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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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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寸鐵活仁]봄의 詩心과 들밭에 女人들

장재철(張在鐵) 本紙 논설위원, 시인



우리들 생활주변에 '小說'은 흔하지 않지만 '詩韻'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고 시 쓰기는 쉽고 소설 쓰기가 어렵다는 말은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일지 모르지만….

아무튼 바쁘고 고달픈 우리네 생활속에 때때로 떠오르다가 사라지는 感興을 아끼는 마음이 있는 한 '시와 노래'는 장마철 샘물처럼 솟아오른다.

가령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흰눈에 뒤덮힌 황량한 겨울산에서, 시와 노래는 느낄 수 있고, 얼어붙은 달빛아래 차갑게 떨고 있는 앙상한 裸木 가지에도 아름다운 꽃과 싱싱한 잎을 달아볼 수가 있는 것이다.

詩는 小說에서와 같이, 남의 마음까지 캐묻고 따지고 할 것도 없이 자기 感情의 꾸밈없는 表現으로도 족하며, 목사가 설교자료를 모으고 娼婦ㆍ游女가 어느 종류의 사내를 홀릴 때와 같은 미리 작정한 成心이 없어도 된다.

사람들이 모래톱에 핀 한떨기 '해당화'의 깨끗하고 淸楚한 모습을 좋아하듯이 詩心의 맑고 깨끗함을 나는 좋아한다. 장미꽃 곁에 百合꽃을 피우는 造物主의 뜻을 헤아릴줄 아는 사람이면 훌륭한 詩人이 될 수 있다.

詩人은 남달리 눈물이 많다고들 하지만, 그 눈물을 달콤한 果汁으로 바꿀 수도 있고, 사람들이 모두 외롭고 슬프다고 느끼는 긴 旅程과 彷浪과 가난까지도 浪漫과 즐거움으로 화려하게 장식할 수도 있다.

이젠 지루하고 차가운 겨울은 막을내리고, 만물이 살아 生動하는 봄이 되었다. 꽁꽁 얼어붙은 땅에서 새싹이 돋아나고 나물캐는 시골 婦女들이 마을 가까운 산과 들에 꽃잎처럼 널려있다.

신문대금을 수금하러 나온 도시의 젊은 여인이 식칼을 빌려들고 남은 日程을 접고 밭둑에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땅을 헤집고 있다.

'梅發春日遲 柳色日日新'

"매화꽃이 피고 봄날이 더디지만 버들 잎은 날로 새로워지네"

'春艾繡路傍 동枝유黃鳥'

"봄쑥은 길가에 수를 놓고 동백나무 가지에는 꾀꼬리가 앉아 우네"

겨우내 都心에만 갇혀 살다가 모처럼 나온 들길에서 봄을 발견한 그녀는 어린 소녀시절의 티없는 童心으로 돌아가서 봄나물을 캐고 있는 것이다.

쑥, 냉이, 씀바귀를 찾아 작은 새처럼 가볍게 자리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부산히 손을 놀리고 있는 女人의 모습이 한폭의 風俗畵처럼 그저 산뜻 하기만 하다.

저녁밥상에 봄의 香臭를 올려 놓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봄을 滿喫하려는 여인의 알뜰한 마음….

바로 그것이 詩情이며, 都市女人들이 한번쯤 그려봄직한 곱고 산뜻한 그림이 아닌가….

모름지기 몸의 건강과 마음의 주름(울증)을 펴기 위해서도 밝은 햇볕과 맑은 공기와의 잦은 접촉이 얼마나 긴은한지, 응달에 시드는 隱花의 나약함에서도 알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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