의료, 정부 위원회 회의참석 수당 등 세무사 수입 외의 부수입을 모두 모으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문득 '언젠가 성공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라던 대학교때 장학재단 관계자의 말이 떠올라 딱 10년간 모아서 금액이 얼마든 모두 기부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해서 지난 10년 동안 통장에는 여주대.단국대 등 대학, 군포․안양․의왕.서울상공회의소, 법무부, 경기도, 안양시, 서울지방조달청, 행정자치부, 국세청, 안산교육청, 안양세무서, 서울 서초구청, 신한생명, 한국지방세연구원, 한국세무사회 등 각 기관과 단체에서 위원활동 및 강의로 입금된 금액이 빼곡하게 적혔다. 총 3억원이 넘는 돈이 쌓였다.
고 세무사는 이중 1억원을 남편이 국제로타리 3750지구 총재를 역임한 인연으로 지난달 로타리재단에 기부했고, 지난 6월에는 한국로타리에서 운영하는 한국장학문화재단에 1억3천500만원을 기부했다. "한국장학문화재단에 기부하면 1년이 지난 후부터 기부자가 장학생을 지명할 수 있는 '관명장학금' 제도가 있는데 이곳에 기부하는 것이 내가 원하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통장에 있는 나머지 금액은 내년에 기부하기로 약정해 놓은 상태다.
고 세무사는 "대학 시절 그 장학금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내가 기부한 작은 마음이 뜻을 가지고 있는 또다른 누군가의 길이 돼 줄 수 있다면 그 이상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