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지방세징수법 시행규칙 개정, 올해부터 적용
상당수 지자체 개선 지연…법 개정 사실조차 모른 곳도
시민단체 "납세자 권익침해와 다를 바 없어"
단체표준규격 충족한 솔루션…'보이스아이의 VoiceCode(보이스코드)’
지방세 납세고지서에 시각장애인의 편의와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음성변환용 바코드’를 삽입하도록 지난해 말 법이 개정됐지만, 상당수 지자체는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각 지자체는 지방세 납세고지서에 음성변환용 2차원 바코드를 고지서 겉면과 안쪽에 의무적으로 삽입해야 한다.
기존 고지서에 삽입된 일반 QR코드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정보전달 기능이 없었다. 봉투 바깥으로 QR코드가 노출되는 등 납세자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도 컸다.
실제로 작년 7월 재산세 납부기간에 서울 용산구에서 발송한 고지서는 우편 봉투의 투명한 비닐 부분을 통해 코드가 버젓이 드러났다. 이를 스캔하면 순식간에 납세자의 재산 정보가 떠 논란이 됐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 2007년 공주시가 자동차 환경개선부담금 고지서를 송부하면서 우편물 겉면에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명기한 경우가 있다. 이때 개인 신상정보가 노출된 이모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당시 인권위는 “국민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확인작업을 거친 후 고지서를 발송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확인작업 과정을 소홀히 해 헌법 및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했다”며 향후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한 직무교육 실시를 권고한 바 있다.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행안부는 지난해 말 지방세징수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제7조에 따른 납세고지서 양식(별지 제8호 서식)에 음성변환용 바코드 위치를 규정했다.
특히 바코드를 외부와 내부 두 곳에 삽입하도록 규정해 납세정보 전달과 개인정보 유출 방지 문제를 해결했다. 외부에는 세금 종류 및 내부 삽입코드를 안내하는 ‘기본 정보’를, 내부에는 납부자, 납부금액과 납부기한 등을 포함한 ‘개인 수납정보’를 담은 코드를 삽입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지방세 납세고지서에는 의무적으로 음성변환용 바코드를 삽입해야 하지만, 상당수 지자체는 여전히 음성변환용 바코드가 없는 납세고지서를 사용하고 있다.
각 자치단체가 지방세를 부과·고지할 때 공통으로 사용하는 표준지방세정보시스템에는 바코드 삽입 기능이 구현됐으며, 별도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서울시 역시 “올해 모든 납세고지서에 시각장애인 음성변환용 바코드를 삽입했다”고 밝혔으나, 전국적 도입·시행은 부진한 상태다.
행안부 차세대지방재정세입정보화추진단 관계자는 “예산 때문에 당장 도입하기 어렵거나 외부에 고지서 관련 업무를 위탁하는 곳들이 있어서 전체 세목별·지역별 도입 현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각 지자체 세정과에 문의한 결과, 이미 출력해 둔 수시분 고지서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전체 세목에서 음성변환용 바코드 미삽입 고지서를 사용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 법이 개정된 사실을 몰랐다거나, 활용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행안부 재정정책과 관계자는 “서식은 바뀌었지만, 인쇄 자체를 외주로 진행하거나 혼선이 발생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반영이 덜 된 것으로 보인다”며 “적극적으로 시정을 권고하고, 늦어도 7월 재산세 정기분 부과 때까지는 불편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조치하겠다. 기초 지자체까지 반영 내용이 전달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주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고주의에 따라 징수되는 국세와 달리 지방세는 면허분 등록면허세(1월), 재산세(7·9월), 균등분 주민세(8월), 소유분 자동차세(6·12월) 등 주요 세목이 부과주의에 따라 부과·징수된다. 정기분의 경우 납기월마다 대량의 고지서가 인쇄되는 만큼, 납세자 편의를 위한 개선 조치의 중요성도 더욱 크다.
더욱이 장애인 차별금지법 등 관련 법령은 국가와 지자체가 장애인의 정보접근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도록 규정하며, 의무의 범위도 각 분야에서 확대되는 추세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3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자체는 정보접근·의사소통시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에 따라 한국수어, 구화, 점자 및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가 삽입된 자료, 큰 문자 등을 습득하고 이를 활용한 학습지원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비단 음성변환용 바코드 표기가 끝이 아니라 기기 학습지원 등 통합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세종지부 관계자는 “개선 취지는 좋지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바코드를 읽기 위한 기기 보급과 사용에 대한 교육 등 보다 폭넓은 지원이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코드 위치가 ‘오른쪽 위’라고 해도 앞뒷면을 구분하려면 4번은 뒤집어 봐야 한다”며 “작은 것까지 일관되게 지원할 수 있는, 통합적인 고민이 있어야만 실제 사용 상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조세계에서는 납세자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왔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은 “납세자가 납세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과세관청은 행정지원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제한 뒤, “납세자가 고지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세법으로까지 규정했음에도 지자체가 이를 도외시하는 것은 납세자 권익을 침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질타했다.
한편, 현재 시중에 출시된 음성변환용 2차원 바코드 중 유일하게 단체표준규격을 충족하며,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된 솔루션은 ‘보이스코드(VoiceCode)’로 알려져 있다. 음성변환출력기 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원본 내용 음성을 출력해 주는 서비스다.
보이스아이(주)에 따르면, 보이스아이 코드의 특장점은 타 코드에 비해 월등한 데이터 저장량이다. 600dpi 기준 1cm2당 약 800byte(500자 이상)까지 기록 가능한 대용량·고밀도의 2차원 바코드이면서도 바코드 이미지 자체의 용량은 매우 적어 서버에 주는 부담이 거의 없다.
예컨대 납부고지서 규격인 13x13mm로 코드화할 경우, 약 800글자의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공문서 한 장의 모든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시각장애인 등을 위해 저장된 모든 내용을 음성으로 변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문화가정을 위해 보이스아이 코드에 저장된 데이터를 다국어로 번역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지방세 납세고지서 외 보이스아이 코드가 도입된 대표적인 정부 인쇄물은 주민등록등본이다. 정부24 전자정부 민원서류, 대법원 판결문, 약국의 복약안내문 등에도 코드가 도입돼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보이스아이(주)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의 납세정보 전달 차별 해소를 통해 지방세 정보의 적시 전달, 정상적인 지방세 납부 지원, 체납으로 인한 불이익 사전예방, 고지서 내 개인정보 보호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음성변환용 바코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