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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7. (금)

“기업체와의 사적인 만남으로 인해 재계는 물론, 국세청 내부적으로도 오해와 억측 등이 발생할 소지가 큰 만큼 재임기간 중에는 기업체(대표 또는 임원)와 개별적인 만남은 갖지 않겠다.”

 

“저부터 지금 이 시간 이후로 대기업 관계자와 사적으로 부적절하게 만나지 않겠습니다.”

 

국세청이 전국세무관서장회의를 개최한 지난달 29일, 고위직의 자정 결의를 다지기 위해 본·지방청 국장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모든 기업과의 사적 만남을 자제할 것을 발표했다. 

 

특히 김덕중 국세청장은 본인 스스로부터 100대 기업과 지주회사 관계자과 일체의 부적절한 사적 만남을 갖지 않을 것을 엄격히 지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직 1급 지방청장의 낙마 요인으로 지목된 대기업과의 부적절한 회동을 더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마저 차 있는 행보다.

 

기업, 특히 100대 기업을 지목해 임직원들조차 사사로이 만나지 않겠다고 천명한 국세청의 쇄신 결의가 결코 미덥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전국세무관서장회의를 빌어 대단한 쇄신을 한 것 마냥 반복하는 모습에 믿음이 쉬 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앞서 첫머리에 인용했던 대목은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2010년8월30일 취임식 직후 가진 간부회의에서 밝힌 얘기다.

 

이 전 국세청장의 뒤를 이어 김덕중 국세청장은 3년만인 2013년8월29일, 기업체 관계자와 사적인 만남을 하지 않겠다고 재차 천명했다.

 

국민들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국세청 직원 특히, 고위직이라면 반드시 숙지했어야 할 ‘기업체 관계자 비접촉’이 3년만에 처음 발표한 쇄신책인양 대대적으로 회자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지 착잡할 뿐이다.

 

3년전 국세청은 기업체와의 부적절한 청탁을 근절하기 위해 이 전 국세청장 스스로가 만남을 갖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3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다시금 동일한 발언을 바통을 이어받은 김 국세청장이 강조하고 있다.

 

3년전 다짐했던 결의조차 국세청 고위직들의 기억에서 지워진 마당에, 이를 진정성있게 바라볼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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