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과장 "화재로 신고도 어렵습니다" 보고…강 국세청장 즉시 연장 지시
'납기연장·환급금 조기지급·세무검증 유예' 등 3대 세정 패키지 신속 지원
행안부와 협의로 4월 법인지방소득세 납부기한 연장도 이끌어 내

역대급 화마로 기록된 영남 지역 산불에서 정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피해 수습을 위해 전력을 기울인 가운데, 국세청 또한 세정측면에서 피해 복구와 지원을 위해 신속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2일 경남 산청군에 이어 24일에는 울주군과 하동군, 경북 의성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자, 국세청은 26일 법인세·부가가치세·소득세 등 주요 세목의 납부기한 연장·환급금 조기지급·세무검증 유예 등 세정지원 3대 패키지를 신속하게 발표했다.
또한 같은달 27일에는 의성군 산불이 강한 서풍을 타고 안동·청송·영양·영덕 등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되자, 이튿날 국세청은 법인세 납부기한을 3개월 직권 연장하는 조치를 취했다.
국세청의 이번 지원 조치에서 주목할 부분은 법인세 '신고기한' 연장이다.
법인세 신고기한을 직권 연장한 사례는 지난 2002년 8월 태풍 루사 피해지역 납세자를 대상으로 1개월 연장한 이후 무려 23년 만으로, 납부기한 연장과는 별개의 조치다.
이와 관련, 산불피해와 그에 따른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3월말 경에 발생해 신고기한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강민수 국세청장은 ‘농업회사법인 등이 화재로 인해 법인세 신고조차 할 수 없다’는 국세청 법인세과장의 보고를 청취한 후 “신고기한도 1개월 직권 연장할 수 있도록 하라”고 신속하게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조치로 특별재난지역 1만여개 중소기업의 납부기한은 3개월 직권 연장됐고, 법인세 신고를 이행하지 못했던 2천여개 법인에 대해서도 신고기한이 1개월 직권 연장됐다.
더 나아가 피해지역 기업의 지방세 부담도 낮추기 위해 국세청은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통해 4월에 납부해야 하는 법인지방소득세도 동일하게 연장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를 시행한 가운데, 화마를 딛고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도 강화했다.
국세청은 특별재난지역내 환급 신청한 2천여개 법인을 대상으로 100억원의 환급세액을 10일까지 조기에 지급하는 등 화재피해 복구를 위한 유동성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산불로 사업용 자산을 잃은 납세자에게는 ‘재해손실세액공제’를 적용받도록 언론과 세무대리인단체 등을 통해 적극 알리는 등 세부담 최소화에도 노력 중이다.
올해 초 강민수 국세청장은 ‘재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납세자에게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해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역시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한치의 주저함 없이 피해납세자에 대해 신고기한까지 연장하는 신속 지원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역대급 산불로 기록된 이번 화마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조속한 피해 복구와 일상 회복을 위해 4월과 5월로 예정된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하는 납세자에게도 최대한 세정지원을 펼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3월21일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산불은 발생 10일만에 주불이 잡혀, 1986년 산림청 통계 작성 이후 주불 진화까지 총 213간이 걸리는 등 역대 두 번째로 긴 기록을 남겼다.
또한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의성군, 안동시,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 등 5개 시·군에 피해를 끼쳐 산불영향구역이 축구장 6만3천245개(4만5천147ha)에 달하는 등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단일 산불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많은 인명·재산 피해를 낸 산불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