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결과 총 도피액이 물경 1천6백44만달러에 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같은 엄청난 외화를 이들이 빼돌리기까지 관계기관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특히 당시 해운업계에서 `공개된 비밀'로 끈질기게 나돌던 외화도피와 관련된 풍문들이 이 사건을 통해 사실로 확인됨으로써 외화도피가 다른 해운업체에도 있을 수 있는 우발적인 현상이라는 유추도 가능하게 했다.
해운업계의 외화도피는 사실 국세청이 당시 국제거래가 확대되면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것이라는 전제아래 해운업체와 원양업체 해외건설업체 등을 중심으로 한번 손을 대려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당시 국세청 관계자들은 밝혔다.
범양사건은 결국 지난 '86년부터 朴 회장과 韓 사장을 둘러싸고 업계·증권가와 세간에서 나돈 회사 내분과 외화도피 풍문, '86.12월 이와 관련된 투서에 의해 국세청이 내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朴 회장이 자살, 파문이 더 커지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후 검찰이 범양의 외화도피내용, 비밀자금의 사용처 등 수사결과를 최종 발표하고 두 사람의 전무를 구속기소함으로써 사법적 차원의 마무리는 지어졌지만 이 사건이 던져준 기업윤리는 결코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범양사건은 거액의 외화도피를 비롯해 탈세와 경영층의 불화, 파렴치한 사욕추구 등 기업경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비리를 드러냈다. 당시 여론이 이 사건에 종결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은 이른바 비자금명단 공개 등 미진한 부분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같은 기업비리가 아직도 우리 기업세계에서 개연성과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는 데 있었다.
자유자본주의 경제체제에 기업 및 기업인의 목표는 물론 이윤추구이다. 그러나 이윤추구에는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책임이 있는 것이고 그 과정은 정당성을 지녀야 한다. 한 사회의 발전은 그 사건이 던진 충격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있다.
범양사건은 기업윤리 문제가 이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단계에 이르렀는가를 교훈으로 남겼다. 모든 기업의 회장·사장 그리고 임직원들은 결코 범양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지난해 국세청의 조사를 받은 보광그룹과 같이 범양도 내부의 제보가 조사를 이끄는 계기가 되었고, 조사를 받음으로써 탈세 등 위법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즉 경영주들의 경영에 대한 투명성과 종사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언제든지 종사자들은 그들이 가진 정보로 해당 기업을 난처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는 사실은 경영자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국세청은 지난 '66년 개청이래 국가재정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무리한 과세를 함으로써 납세자들을 억압했거나 조상징수라는 비도덕적 잣대로 세수를 채우는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낳기도 했다.
또 국세청은 포항제철·현대그룹 세무조사 등 대형 정치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국가의 징세권을 남용한다는 비난을 받아오기도 했다.
本紙는 이러한 대형사건들의 이면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알아 보고, 또 세정사의 큰 사건들을 정리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98년부터 `국세청 비화'를 연재해 왔다. 그러나 本紙는 이번 `범양사건 세무조사'를 끝으로 연재를 일단 중단했다가 사회적 여건이 성숙되면 재개할 계획이다. 독자제현들의 양해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