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가 적용되는 거래의 범위에 자본거래를 추가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세부담 없이 부를 무상 이전하려는 시도가 노골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5일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증여의제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이튿날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행 상증세법 45조의5 1항에서는 특정법인(지배주주 등의 직간접 주식보유비율이 30% 이상인 법인)이 지배주주의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은 경우 지배주주 등이 증여받은 것으로 봐 증여세를 과세토록 하고 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과세대상 거래로 ▷재산·용역 무상 제공 또는 고·저가 거래 ▷채무 면제·인수·변제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현물출자를 규정하고 있다.
기재부의 이번 개정안은 여기에 ‘자본거래를 통한 이익분여’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발표되자 세정가에서는 “올해 연말까지는 자본거래를 통한 이익분여에 대해 사실상 과세하지 않겠다는 면죄부를 확실히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개정안을 ‘절세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세무법인 또는 회계법인 등은 “연말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증여세 부담 없이 가업승계를 할 수 있는 기묘한 방법이 있다”는 식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공인회계사는 “자녀 회사가 모회사의 주식 일부를 보유하고 특수관계인의 나머지 모회사 지분을 액면가로 유상감자하면 법인세만 내고 증여세 없이 가업 승계가 가능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런 마케팅은 올해 세법개정안 발표와 함께 전개된 것이 아니라 2~3년 전 국세청이 ‘증여세 과세 불가’라는 해석을 내놓은 이후 업계에서 내밀하게 이뤄져 왔다고 한다.
기획재정부는 해당 조항이 의제 규정으로 “법적 근거 없이 과세할 수는 없어 과세대상에 추가”했다는 입장이지만, 세법의 허점을 과세현장에서 지켜보는 국세청은 난감한 표정이다.
국세청은 세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현장의 사례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과세할 수 있다”고 단정 짓지는 못하고 있다.
국세청 자본거래관리과 관계자는 지난 12일 “해당조항과 관련해 악용 소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개별 사안마다 거래의 특성이 있어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거래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 사안에 따라 과세가 이뤄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