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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6.29. (토)

내국세

에너지 세제프로그램 꼬였다

경유세 인상분 전액 국고보조따라 정책 혼선


정부가 지난 15일 화물연대와의 협상에서 경유세 인상분을 전액 국고에서 보조하겠다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오는 2006년까지 계획된 에너지 세제개편안은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화물차에 대한 경유세 보조금을 전액 지원함에 따라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와 LPG택시업계에서도 잇따라 세금 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돼 정부가 단계적으로 경유와 LPG 가격을 올리려던 에너지 세제개편 프로그램이 결국 좌초된 것이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16일 '사업용 화물자동차에 지급하는 경유세 인상분에 대한 보조비율을 현행 50%에서 오는 7월부터 100%로 높이게 됐다'며 '국고에서 추가적으로 부담할 금액이 연간 1천800억원 수준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7월1일부터 경유에 대한 세금(교통세, 주행세, 교육세 등 포함)이 ℓ당 232원에서 276원으로 44원 인상되는 부분에 대해 전국 33만여대 화물차 사업주들은 추가부담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경유세 인상분에 보조금을 높여줄 수 없다"며 협상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 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노조의 압력에 못이겨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할 에너지 세제에 손을 댄 것은 정책 일관성의 실종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경유는 환경오염 유발 정도가 휘발유의 40배에 달할 정도로 심해 환경 보호측면에서 비정상적인 소비를 줄일 필요가 있었으나 올해 인상분의 100%를 국고에서 보조키로 함에 따라 경유세 인상은 사실상 없었던 일이 됐고 이는 에너지 세제개편 목적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화물연대의 불법적인 파업에 못 이겨 결국 정부에서 경유세 보조금을 보전하기로 한 이상 앞으로 이와 유사한 LPG택시, 버스업계의 세금인하 요구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에너지소비세의 구조를 바꿔 안정적인 세수 확보를 하려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조세전문가도 "에너지세제 개편을 통해 환경오염, 에너지소비를 억제한다는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며 "정부가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지 못하고 이익집단의 요구에 끌려다니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K某 박사는 "주행세를 올려서 보조금으로 돌려주면 부대비용만 더 들어간다"며 "올해 인상분을 1년 연기하거나 2006년까지 예정된 유류세 인상시기를 연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재경부는 환경오염과 에너지 과소비를 억제한다는 목표하에 지난 2000년 당시 100 대 45 대 27 수준이던 휘발유와 경유, LPG 등 세 유류의 상대가격비를 오는 2006.7월까지 100 대 75 대 60으로 개선한다는 내용의 에너지 세제개편안을 마련,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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