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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13. (금)

<img src=/data/icon-g.gif border=0> 찜통더위속 부가세신고장에 대형 얼음덩어리 배달 

國保委감찰반이 서장 '멸사봉공' 정보올려 서울영전

부가세(附價稅) 도입은 우리나라 현대 조세사에 큰 획이었다.

세무공무원 사회에도 부가세로 인해 영욕이 명멸한 경우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부가세가 도입된 후 상당기간에 걸쳐 부가세 행정을 잘 이끌어 '출세'한 사람이 많았다. 이는 역설적으로 부가세의 도입이 통치권자의 강력한 의지에 의해 도입되긴 했으나 시행과정에서 그만큼 어려운 벽이 두터웠기 때문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앞서 부가세 도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우리의 부가세 도입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기적'이라고 평했던 것은 시사점이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가세가 도입된 후 근 10년간은 거의 모든 세무행정이 부가세의 성패에 명운을 걸다시피 했다. 일선 관리자나 직원 할 것없이 다소 업무능력은 떨어지고 소양에 문제가 있더라도 부가세만 잘 해내면 후한 평가를 받았다. 국세청장을 비롯한 국세청 고위직을 지낸 사람 가운데 A씨, K씨, K씨, Y씨, C씨, O씨, S씨 등 기라성같은 이들이 이른바 '부가세통'으로 통하는 사람들이다.

               
           

           

 



부가세가 도입된지 3년차인 '80.7월.

광주廳 관하 某세무관서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신고마감이 며칠 앞으로 다가온 터라 신고 납세자들로 사무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데 대형 얼음 나무통 열댓개가 부가세과에 배달된 것이다. 직원들은 쓰임새를 떠나 이 얼음이 어떻게 온 것이냐가 더 관심사였다. 불과 며칠전에 국세청이 자체정화조치의 일환으로 이사관 6명을 포함해서 직원 390여명을 면직시겼던 일이 생생한데 자칫 괜한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서장이하 직원들은 일순 긴장했다.

"서장님, 손님 오셨습니다."

부가세과에서 신고상황을 점검하면서 얼음을 '구경'하다 부속실 전갈을 받고 서장실로 온 A서장은 뜻밖의 손님을 맞게 된다. 바로 국보위(國保委) 암행감찰반으로 며칠전 세무서에 왔던 사람이 다시 온 것이다. 그는 서장을 보자 반색을 하면서 "얼음이 있으면 기분이라도 좀 나아지겠죠?" 바로 그 얼음은 국보위 암행감찰반이 보낸 것이었다.

A서장은 너무 '감격'한 나머지 한동안 멍했다. 돈으로 치면야 얼마 될까마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던 것이다. 특히 국보위 하면 '때려잡는 곳'으로만 알았는데 이런 면도 있구나 싶어 퍽 기분이 좋았다.

며칠전 그 국보위 감찰반이 서장실에 들렀을 때 서장이 선풍기 앞에다 얼음덩어리를 놓고 바지는 반쯤 걷어 올린채 일하던 모습을 보게 됐고, 그것이 감찰반을 '감동'시킨 것이다. 그날 따라 유난히 더워 임시방편으로 피서를 해본 것 뿐인데….

당시 국보위의 세무서에 대한 이같은 '관심'은 광주廳 관내에서 특별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해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을 거치는 과정에서 호남지방의 민심이 매우 흉흉해졌고, 이른바 신군부가 호남지방의 민심을 돌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동원했다. 특히 민주화를 요구하는 군중에 의해 광주세무서가 불에 타는(5월20일) 화를 겪은 직후여서 당시 이 지역 부가세 신고는 신군부측으로서는 그만큼 관심이 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유화책으로 '당근'을 많이 줘야겠는데 마땅한 소재가 없다 보니 이런 궁여지책까지 동원된 것이다.

어쨌거나 A서장은 그 일로 '멸사봉공'(滅私奉公)하는 국세공무원으로 상신됐다.

-○○○는 오지세무서의 어려운 처지에도 불구하고 납세자들의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모범을 보였음. 다른 공직자들의 귀감이 될만 함. 주민들의 여론도 매우 좋음-

추상같은 국보위의 추천을 받은 국세청은 그를 다음 인사때 서울로 끌어올렸다. 부가세 신고업무를 잘 이끌었다는 공적이 붙었다. 그뿐 아니라 그에게는 두고두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란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세무서에 얼음을 '선물'했던 그 국보위 요원도 A서장이 서울로 올라온지 6개월쯤 뒤 서울로 올라왔다.

자그마한 단종 건설업체 사장과 세무사가 된 두 사람은 지금도 죽마고우 이상가는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本紙편집주간>
se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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