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국가, 사회적으로 경영투명성과 ‘윤리적 투명성’이 각별하게 강조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기업 등에 대한 재무회계 감사 전문가인 공인회계사는 신뢰를 파는 직업입니다. 이제 우리 회계사도 국민과 고객으로부터 신뢰(信賴)를 얻는데 대해 한 치의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특히 윤리적 투명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여성회계사는 남성회계사보다 ‘사회적 인식도’ 측면에서 훨씬 더 자유롭습니다.”
서지희 한국여성공인회계사회장(45세. 삼정회계법인 파트너:상무)은 여성공인회계사의 역할과 강점에 대해 이같이 강조하고 “어느덧 여성 공인회계사가 1,270여명(12%)가 되는 만큼, 이제 여성 회계사들도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정부분 제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고 말해 향후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해 나갈 방침임을 시사했다.
서 여성회계사회장(이하 서 회장)은 적극적 활동에 대해 “여성경제인연합회, 여성변호사회, 여성세무사회 회장 등과 만나, 상호 친밀한 우호관계를 형성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이에 앞서 우리 여성회계사회부터 추진목표와 행동강령을 설정한 뒤 이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을 만나봤다.
-여성회계사회의 그간 활동상황은 어떠했나요.
“제가 86년에 합격했는데 그 당시 여성회계사는 합격자가 겨우 1~2명에 불과했지요. 그러다보니 그간의 활동은 미미했어요. 그러나 90년대 초경부터 여성회계사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졌지요. 이 때 초대 회장은 노석미 회계사님 이였구요. 2대 회장이 이기화 회계사님 이였습니다. 3대 회장인 저는 지난해 6월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됐지요.
여성회계사회는 초대 노석미 회장님이 기초공사를 튼튼히 하고, 2대 이기화 회장님이 헌신적인 노력으로 활동영역을 확고히 구축해 놓았지요. 저는 이제 그분들이 일궈놓은 업적 덕택에 여성회계사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여러 여성전문가 단체 분들과 국가와 사회를 위해 노력봉사 할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작년 11월에는 여성부의 후원을 받아 ‘여성과 세제’라는 주제로 정규언 고려대 교수님의 주제발표와 함께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토론회는 앞서 말씀드린 여러 여성전문가 단체들과 공조 속에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사회적으로 공통분모가 형성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성이 회계사가 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텐데 왜 회계사가 됐는지요.
“보수적이고 완고하신 아버님의 권유 때문이었지요. 당시 아버님은 여자는 이대(이화여대)를 가야한다. 그리고 경영학과를 가야 나중에 결혼해서 가계부(家計簿)라도 적을 것이다. 그러시면서, 남자는 잘 하는 것을 하지만, 여자는 ‘자기가 부족한 것을 메우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지요. 그 당시 저는 장식미술이 좋았는데 말입니다.
회계사 시험공부는 대학 2년(경영학과) 시절부터 시작했어요. 당시 대학 5년 선배인 노석미 선배(이대 첫 회계사)가 시험에 도전해 보라고 권유를 했지요. 그 뒤 3학년과 이대 대학원(회계학)을 다니면서 회계사 시험공부는 계속되고 있었어요. 노 선배님이 이대 첫 회계사 시험 합격자고, 제가 두 번째 합격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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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희 여성공인회계사회장은 "국가, 사회적으로 경영과 윤리적 투명성이 강조되고 있는 작금의 시대에 여성의 역할이 매우 중차대해 지고 있다"면서 "특히 여성회계사가 어느 덧 회원 1천명(1,270여명:회계사회 회원의 12% 점유)이 된 만큼 이제 여성 회계사도 사회적으로 일정부분 제 역할과 목소리를 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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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시험공부를 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사실 혼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정보가 없어 걱정과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졸업 후에는 계속 공부를 해야 할 지 고민이 많았습니다만 이를 악물고 공부했어요. 그 뒤 모두 세 번의 도전 끝에 난공불락과도 같은 공인회계사에 당당히 합격했답니다.
그러나 회계사 시험 도전부터 합격 후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진로를 인도해 주신 노석미 선배님. 결국 노 선배님은 제 인생의 ‘멘토(스승)’이기도 합니다.”
-삼정회계법인의 여성 1호 파트너(상무) 회계사로 유명하신데 어떻게 파트너가 되셨나요.
