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전쟁에 따른 대외 리스크 확대와 내수 부진 등 한국 경제의 위기상황이 계속되면서 악화된 기업심리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이하 ‘BSI’)를 조사한 결과, 2025년 5월 BSI 전망치는 기준선 100을 하회한 85.0을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2022년 4월부터 기준선 100을 3년 2개월 연속 하회한 것으로, 역대 최장기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5월 BSI는 글로벌 관세 및 환율 등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 확대로 지난 4월(88.0) 대비 3포인트 떨어지면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특히 올해 들어 3월(90.8)을 제외하고는 계속 80대에 머물고 있다.
4월 BSI 실적치는 86.4로 조사됐다. 2022년 2월(91.5)부터 3년3개월 연속 부진이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내달 경기전망이 어두웠다. 제조업은 5월 BSI 79.2, 비제조업은 90.8을 나타냈다. 특히 제조업 BSI는 2020년 8월(74.9) 이후 4년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비제조업 BSI도 올해 1월(84.9)부터 5개월 연속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제조업 세부 업종(총 10개) 중에서는 의약품(125.0)과 식음료 및 담배(107.1)가 호조 전망을 보였다. 이외 8개 업종은 업황 악화가 전망된다.
한경협은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산업의 경영 악화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통상 리스크가 확대됨에 따라 제조업 대부분의 업종에서 기업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비제조업 세부 업종(총 7개) 중에는 5월 연휴 특수가 예상되는 △여가·숙박 및 외식(142.9) △운수 및 창고(107.7)의 업황 개선이 전망된다. 나머지 5개 업종은 부정적 심리가 우세했다.
5월 조사부문별 BSI는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내수(87.2)·수출(89.1)·투자(87.2)는 2024년 7월 이후 11개월 연속 동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수출 BSI(89.1)는 미국의 관세부과 계획 발표 등 글로벌 교역의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2020년 9월(88.5) 이후 처음으로 지수값이 90선 미만으로 하락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미국발(發) 관세 정책과 주요국의 맞대응으로 국제교역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등 수출 주력 업종에 대한 투자 촉진 및 세제 지원 등을 통해 기업 심리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