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현재 우리나라의 조세수입은 244.7조원, 부가가치세 세수는 48.0조원에 이른다. 부가가치세의 세수는 총 조세수입 대비 19.6%, GDP 대비 4.2%에 이른다. 시계열적으로 부가가치세의 세수규모는 지방세 세수규모와 비슷할 정도로 세수규모가 크다. 2010년에는 지방세수 총액과 부가가치세수가 각각 49.2조원과 49.1조원으로 거의 같았다. 2011년에는 지방세 세수가 52.3조원으로 증가한 데 반해 부가가치세수는 유럽발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등 세수여건이 열악해지면서 1조원 이상 세수가 감소해 48.0조원에 머물면서 지방세수 총계와의 격차가 다소 벌어졌다.
부가가치세는 일반소비세로서 품목을 특정하지 않고 모든 재화와 용역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과세하는 세목이다. 세원이 넓고 거래단계마다 과세의 근거자료를 남기기 때문에 정부재정의 주요 수입원으로 널리 기능할 뿐만 아니라 근거과세 기반의 확립에도 크게 기여하는 것이 큰 장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바로 이런 장점에 기반해 현재 전세계 150여개국 이상에서 일반소비세로 부가가치세를 채택하고 있다.
부가가치세는 소비지출을 기반으로 과세되기 때문에 세부담 분포는 소비지출 분포와 비슷하다. 소득 중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소득 대비 부가가치세 부담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작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 중 하나이다. 이를 두고 부가가치세의 세부담 구조가 역진적이라고 한다. 세부담 구조가 역진적이면, 비록 절대 세부담은 고소득층일수록 더 크지만, 상대적 세부담 비중은 저소득층일수록 더 높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 경우 부가가치세를 과세함에 따라 부(-)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부가가치세의 역진적인 세부담 구조를 개선하고자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복수세율 및 면세제도의 두가지 방법이 가장 널리 사용된다.
서구 선진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에서는 기준세율로서 대부분의 과세대상에 대해 적용하는 표준세율을 책정하고 있고, 생활필수품 등을 대상으로 경감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서는 단일세율 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각 국은 각 국 고유의 사정을 감안해 다양한 면세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초생활필수품, 국민후생 및 문화 관련 품목, 우표, 국가나 자치단체, 종교단체 등이 제공하는 용역 등을 면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부가가치세의 면세범위가 매우 광범위한 국가군에 속한다. 반면 일본 등에서는 국가나 자치단체 등이 제공하는 재화ㆍ용역 등 극히 일부만을 대상으로 면세하고 원칙적으로 거의 모든 재화와 용역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과세하고 있다. 이렇듯 부가가치세의 면세범위는 국가간에 차이가 크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부가가치세를 도입했던 서구 유럽국가에서는 부가가치세 부담구조가 역진적이다. 소득재분배 측면에서 마이너스의 효과를 나타낸다.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 부담 구조를 분석한 최근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 부담은 다행히 역진적이지 않거나 역진적이더라도 그 정도는 상당히 작다. 그 이면에는 우리나라 부가가치세 제도가 저소득층의 소비 비중이 높은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면세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비해 은퇴인구 비중이 작은 것도 또다른 요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도 인구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인구구조가 서구화되면 부가가치세 부담이 역진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부가가치세 부담의 역진성을 들어 우리나라도 서구 선진국처럼 경감세율제도를 도입해 복수세율체계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서구 선진국의 부가가치세의 외형만을 따온 것일 뿐, 복수세율제도 자체가 지니는 역기능과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부가가치세를 최초로 도입하고 전세계적으로 세율수준이 가장 높은 서구 유럽에서조차 내심 단일세율체계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복수세율체계의 비효율 및 자원배분 왜곡으로 인한 막대한 규모의 국민경제적 비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복수세율구조의 비효율성과 세제의 복잡성 및 그로 인한 막대한 납세협력비용ㆍ징세비용 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EU의 판단이다. 세율체계에 대한 선택문제는 EU 회원국의 조세주권에 해당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EU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단일세율화를 의무화하지는 못하지만 낮은 수준에서 단일세율체계를 권고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경감세율 범위를 축소하면서 점차 단일세율화의 방향으로 이행하고 있다.
복수세율구조의 서구 선진국이 점진적으로 단일세율화하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향후 복지재원 등 정부재정 확충이 필요해 부가가치세율을 상향조정하거나 또는 면세범위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에도 EU의 경험과 권고사항 등을 참고해 복수세율 체계로 전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OECD와 EU에서는 면세범위가 공익성ㆍ비영리성 등을 중심으로 선정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면세범위가 상당히 넓고 포괄적인 것이 특징이다. 부가가치세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일차적으로는 세원 확대 및 소득재분배 가능 강화 차원에서 도서ㆍ인쇄물 및 학원교육서비스, 여성용 생리용품, 미용목적의 의료용역 등을 과세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세원 확대가 긴요해지는 최장기에 이르러서는 세율인상방안과 함께 상기 품목 등에 대한 과세 전환 여부도 세입ㆍ세출 여건과 여타 세목의 세원분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전향적으로 고려해 보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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