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과 국세청.
삼성,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소식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다. 여기에 버금가는 이슈가 연예인에 대한 세무조사다. 조사 배경을 놓고 왈가왈부하는가 하면 유명인이라는 이미지에 '탈세'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지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래퍼 도끼의 국세청 세무조사 소식이 화제가 됐다. '이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이달 중순 도끼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해 내달까지 진행 예정이다. 도끼에 대한 조사는 조사 시점에 비춰봤을 때 지난 16일 '과시적 호화.사치 고소득탈세자 122명 기획조사' 범주에 든 것으로 관측됐다.
당시 국세청은 조사대상자 중 하나로 연예인을 콕 찍었다. ▷해외 이벤트회사로부터 직접 송금받은 공연 수입금액 신고누락 ▷사업과 관련 없이 사적 용도의 고가 승용차 리스료, 고급 호텔 거주비용, 해외여행경비 등을 법인비용으로 처리 등 구체적인 탈루유형까지 제시했다.
이번 도끼 등 '122명 기획조사'는 연예인 세무조사 2탄으로 볼 수 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4월10일 '신종.호황 고소득사업자 176명 기획조사'를 벌였다. 176명 가운데는 유명 연예인, 연예기획사 등 문화계 분야 20명이 포함됐다. 그 즈음 유명 연예인들이 잇달아 국세청 세무조사망에 걸렸다.
공효진씨를 비롯해 한채영, 주상욱, 김준수씨 등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 당시 연예인 등에 대한 세무조사는 클럽 버닝썬, 아레나의 후폭풍이기도 했다.
그런데 과거 국세청은 연예인 세정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정부는 매년 3월3일 납세자의 날에 남녀 연예인을 모범납세자로 선정해 대통령표창을 수여해 왔는데, 이들은 1년여 동안 국세청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이들 외에도 상당수 연예인들이 납세자의 날에 세무서 1일 명예민원봉사실장으로 위촉돼 하루 동안 세정현장을 체험하고 성실납세를 홍보했다.
최근 들어서는 연예인 탈세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자 납세자의 날 연예인 1일 명예민원봉사실장은 거의 사라졌다. '연예인 탈세' 이슈가 국정감사에까지 오를 정도로 화제가 되자 국세청 또한 연예인을 활용한 홍보를 가급적 지양하는 분위기로 돌아선 것이다.
과거 영등포세무서 1일 명예민원봉사실장으로 위촉됐던 공효진씨나 국세청 명예홍보위원으로 위촉된 한채영씨가 세무조사를 받는 등 연예인 탈세에 대한 시선이 매우 따갑고 국세청으로서도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지난 16일 '122명 기획조사'는 "각 분야에서 성공한 유명인이 상당수인 고소득사업자들의 고의적 탈세는 많은 국민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준다"는 게 조사배경이다.
이런 조사 배경이 깔려 있어 도끼 세무조사 소식도 큰 관심거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세정가 한 인사는 "일부 고소득사업자들의 악의적 탈세는 대다수 성실납세자들의 납세의식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조사는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국세청이 제시한 '과시적 호화.사치생활자'라는 표현은 과거 1970~80년대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용어인데다, 좀 섬뜩할 뿐만 아니라 기준이 뭔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가수들의 소득관련 통계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김두관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가수로 소득을 신고한 2천758명 중 상위 1%에 해당하는 28명이 벌어들인 연간 총소득은 1천365억원으로, 1인당 평균 48억7천5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2015~2017년까지 가수 업종의 총 사업수입은 1조821억 원, 총 사업소득은 7천963억 원이며, 이중 상위 1%의 사업소득은 약 절반에 해당하는 3천874억 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