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룡 중앙인사위원장은 25일 고공단제 시행 1주년 기념 기고문에서 “고위공무원단제도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에 단행된 가장 근본적인 인사시스템 혁신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사진]
권 위원장은 그 이유에 대해 ▶고위직 계급 폐지를 통해 ‘계급과 연공서열에서 직무와 성과중심의 인사관리(직무등급제, 직무성과급적 연봉제)’ ▶공직인사 문호 개방을 통해 ‘폐쇄적 내부 중심인사에서 개방 경쟁 및 교류를 통한 최적격자 선발(개방형 공모직위제도 및 인사교류)’ ▶엄정한 신분관리를 통해 ‘사고만 없으면 정년보장에서 무능력 성과부진자 퇴출장치 강화(역량평가와 적격 심사제도)’ 등을 확고히 구축한 점이라고 설명했다.(다음은 권 위원장의 기고문 전문이다)
[고위공무원단이 가져온 공직사회 변화들]
올해 7월초 베이징에서 한·중·일 인사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일본 인사원 총재는 “한국의 고위공무원단제도를 배우기 위해 공무원을 파견할 계획이니 잘 협조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사실 과거 수십 년간 일본의 인사제도를 벤치마킹해 왔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은근히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제안이었다.
[일본이 우리나라 인사제도를 배운다?]
인사원 직원이 다녀간 후에도 최근 일본의 과장보좌급 공무원 15명이 중앙인사위원회를 방문해 한국의 인사제도에 대해 설명을 듣고 토의했다. 그들은 가장 인상 깊고 참고해야 할 제도로 고위공무원단제도를 꼽았다.
[공직사회 패러다임의 대전환]
고위공무원단제도는 정부의 핵심인재인 실·국장급 공무원들에게 개방과 경쟁, 성과와 책임 중심의 인사 원칙을 강화하고 정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작년 7월1일 도입됐다. 이 제도의 도입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나라 공무원제도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변화였다.
1949년 국가공무원법 제정 이후 유지돼온 계급제와 연공서열 위주의 폐쇄적인 인사관리시스템이 50년만에 직무와 성과 중심의 개방적인 시스템으로 바뀐 것이다. 도입 당시에 개정된 법률만 77개에 달하고, 개정된 대통령령은 300개가 넘었으니, 고위공무원단제도가 가지는 파급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사시스템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이었기 때문에, 도입 당시 계급폐지로 인한 혼란이나 정치적 임명 가능성 등의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혼란이나 정실인사 등의 문제들은 나타나지 않았고, 공직사회의 개방과 경쟁 확대 등 운영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공직자들의 의식과 문화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도입 당시 우려에도 불구, 공직사회 안착 중]
먼저, 민·관간, 부처간 벽이 허물어지고 개방과 경쟁이 활성화되고 있다. 개방형직위를 통해 우수한 민간전문가들의 공직진입이 늘어나고 있으며, 공모직위를 통해 부처간 인적교류가 활성화되면서 부처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정책공조를 강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제도시행 이후 임용된 232개 개방형·공모직위의 외부임용률은 각각 54.5%, 51.9%로 절반을 넘었다.
둘째로, 인사관리가 계급과 연공 중심에서 직무와 성과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종전에는 동기이고 같은 계급이면 하는 일이 어렵든 쉽든, 성과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보수가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담당하는 업무의 어려움이나 개인별 성과에 따라, 동기간에도 2000만원 이상 보수 차이가 나는가 하면, 성과가 뛰어난 고위공무원은 상관인 차관보다도 연봉을 많이 받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능력과 성과가 부족한 고위공무원은 직무등급이 낮은 직위로 전보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종전보다 낮은 등급으로 이동한 경우가 43건에 달한다. 서열과 경력에 따라 저절로 계급과 보수가 올라가는 시대는 이제 지난 것이다.
셋째로, 고위직에 대한 역량 검증이 강화됐다. 과거에는 적절한 보직경로와 경력만 쌓으면 기수에 따라 순서대로 국장 보직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고위공무원에게 필요한 필수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국장급으로 승진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고위공무원단의 진입시험격인 역량평가에서 13%의 후보자가 탈락하고 있다. 그만큼 고위직이 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로 인해 공직사회에서는 역량을 개발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인사혁신으로 발전]
이러한 고위공무원단제도의 긍정적인 성과와 함께 일부에서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충원 절차의 장기화로 인한 업무공백 문제, 직무등급을 과거 계급처럼 인식하는 관행, 온정주의적인 성과평가, 고위공무원 후보자에 대한 지나친 교육·평가 부담 등이다. 제기된 문제 중 일부는 제도 도입으로 더 큰 성과를 얻기 위해 공직사회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있고, 일부는 개선·보완해 나가야 하는 것도 있다.
최근 고위공무원단제도에 대해 공직사회 안팎에서 이런 저런 불평과 불만, 그리고 문제제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직의 개방을 확대하고 성과와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이 당사자인 공무원들에게 인기를 얻기는 어렵다. 오랜 계급과 서열 중심의 폐쇄적 공직 관행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중앙인사위원회는 변화관리를 통해 공직사회의 수용성을 높이고 제도의 지속적인 보완과 개선을 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올해 3월에 상시 의견수렴체계를 구축했고, 각 부처 토론회와 두 차례의 제도개선협의회를 거쳐 애로·건의사항을 수렴하였다. 제기된 의견들은 핵심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처의 의견을 모두 반영했다. 앞으로도 각계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긍정적 성과는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문제들은 개선해 제도를 내실화하는데 최선을 다해 나갈 계획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부를 향해]
국정 현안과 크고 작은 과제 해결에 불철주야 매진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다소 미안한 감은 있지만, 이만한 불편과 난관은 거뜬히 극복해 내리라고 굳게 믿는다. 아울러, 국민들께도 혁신을 통해 거듭나고자 노력하는 공무원들의 노력에 따뜻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
유럽의 프로리그가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피부색과 관계없이 실력에 따라 포지션 경쟁을 하고, 철저하게 경기내용과 결과에 따라 보상과 퇴출이 결정되는, ‘개방과 경쟁’, ‘성과와 책임’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고위공무원단의 혁신가치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고위공무원단 인사혁신은 중·하위직은 물론, 특정직과 지방자치단체까지 확산돼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류 정부’를 구현하는 것, 이것이 바로 고위공무원단제도가 가진 비전이고 미래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