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에 추가금까지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24곳
직장인 평균월급 훌쩍 뛰어넘는 이용료 '산후조리원' 12곳
연간 대학등록금의 3배 넘는 원비 '영어유치원' 10곳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이 스.드.메 업체 등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브리핑을 하고 있다. ](http://www.taxtimes.co.kr/data/photos/20250207/art_17392420407425_f71494.jpg)
결혼부터 출산과 육아에 이르기까지 젊은 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떠넘기면서도 정작 본인의 세금은 각종 수법을 동원해 회피해 온 결혼·출산·유아교육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가 전격 착수됐다.
국세청은 결혼과 출산의 문턱에서부터 젊은 세대의 삶을 힘겹게 만드는 결혼·출산·유아교육 사업자들이 높은 소득을 올리면서도 납세의무는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1일 밝혔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세무조사에 결혼·출산·유아교육 시장의 비정상적 현금 결제 유도나 비용 부풀리기 등 부조리한 관행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조사대상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을 비롯한 관련인의 재산 형성 과정까지 세세히 검증하는 등 강도 높게 세무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민생침해 탈세혐의로 조사대상에 오른 이들은 깜깜이 계약과 추가금 폭탄 등 불투명한 가격구조로 소비자를 기만해 온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일명 스·드·메)업체 24개와 직장인 평균 월급을 뛰어넘는 이용료에도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인 산후조리원 12개 업체, 연간 대학등록금의 3배가 넘는 원비를 자랑하는 영어유치원 10개 업체 등 총 46개 업체다.
24개 업체가 세무조사 선상에 오른 스·드·메 시장은 ‘오늘이 제일 싸다’라는 말이 통용될 만큼 소비자를 기만하는 상술이 극에 달해, 예비부부들은 계약하고도 어디에서 추가금 견적서가 날아들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스·드·메시장을 경험한 젊은 세대에선 “경차 사러 갔다가 롤스로이스 사고 나온다더니, 결혼 준비도 똑같더라”, “스튜디오 촬영비와 보정비까지 다 냈는데, 원본 구입비를 따로 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 “자기도 모르게 을이 되는 느낌이다. 순순히 따라가지 않으면 불이익이 올까 두렵다” 등등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에 따르면, 결혼준비서비스 과정에서 겪은 민원제기가 2021년 1천38건에서 2023년 1천505건으로 급증했으며, 결혼 준비 과정에서의 스드메 비용도 급등했다.
그러나, 결혼 준비는 인생에 한번 뿐이라는 말에 기분 나쁜 내색을 하지 못하고 업체의 상술에 끌려다니다 보니, 결혼 비용은 어느새 천정부지로 솟는 등 결혼 전 우울증을 호소하는 예비부부마저 생겨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 조사 대상자는 처음 계약시 안내한 기본 계약 내용 외에 ‘추가금’을 다수의 차명계좌에 이체하도록 유도하는 등 소득신고를 누락한 후 자산증식의 재원으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자녀 또는 배우자 명의를 빌려 추가 사업체를 설립한 후 매출액을 두 업체 간에 분산하는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밝혀졌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을 악용해 출산비용을 지속적으로 상승시켜 온 산후조리원 12개업체도 조사선상에 올랐다.
산후조리원은 임신과 동시에 ‘예약전쟁’이 필요할 정도로 산모들의 필수코스로, 매년 이용료를 가파르게 올린 탓에 예비부모들은 가장 큰 행복인 임신의 순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채 한 달 월급을 능가하는 산후조리 비용에 한숨마저 쉬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산모 85%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산후조리원은 사실상 필수코스로 여겨지고 있다.
이 때문에 2주일에 수백만원이 부담스러워도 자신만 산후조리원에 안 가는 것이 더 신경이 쓰인다는 산모들과 함께, 기본옵션에 마사지가 1회 제공됨에도 4~5회는 받아야 효과가 있다면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산후조리원에서는 천만원이 넘는 초고가 이용료를 책정해 부유층의 ‘그들만의 리그’ 형성을 부추기는 등 대다수 젊은 부부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마저 안기고 있다.
이번에 세무조사 대상에 오른 산후조리원은 현금영수증 의무발생사업자임에도 소비자에게 현금영수증 미발급을 조건으로 현금 할인가를 제시하는 등 비정상적인 영업행태를 보였다.
특히 일부 산후조리원은 매출 누락과 비용 부풀리기로 손실이 발생한 것처럼 신고한 후 고가의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본인 건물에 산후조리원을 입점시킨 후 시세를 초과하는 임대료를 받아 해외여행 및 사치품 구입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액 사교육의 상징으로, 육아 부담을 얘기할 때 항상 등장하는 영어유치원과 영어학원 10개 업체도 이번 국세청 세무조사망을 피하지 못했다.
영어유치원과 학원은 ‘4세 고시’, ‘7세 고시’ 등을 유행시키며 사교육 진입 나이를 낮추고 있으며, 영유아 부모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대학등록금을 훨씬 넘는 고액 유치원비 지출이 당연시되는 사회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에 영업 중인 영어유치원은 2021년 718개에서 2023년 843개로 늘었으며, 사립대학과 영어유치원 간의 연간 교육비 또한 약 2.9배에 달한다.
국세청은 이들 조사 대상자가 수강료 외에 교재비·방과후 학습비·재료비 등을 쪼개 현금으로 받은 후 신고하지 않았으며, 일부는 빼돌린 소득을 자녀들의 해외유학 비용으로 사용하는 사례를 적발했다.
또한 실체가 없는 교재 판매 업체나 컨설팅 업체를 가족 명의로 설립한 후, 이들 위장업체로부터 교재 등을 매입한 것처럼 가장해 허위 비용을 발생시키고 세금을 줄여 신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민주원 조사국장은 “조사과정에서 탈루혐의 관련 거래의 금융추적과 이중장부 확인은 물론, 거짓 증빙에 대한 문서감정 등을 통해 불투명한 수익구조와 자금 유출 과정을 낱낱이 확인하겠다”고 예고했다.
특히, “현금거래를 했음에도 현금영수증을 미발급한 사례가 확인될 경우 미발급 금액의 20%에 달하는 가산세를 철저히 부과하겠다”며, “사기 그 밖의 부정행위를 비롯한 조세범칙행위가 적발될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형사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세청은 2030세대가 직면한 어려움이 우리사회 전체의 미래와 직결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젊은 세대에게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며 세금을 회피하는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등 생활 밀접 분야에서의 불공정 관행이나 악의적인 탈루행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