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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확대…기업지원과 더불어 무역경찰 기능 강화돼야

여주호 <관세사·청솔관세법인 대표>

2012년 국정감사가 끝이 났다.  세관행정은 수출입 물품에 관세 등을 부과하는 세수 기능과 국경관리 기능으로 대별된다. 그간 수출입 기업에서 적기에 FTA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 전방위적으로 노력해 온 점은 치하하고 싶다. 그러나 금번 국정감사에서 국경관리에 대한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수출입 기업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관세유예와 수출기업에 대한 관세 환급, 품목분류의 선제적 지원, FTA 원산지 및 관세감면을 통한 절세정책 등은 앞다퉈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선의의 기업을 지원·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의로 수출입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 관세청은 무역경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경관리 업무가 중요한 이유는 관세청이 FTA의 확대와 외환거래 자유화에 편승한 도덕적 해이로부터 선의의 수출입 기업을 보호하는 기관인 동시에, 공정한 무역질서를 바로잡는 파수꾼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행정집행을 위해서 조직과 인력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는 1991년 1,534억달러에서 2011년 1만809억달러로 약 7배, 여행객도 1991년 900만명에서 2011년 4천만명으로, 우리나라를 왕래하는 선박은 1991년도 기준 59척에서 169척으로 항공기는 62기에서 284기로, 물동량은 1991년 26,200만톤에서 2011년도에는 848만톤으로 우리나라를 왕래하는 선박, 항공기, 여객, 수출입 규모, 물동량이 대폭 증가한 반면에 전체 관세청 직원은 1991년도에 4,427명에서 2011년도에는 4,525명에 머물러 있다. 물론 통관업무의 품질은 그동안 조직의 혁신과 전산화로 통관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됐지만, 사회안전과 국민건강에 직결되는 국경관리업무의 조직과 인원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물품을 통제하는 통관업무와 관련해서는 선의의 기업이 대부분이므로 사후관리가 가능하지만, 국경관리업무는 이미 수입후 물품이 유통되거나 수출된 후에는 적발이 쉽지 않다. 따라서 마약 등 향정신성 의약품, 식품 등  먹거리, 짝퉁 및 지재권 위반물품, 원산지 위반물품, 외환거래를 통한 자금세탁과 재산도피행위 단속 등의 중요한 업무는 국경단계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10년전의 조직과 인력으로는 이와 같은 지능화·전문화된 범죄를 따라잡을 수 없기에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집행하는 ‘통합관세국경관리청’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둘째, FTA 확대와 더불어 한국산이 아님에도 원산지를 세탁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원산지를 세탁하는 행위는 한국산에 대한 신뢰도를 하락시킬 뿐만 아니라 동종물품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에 피해를 준다. EU FTA의 경우에 검증요청 건수는 2011년에 약 40여건이었지만 불과 8개월이 지난 현재 110건으로 대폭 증가했고, 이러한 추세라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국산을 가장한 원산지 세탁행위 적발건수도 2011년에 2,725억원(건수로는 54건)으로 2008년에 636억원에 비교하면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금번 국감에서 지적했듯이 최근에는 단순한 가격 차이를 넘어 FTA 관세효과까지 감안한 원산지 세탁행위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반덤핑을 회피하기 위한 불법우회 수출, FTA를 악용하기 위한 원산지 세탁,  품질 및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단순 조립품을 한국산으로 표기하는 원산지 세탁행위로 인해 정직하게 수출하는 다수 기업들의 피해와 직결된다.  따라서 관세청은 조직과 인력을 확대해 원산지 단속업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불법외환거래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환거래법은 그간 기업이 처한 현실에 맞춰 지속적으로 개정돼 왔다. 경상거래는 원칙적으로 자유화하되 일부 열거된 거래(예를 들어 상계, 기간을 초과하는 지급과 영수, 제3자 지급,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아니하는 지급 등)에 대해서만 외환당국에 사전신고를 하도록 규정돼 있고, 자본거래는 사전신고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2009년에 단순과실이나 통상의 소액거래를 형벌에서 과태료로 전환하고, 형사처벌 기준금액에 있어서도 2011년 8월부터 지급방법 위반은 25억원, 자본신고 위반은 50억원으로 상향조정함으로써 형사처벌을 지양하고 행정질서벌(과태료)로 대폭 전환했다. 하지만 범법자 양산을 줄이려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오히려 외환범죄가 대폭 증가했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외국환거래법 위반, 재산도피, 자금세탁 등으로 처벌받은 건수는 2011년도 기준으로 1,561건으로서 금액은 약 3조4천억원에 이른다. 실제 적발되지 아니하는 해외 비자금, 해외소득 은닉, 저가수출로 인한 매출 누락 및 국부 유출, 저가 수입가격에 따른 고액 송금, 해외 용역거래를 위장한 송금액 등 수출입 거래를 가장한 불법 외환거래를 감안하면 실제 적발된 건수보다 몇배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법 외환거래의 단속은 국부의 해외유출, 역외탈세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중요하고, 역외탈세는 상대적 조세부담이 증가돼 조세정의를 해치게 되므로 이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 관세청은 수출입 거래를 기반으로 하여 업체별․품목별․상대국가별 정보 분석이 용이하기 때문에 외환범죄의 통합HUB 행정청으로 조직과 인력이 보강돼야 한다. 

 

앞으로는 FTA 등 특혜 지원, 관세감면, 관세환급 등 세제관련 업무는 수출입 기업을 지원하는 측면에서 제도를 개선하고, 관세청의 국경관리 업무는 인력과 조직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국경관리는 수출입 기업에 대한 피해를 사전에 차단할 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는 무역정의를 실현하게 될 것이다.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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