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와 조세계의 초미 관심사였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업계에 다시 한번 비상이 걸렸다.
올해 정부의 상증세법 개정안에는 ▷상속세 자녀공제금액 1인당 5억원으로 상향 ▷상속세 최고세율 40%로 하향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 상속세와 관련한 내용이 주목을 받았지만, 조세계의 관심은 온통 ‘제45조의5’ 개정 여부에 쏠렸다.
정부 개정안의 국회 부결로 이같은 조항은 모두 개정되지 않았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상속세 세율 조정을 비롯해 45조의5 등 국회에서 개정안이 부결돼 개정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조항(제45조의5)은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증여의제 범위 확대’를 담은 것으로,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가 적용되는 거래의 범위에 자본거래를 추가하는 내용이다.
올해 개정안에 ‘자본거래를 통한 이익 분여’를 과세대상 거래로 추가한다고 입법예고하자, 조세계에서는 올 연말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세부담 없이 부를 무상 이전하려는 시도가 물밑에서 노골화됐다.
특히 이같은 시도는 올해 세법개정안이 나온 이후 성행한 것이 아니라 적어도 2~3년 전부터 쉬쉬하며 이뤄져 왔다는 게 조세전문가들의 귀띔이다.
업계에서는 법인의 주식을 다른 법인이 취득하고 그 법인주주가 저가 감자에 참여하는 등 자본거래를 통해 다른 지배주주에게 이익이 이전되도록 하는 내용의 절세 컨설팅이(특히 가족기업 활용) 판을 쳤다.
국회 부결 소식이 전해지자 한 공인회계사는 “계속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냐”고 지적했고, 다른 세무사는 “문제가 심각해졌다. 더 활개치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번에 상증세법 개정안이 부결됐지만, 과세당국이 이 부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국세청 자본거래관리과 관계자는 “상증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됐지만, 이것과 별개로 국세청은 개별사안마다 개별검토를 하고 있다”면서 “세무조사 과정에서 법 조항을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한다”고 말했다.
상증세법 제45조의5 규정에 따라 과세가 이뤄지지 못하더라도 다른 규정으로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를 조사과정에서 검토한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관련 내용이 중요한 부분이라) 국세청이 그냥 넘어가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