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조사…활용 못하는 소방관 진입창 의무설치 등 10건 선정
국민·기업이 꼽은 10대 규제 개선과제에 부부 공동재산에 상속세 부과가 선정됐다. 사다리가 닿지 않는 고층에 소방관진입창 의무 설치 등도 지목됐다.
대한상공회의소 규제투자애로접수센터는 15일 국민·기업이 규제개선을 검토할 규제로 지목한 10건의 규제사례를 공개했다.
규제투자애로접수센터를 통해 기업 현장에서 발굴한 과제들로, 대한상의 소통플랫폼 ‘소플’을 통해 개선 필요성에 대해 국민들의 공감을 많이 받은 과제들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3일간 진행된 이번 조사는 국민 446명과 기업관계자 731명 등 총 1천177명이 참여했다.
국민들이 개선 필요성에 가장 많이 공감한 규제로는 소방사다리가 닿지 않는 고층에도 진입창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한 규제가 꼽혔다.
현행 법령으로는 건물의 2층부터 11층까지 소방사다리를 이용해 소방관이 진입할 수 있는 창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A반도체공장의 경우 한개 층의 층고가 약 8m로, 일반 건축물(2.8~3m)보다 훨씬 높아 사다리가 고층에 닿지 못해 진입창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사다리가 닿지 않는 구간에 대해서는 제도를 유연화하고, 대신 건물 내부에 비상용 승강기나 안전 구역 등의 안전조치를 마련하는 등의 합리화 방안을 제안했다.
규제 때문에 매입한 부지에 공장의 추가 주차장을 설치할 수 없어 인근 국도를 이용하게 된 사례도 있다 생산관리지역에 설치 가능한 20여개 시설에 주차장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활동과 투자를 가로막는 토지이용규제도 재검토 필요한 사례로 포함됐다. 이미 공장이 들어선 후에 해당 지역에 토지이용규제가 적용되면서 신증설 투자에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민 불편을 유발하는 과제들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경로당에 가스레인지를 설치하는 비용이 일반 가정보다 최대 5배 이상인 경우가 대표적이다. 일반 가정의 가스레인지는 도시가스 서비스센터를 통해 2~3만원으로 설치할 수 있지만, 경로당은 제1종 가스시설시공업자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15만원 이상의 설치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해외 주요국과 달리 배우자에게 상속세 부과도 재검토 필요성에 공감을 받았다. 부부가 공동으로 재산을 형성했는데, 한 사람이 사망하면 배우자에게 상속세가 부과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에서는 배우자 상속분에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보편화된 OTA(자동차 소프트웨어 원격 업데이트)가 현행 법령상으로는 불법 △법정단위(그램 등) 외 비법정단위(파운드, 온스)가 표시되는 저울 판매는 불법 등도 현실과 동떨어진 사례로 지목됐다.
접경지역 중견기업은 인력 부족도 수도권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노동자 배정이 안되는 점,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되는 가업상속공제 요건 등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추가 의견이 있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규제는 국민을 보호하는 등의 긍정적인 기능도 있지만 시대와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기업현장, 일상생활의 규제들은 유연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기업과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상식적·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