“우선은 저희 삼정회계법인의 인재양성 정책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타 회계법인의 경우를 봐도 여전히 금녀(禁女)의 벽은 높지요. 사실 파트너 회계사가 되려면, 우선 기본 근무연한이 14~16년이 돼야 합니다. 그리고 회계법인에서 할 수 있는 업무수행 능력이 있어야 하구요. 리더쉽과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있어야 합니다. 대외적 고객 마케팅 능력도 필요합니다.”
-여성회계사회가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선 회원의 권익증진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여성전문가 단체와 대외관계를 형성, 심포지움을 개최하는 등 이를 사회적으로 이슈화 할 계획입니다.
여성회계사회는 회원 세대가 다양화 돼 있어요. 그 중 20대 회원이 절반이상입니다. 그러나 젊은 회원이 참여가 아직 미비합니다. 여성으로써 아직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제도적 불비사안이 적지 않습니다.
회원의 규합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통합, 한 목소리를 내는 방안을 강구중입니다.”
-그 동안 여성회계사의 활약상이 크게 두드러지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아시다시피, 여성 회계사는 행시나 사시보다 업무성격상 진출이 많지 않지요. 의료계는 여성의 진출이 참으로 많지요. 회계사는 경영과 비즈니스 등이 주 업무여서 아직 사회적인 진출이 그렇게 많지 않은가 봅니다.
더욱이 기업에 대한 감사를 나갈 경우 여성 회계사를 보내면, 어떤 기업은 항의를 하기도 합니다. 이른 바 그 기업은 “우리 기업을 우습게 보느냐”는 식이죠. 아마도 기업의 재무제표를 여성이 와서 보니까 자존심이 상해서 그런가 봅니다.
그러다보니까 여성 후배 회계사들의 경우 5~6년차가 되면, 세무파트(TAX)로 돌아갑니다. 결국 이 분야에 인재양성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지요.”
-여성회계사 회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회원 모두 각자의 개인적인 일은 잘 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여성회계사회에 관심이 부족한 것은 여전한 것 같아요. 주변에 관심을 갖다보면 나 자신의 어려움을 같이 동참해 결국 회에 힘을 실어 주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했을 때 육아나 직장을 가정과 같이 병행해 업무처리를 해 나갈 수 있지 않겠어요. 절대로 이같은 일을 개인적인 일로 치부한다거나, 혼자서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서 회장은 “우리 삼정회계법인은 ‘모유시설’을 갖춰 놨어요. 여성 수습회계사가 합격 후 가고 싶은 회계법인 1위가 바로 저희 삼정회계법인입니다. 삼정은 ‘2010 목표(여성 파트너 비율 25%)’를 설정해 놓고 있기도 합니다.”라며 삼정회계법인의 특장을 자신감 있는 어조로 강조하는 등 적극성과 열의를 보였다.
“계획을 세우면 열정을 갖고 일 한다”는 서 회장은 “피할 수 없으면, 싫은 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면서 “세상을 살면서 손해 좀 보면서 살고 싶다”고 자신의 생활철학이자 좌우명을 이같이 설명했다.
서 회장은 여성의 신분으로 결코 쉽지 않은 세 가지 큰일을 해냈다. 그 첫째가 공인회계사가 됐다는 것이고 둘째는, 국내 굴지의 4대 회계법인인 삼정회계법인에서 남성 회계사도 따내기 힘든 상무(파트너)가 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회원 1천명을 보유한 여성공인회계사 회장이 돼 향후 여성계의 우먼파워를 한껏 드높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취미가 ‘가족과 여행’을 하는 것이라는 서 회장은 남편이 심상철 서울고법 부장판사(50세. 전북 전주)이며, 슬하에 2남(대학 2학년, 고 2생)을 두고 있다.
[프로필]
▶62년 제주출생
▶제주 신성여고(26회)
▶이대 법정대학 경영학과
▶이대 경역대학원 경영학 석사
▶86년 공인회계사 2차 시험 합격
▶산동회계법인 근무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인회계사(AICPA) 시험 합격
▶삼정회계법인 상무이사(현)
[주요활동]
▶정부기금운용평가위원회 위원(2003)
▶서울시 여성위원회 위원(2003~현)
▶서울시 물가대책위원회 위원(2003~현)
▶한국공인회계사회-국세청장상 수여(2003.6)
▶정부회계기준위원회 위원(2003.10~2005.10.31)
▶재경부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2004.11~2005.11)
▶금감원 회계제도자문위원회 위원(2004.4~2006.6)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계감사기준위원회 위원(2005.7~2006.6)
▶재경부 시장효율화위원회 위원(2005.7~현)
▶여성공인회계사회 회장(2006.6~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