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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9.09. (월)

내국세

왜, 이제서야…정부, 내년부터 '자본거래 이익분여' 증여세 과세

가족기업간 부의 무상 이전 방치한 셈…조세계, 컨설팅업체 절세에 악용 지적 

국세청, 입장 바꿔 악용사례 잇따르자 세무조사 착수

전문가들 "케이스에 따라 충분히 과세 여지 있어"

 

정부가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지난 26일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조세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개정안에 소위 가족기업간 자본거래를 통한 경영승계와 관련한 과세내용이 포함되자, 조세계에서는 기재부‧국세청이 그동안 증여세 과세를 방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기재부가 이날 입법예고한 상증세법 개정안에는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가 적용되는 거래의 범위에 자본거래를 추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상증세법 제45조의5에 규정된 개정안의 내용은 ‘특정법인[지배주주등(지배주주+친족)의 직간접 주식보유비율이 30% 이상인 법인]이 지배주주의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은 경우 지배주주 등이 증여받은 것으로 봐 증여세를 과세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증여의제 범위를 ▷재산·용역 무상 제공 또는 고·저가 거래 ▷채무 면제·인수·변제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현물출자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는데, 내년 1월1일 이후 거래분부터 ‘자본거래를 통한 이익 분여’도 증여세 과세대상에 넣겠다는 것.

 

개정안이 발표되자 조세계에서는 “내년 1월1일 이후 거래분부터 적용하면 올해 12월31일까지 ‘자본거래 이익분여’에 대해 과세할 수 없다는 점을 더욱 명확히 선언하는 셈이다”고 우려한다.

 

사실 이 문제는 몇년전부터 업계에서 논란이 일었다. 법인의 주식을 다른 법인이 취득하고 그 법인주주가 저가 감자에 참여하는 등 자본거래를 통해 다른 지배주주에게 이익이 이전되도록 하는 내용의 절세 컨설팅이 판을 쳤다.

 

이를 돈벌이에 활용하려는 컨설팅업체들의 내밀한 홍보도 급증했는데, 특히 가족간 신설법인을 세워 무상이나 다름없게 부를 이전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게다가 ‘자본거래를 통한 이익 분여’에 대해 국세청은 몇년전부터 사전질의답변 등을 통해 “과세 불가” 입장을 밝혀온 상황인데, 거기에 내년부터 과세하겠다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발표되자 ‘올해 연말까지는 과세 못한다’는 입소문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2021년 이후 줄곧 이 건에 대해 “과세 불가” 입장을 견지했으며, 이런 점에 비춰보면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지난해에는 세법개정이 이뤄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세법개정안과 별개로 조세전문가들은 “내년부터 ‘자본거래를 통한 이익분여’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므로 올해까지는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회계법인 소속 K공인회계사는 “‘거래’라는 개념을 실질로 봤을 때 국세기본법에서는 기업회계기준을 따르도록 하고 있고, 법인세법 시행령에서는 자본거래의 개념도 포함하고 있어 충분히 과세할 수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상증세법 전문가로 통하는 P세무사 역시 “이번 개정안에도 불구하고 올해 연말까지 거래의 경우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과세되냐 안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며 “과세될 수 있는 케이스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주목할 부분은 지금까지 “과세 불가” 입장이던 국세청이 최근 유사 사건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과 중부지방국세청은 ‘자본거래 이익분여’와 관련해 세무조사 착수와 함께 과세 논리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조세계 일각에서는 올해초 이 문제와 관련해 국세청이 기재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는데 회신을 즉각 내면 연말까지 입법 미비를 일부 보완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상증세법 개정안과 관련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의견이 있어 이번에 개정안에 넣게 됐다”면서 “과세하려면 법이 개정돼야 하고 법적 근거 없이 과세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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