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최근 울산본사에 도크(Dock) 신설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크레인 성능을 향상하는 등 생산설비 증설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울산본사 해양공장에 설치된 세계 최대 겐트리 크레인(Gantry Crane, 일명:골리앗크레인)의 작업능력을 1천500톤에서 1천600톤으로 100톤 향상시켰다.
이 크레인은 주로 선박 육상(陸上) 건조와 해양설비 제작에 사용되는 것으로 이번 용량 증대는 특히 LPG선 육상 건조시 화물창(탱크) 총조립 탑재 등의 신공법을 더욱 효율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것이다.
화물창 총조립 탑재는 지금까지 4~5개로 나눠서 선체에 장착하던 LPG 화물창을 한 번에 장착하는 것으로 그 무게만도 1천500톤에 이르러 웬만한 설비와 기술이 없으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현대중공업이 이번에 성능을 높인 크레인은 2003년 스웨덴 말뫼시(市)의 코컴스(Kockums) 조선소에서 도입한 것으로 높이 128미터·폭 165미터·자체 중량 7천560톤의 세계 최대 규모이다.
이 크레인은 최근 현대중공업의 자체 개조공사 후 한국산업안전관리공단으로부터 설계 및 시운전 검사 등의 형식 승인을 받았으며, 지난달 실시한 중량 테스트에서는 1천760톤까지 들어 올리며 위용을 과시했다.
현대중공업은 이 크레인이 자체 중량을 지지하면서 용량 증대 후에도 정상 속도로 주행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전기 성능 검증에도 합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안전성도 확보했다.
이 크레인은 스웨덴에 있을 당시 유럽 조선업체의 번영을 상징하던 것으로 우리나라로 옮겨질 때 세계 조선산업의 중심이 유럽에서 한국으로 옮겨졌다는 상징적 의미 때문에 업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3년 이 크레인을 우리나라로 옮길 당시 스웨덴 말뫼시에서는 이를 지켜보기 위한 시민들로 선적항이 인산인해를 이뤘으며 국영방송에서 장송곡과 함께 ‘말뫼가 울었다’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해 이 크레인을 ‘말뫼의 눈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대중공업은 지금까지 이 크레인을 이용해 도크 없이 육상에서 16척의 유조선을 건조했으며 최근에는 8만2천㎥급 LPG선을 건조하고 있다.
특히 내달부터 육상 건조 능력을 현재 연간 8척에서 16척으로 2배가량 늘일 계획이고 대형 해양설비 수주도 임박한 상황이어서 이 크레인의 활약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오병욱(吳秉郁) 해양사업본부장은 “이번 크레인 성능 증대로 선박 및 해양설비 건조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며 앞으로도 신공법과 신기술 개발에 더욱 매진해 세계 1위 자리를 수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1달러짜리 크레인은 무엇?]
이 크레인은 2003년 현대중공업이 스웨덴에서 인수할 당시 1달러에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당시 해체와 선적 등을 모두 현대중공업이 부담하기로 하고, 사실상 무상으로 현대중공업이 인수한 것이나 법률상의 효력을 위해 1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크레인의 해체, 선적, 설치, 개조, 시운전 등에 총 220억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됐다.
전 세계 다른 조선업체에서 이 크레인을 무상으로도 인수할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은 이 같은 초대형 크레인을 사용할 만한 건조능력과 작업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업능력을 동시에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 크레인은 규모 뿐 아니라 ‘세계 조선산업 번성’을 상징하고 있어 지금도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