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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9. (일)

기타

[문예마당/稅政詩壇]밀 감

조영경, 시인(강릉서)


처음부터 그 자리에 놓인 정물화 같이
사거리 교차로 정중앙에 밀감 한 개가 놓여 있다
어느 주부의 무거운 시장바구니에서 굴러 나왔을까
아니면 밀감을 싣고 가던 트럭에서 떨어진 것일까
아직 온전한 자태인 밀감 하나
무수한 차량이 지나가면서도 밀감이 지나온
생의 궤도를 차마 침입하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疊疊車中(첩첩차중)의 위태로움이
막 도시로 구경나온 시골 어린애같이 아슬하다
윙윙-
갑자기 대형트럭 한대가 중앙선을 향해
비틀거리며 급커브를 꺾고 돌아서자, 밀감은
제주의 주황색 가을코스모스처럼 활짝 피어났다
밀감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햇볕은 오래도록 파닥거리는 시신을 감싸 안았다

아내가 준 밀감 한 개를 가만히 볼에 대어본다
밀감의 생채기가 따뜻함으로 왈칵 밀려왔다
밀감의 유언이 느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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