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5.18. (토)

회계제도개선 공청회 “외부감사는 ‘전봇대’ 아니다”

이종운 교수, “사회적 모니터링 시스템인 ‘CCTV의 렌즈’ 역할” 강조

“외부감사는 뽑아야 되는 ‘불필요한 전봇대’ 가 아니라 사회적 모니터링 시스템으로서의 카메라 또는 CCTV의 ‘렌즈’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종운 감사원 감사교육원 교수(한국공인회계사회 교육위원)는 4일 여의도 증권선물위원회 1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회계제도의 개선 및 선진화 방안’ 공청회에서 “외부감사를 규제의 대상으로 본다면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서 부담이 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증권연구원이 주최하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공인회계사회, 한국상장사협의회 등이 후원한 이 날 공청회에서 노희진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회계제도의 개선 및 선진화 방안’ 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대다수 선진국은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회계관련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으나, 이해관계자가 적은 비상장회사에는 관련 규제를 면제 또는 대폭 완화하고 있다”면서 “기업 등의 회계관련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비상장 회사 중 외부감사 대상회사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위원은 특히 “우리나라는 일정규모 이상의 비상장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엄격한 회계기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제, “외부감사비용 과다로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현 비상장회사의 외부감사대상기준 70억원이상을 100억원이상 주식회사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도 “지난 10년간 우리 경제의 규모가 확대되고 물가상승이 있었음에도 불구, 지난 98년 이후 현재까지 외부감사 기준을 조정하지 않아 비상장 소규모 기업들까지 외부감사 대상으로 대거 편입됐다”면서 “자산 70억이상의 비상장 소규모 기업들이 인력과 비용 등의 측면에서 기업경영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이의 상향조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조 본부장은 이어 “중소기업은 대부분 전형적인 가족기업으로서 주주의 수가 적고, 그나마 주주구성이 가족 및 친인척으로 구성돼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고 있다”며 “외부감사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내부감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종운 교수는 “외부감사비용 과다로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전제, “그렇지 않아도 글로벌 자본시장 환경하에서 바젤 2(금융기관의 운영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국제적 협약) 등의 시행으로 금융권의 은행 등 운영리스크가 중요하게 모니터링 되는 환경 속에서 기업의 신용평가 등에 중요한 렌즈로 작용하는 외부감사의 대상을 축소한다는 것은 글로벌 환경과 거꾸로 가는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이 교수는 “외감대상 자산규모를 70억원이상에서 100억원이상으로 상향조정할 경우 총 29조7천208억원(약 30조원)의 자산이 외감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이에 대한 회계투명성을 포기하게 된다”면서“더욱이 이들 기업 중 54%가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납입자본금의 몇 배에 이르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어 이들 기업이 부실경영에 따른 분식결산, 횡령 등으로 도산할 경우 주주들은 자신들이 납입한 범위에서 손해를 보면 그만이지만 채권자(거래처), 금융기관, 종업원, 소비자, 정부 등은 주주들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손해금액을 부담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혀 외감대상 상향조정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따라서 이 교수는 “자산규모 70억원이상인 기업이 총자산의 0.1%~0.2%에 불과한 감사보수가 부담이 된다면 이는 한계기업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 “이러한 한계기업일수록 철저한 감사를 통해 회계부정을 방지하고 정상적인 퇴출을 촉진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사회적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함에도 불구, 이를 이유로 외감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합리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방청객 토론에서 주인기 회계사회 국제부회장은 “그동안 회계분야에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우리나라 회계신인도가 55개 국가 중 51위에 머물렀다”고 지적, “상장회사 뿐만아니라, 비상장회사도 인프라 구축과 회계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만기 감사반연합회 회장도 “보약인 한약을 먹으려면 돈이 좀 들어가고 그래야 건강도 좋아진다”고 보약론을 주장하면서 “회계사 실무 40년과 28년의 회계감사를 해왔고 100억원 회원 기업에 대한 감사를 하고 약 2천만원의 감사보수를 받았으나 그 기업은 절대로 부담을 갖지 않았다”고 밝혀 오히려 외형 100억, 70억이 아니라 모든 주식회사는 다 감사를 받아야 함을 주장했다.

 

한편 감독당국을 대표한 최진영 금감원 회계제도 실장은 “기업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회계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현행 외감대상 기준금액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 등 양측의 주장을 충분히 분석, 조화를 이루도록 할 방침”이라면서 “우리나라가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고 여러 제도가 원점에서 도입되는 만큼 한 번 정착된 제도를 한꺼번에 바꿀 순 없는 만큼 이해관계자와 법률적인 검토를 통해 최선의 방법을 도출해 내겠다”고 밝혔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