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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10. (토)

국세청의 미스터리(Mystery)

국세청이 11월들어 첫 주말 전국 요지의 골프장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감찰에 착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수도권 모 세무서에 발생한 직원들의 업무시간 골프사건이 이번 감찰활동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거슬러 보면, 국세청은 유난히도 골프 비화가 많다. 승진을 직전에 앞두고 골프사건에 휘말려 꿈이 좌절된 사례는 부지기수며, 골프금지령 속에서도 간 크게 라운딩에 나섰다 하향전보된 사례 또한 일상다반사다.

 

수년전엔 서기관 이상은 해도 되고, 사무관은 알아서, 6급 이하는 안된다는 직급별 가이드라인이 묵시적으로 운용되기도 했다.

 

골프로 인해 빚어진 웃지못할 해프닝이다. 

 

중앙부처 가운데서도 유독 국세청이 이처럼 골프에 대해 정색하는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대중화를 많이 이뤘으나 여전히 골프는 비싼 운동이다. 수도권내 CC에서 한 회 라운딩 비용만 20여만원에 달하는 비싼 운동을 공무원 봉급으론 적잖이 힘든 일로, 결국 라운딩을 함께 한 동참자에게 비용을 전가시킬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운동을 운동으로 보지 않고, 세금과 관련된 각종 청탁이 개입할 수 있는 주된 통로로 골프를 바라보는 고위직들의 시각 또한 국세청 골프엄금령의 주된 배경임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국세청 서기관급 이상 고위직 가운데 골프를 치지 못하는 인물을 찾기 힘들다.

 

골프채를 잡게 된 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골프치지 말라던 상사가 뜬금없이 “이번 주말 골프라운딩 어떠냐?”고 물은 후, 채 한번 잡지 않았다는 대답에 “이 친구 답답하다”는 힐난을 받은 것이 동기가 됐다는 사례가 많다.

 

골프 입문시기 또한 사무관 시절이 상당수로, 되짚어 보면 골프 엄금령이 당시에도 엄존했으니 결국 몰래몰래 연습을 했던 셈이다.

 

골프 엄금령 속에서도 기량을 갈고닦아(?) 온 고위직이 재차 골프 엄금령을 내리고, 엄금령 대상인 직원이 다시 고위직이 되어 재삼 엄금령을 내리는 등 참 이상하고도 재미있는 골프 미스터리(mystery)가 국세청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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