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기술은 세무사들에게 이익일까, 손해일까?
전문가들조차 “AI 기술이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관련기술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조세전문가인 세무사들은 AI 기술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인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세무사회는 지난 17일 회관 6층 대강당에서 ‘AI세무사를 활용한 업무 혁신’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주최 측에서도 당황할 정도로 많은 인원이 몰려 당초 준비한 200여 개의 좌석이 모자라 추가로 강당 빈 곳에 의자를 더 마련했다.
이날 세미나는 ▷AI가 세무업무에 미치는 영향 ▷AI를 세무사 업무에 활용한 사례 ▷최근 세무사회가 개발한 ‘AI세무사’ 시연을 중심으로 진행됐는데, 세무사들의 관심은 단연 ‘AI가 세무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닌가’였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세무사는 “AI가 세무사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그런 우려와 미래에 대한 예상을 해보기 위해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몰린 것 같다”고 했다.
세무사들은 대체로 “AI 기술이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고, 컨설팅과 같은 본연의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기조 강연을 맡은 세무사회 AI세무사 혁신 TF 소속의 이창규 중앙대 교수는 “복잡하고 방대한 세무업무를 효율화하고 정확성을 높여 새로운 가치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단언했다.
우선 AI 기술은 데이터 처리 및 문서관리 자동화를 이끌어 세무업무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세금계산서‧영수증‧거래명세서 등 종이 형태로 된 증빙자료를 스캔해 디지털 텍스트 데이터로 변환하고, 계약서나 재무제표‧감사보고서 등 다양한 형식의 비정형 문서에서 필요한 정보를 자동 인식해 추출할 수 있다.
변환된 텍스트 데이터에서 공급자, 공급받는 자, 품목, 수량, 단가, 금액, 세액 등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해 회계프로그램이나 세무시스템에 자동 입력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영수증 이미지를 OCR로 처리해 비용 항목별로 자동 분류하고 지출결의서 작성시 필요한 데이터를 자동 연동하기도 한다.
이러한 데이터 처리 자동화는 결과적으로 신고‧납부 업무의 자동화로 귀결된다. 매출‧매입‧비용‧소득 등 기업이나 개인의 과거 세금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필요한 신고서 항목을 자동으로 채워 넣는 식이다. 또한 방대한 데이터를 정확하게 처리하고, 복잡한 세법 규정을 내장해 수동 입력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타, 계산 오류, 잘못된 세율 적용 등 휴먼 에러를 방지한다.
작성된 신고서 내용을 세법 규정, 과거 신고패턴, 동종업계 평균과 비교 분석해 잠재적인 오류 가능성을 감지해 내고 기업이나 개인에게 알려줄 수도 있다.
이처럼 AI 기술의 도움을 받아 데이터 처리와 신고‧납부를 자동화하면, 세무사들은 컨설팅과 같은 좀 더 생산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AI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소득과 소비 패턴, 자산 현황 등을 분석해 개인에게 맞춤형 세무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고, 수시로 개정되는 세법과 경제상황을 반영해 납세자에게 꼭 필요한 세무정보를 선별 안내할 수 있다.
일률적으로 계산할 수 없지만 AI 기술을 신고서 작성 업무에 적용하면, 종전에는 수동 입력과 검토시간을 합해 건당 2시간 정도 소요됐다면 AI 도입 이후엔 건당 10~30분이면 신고서 작성과 검토까지 모두 끝난다. 특히 신고서상의 오류 발생을 대폭 줄이고 오류를 수정하는 시간도 단축한다.
이창규 교수는 “결과적으로 AI 기술은 세무컨설팅 등 전략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세무업무의 신뢰도와 정확성을 향상할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신속하고 정확한 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직원교육 및 재교육 등 AI 기술 도입과 관련해 여러 고려사항을 체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