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자유경제포럼·한국경영인학회, 상속·증여세 개선방안 심포지엄
신현한 교수 "상속세, 기업가치 이중 훼손…세율 인하 등 개편 필요"
박훈 교수, 성과연동 단계형 가업상속공제 등 정책 설계안 제안
코스피 8천 시대를 위해서는 기업 가치를 억누르는 ‘징벌적 상속세’의 전면 개편이 선결과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낮은 주가가 승계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구조를 만드는 모순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는 역설적 구조라는 분석이다.
국회 자유경제포럼과 한국경영인학회는 8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코스피 8천과 가업승계 활성화를 위한 상속·증여세 개선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상속세, 세율인하·공제 현실화·유산취득세 전환·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물가연동제 도입 바람직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신현한 연세대 교수는 한국의 상속세가 단순한 조세 문제가 아니라 기업가치와 자본시장 구조를 압박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기업의 가치는 미래 현금흐름에서 ‘할인율에서 성장률을 뺀 값’으로 나눠 결정되는데,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의 성장률을 저하시켜 미래 현금흐름을 약화시키고, 경영 불확실성을 높여 할인율을 높인다”며 “결국 기업가치를 이중으로 훼손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산층까지 과세 대상이 확대되는 ‘소리 없는 증세’ 문제를 지적하고 상속세 개편안으로 세율 인하, 공제 현실화, 유산취득세 전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물가연동제 도입을 제시했다.
우선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30% 내외로 단계적으로 내리고, 물가와 자산 가치 상승을 반영해 일괄공제·배우자공제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총 유산이 아닌 실제 상속받은 금액에만 과세하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하고, 기업 승계를 가로막고 주가를 억누르는 징벌적인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리 없는 증세’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자산 가격 변동을 정기적으로 반영하는 물가 연동제 도입을 제안했다.
◆기업 상황에 맞춘 4가지 옵션 제공해 정책 유연성 확보해야
두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높은 상속세 부담이 자본시장의 구조적 저평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독일의 임금총액 기준 고용 조건, 일본의 납세유예 중심 제도, 프랑스의 뒤트레이유 협약(사전계약 구조), 영국의 사업재산공제 등 OECD 주요국의 사례를 비교 분석하며, 공통적으로 정교한 조건화와 이행 관리 강화가 글로벌 트렌드라고 진단했다.
이를 토대로 한국의 기업 상속을 위한 4가지 정책설계안을 제시했다. △성과연동 단계형 가업상속공제 △납부유예(이연) 중심의 제도 확대 △생전증여 활성화 및 상속정산 강화 △소유-경영 분리형 공익·근로자 참여 트랙이다.
박 교수는 성과연동 단계형 가업상속공제는 기존 공제제도 활용기업, 납부유예는 성장기 중견기업, 생존 증여 활성화는 고령경영자와 승계계획이 명확한 기업, 공익트랙은 ESG 강조기업에 강점이 있다며 기업의 상황에 맞춘 옵션 제공으로 정책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산취득세 전환·공제 현실화·물가연동제’ 보편개혁 이후 최대주주 할증 폐지·가업승계 특례 추진
정석윤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토론 세션에서 한국의 상속세가 미국, 일본과 달리 ‘3중부담’ 구조를 가졌다며 두 나라의 장점은 취하지 못하고, 단점만 결합한 형태라고 비판했다. 유산세 방식(전체 일괄 과세)+최대 한계세율 60%(명목 50%+최대주주 할증 효과)+25년 동결 공제라는 것이다.
미국의 유산세 방식은 1인당 면제한도가 약 1천360만달러(약 200억원)로 설정하고 다양한 절세 수단을 허용한다. 일본은 최고 명목세율 55%에 준하는 높은 세율 구조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상속인 각자가 실제 취득 금액에 비례 과세해 부담이 자동 분산된다.
정 교수는 “실질적 입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가업승계 특례 설계와 제도의 보편적 정상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유산취득세 전환·공제 현실화·물가연동제라는 보편 정상화 트랙으로 사회적 합의를 먼저 만들고, 그 기반 위에서 최대주주 할증 폐지와 가업승계 특례를 추진하는 단계적 패키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편개혁이 먼저 사회적 신뢰를 쌓은 뒤 최대주주 할증 폐지와 가업승계 특례를 추진할 때 비로소 특정 자산가 계층을 위한 특례가 아닌 기업 존속과 고용 보전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라는 프레임이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코스피 8천과 가업승계 세제 완화를 직접 연결하는 논리에 대해서는 "중소·중견기업 폐업 방지를 위한 승계 지원논리와 대형 상장사 최대주주의 경영권 세습 논리는 동일선상에 놓아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가업상속공제 규제 최소화로 전환, 증여세 완화로 사전 상속승계 활성화
조봉현 박사(전 IBK 경제연구원장)는 가업상속공제의 패러다임을 단순한 세제 혜택이 아닌 규제 혁신의 관점에서 ‘승계 규제 최소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증여세 부담을 상속세 공제 수준으로 완화해 사전 상속승계 활성화를 유도하고, 상속세율을 점진적 인하하며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현실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기업이 일정 기간 고용과 사업을 유지할 경우, 매년 일정 비율의 세금을 감면해 최종적으로 상속세 부담을 없애주는 독일식 가업상속 모델 도입, 기업투자와 연계한 공제제도 도입, 기업의 누적 세금 기여도를 반영해 가업승계시 상속세·증여세를 감면하는 ’가업승계 세금 마일리지 제도‘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후관리 요건에 부모-자녀 간 ‘공동대표 허용’ 인정 바람직
조용주 변호사(법무법인 안다 대표)는 4가지 가업승계 정책 제언(성과연동 공제, 납부유예 확대, 생전증여 활성화, 소유-경영 분리 트랙)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명목세율의 근본적인 인하 없이 조건부특례나 유예 제도만 덧붙이는 것은 고령의 경영자들에게 혜택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규제나 미래의 잠재적 조세 폭탄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성과연동 단계형 가업상속공제는 거시경제 침체나 산업 구조조정 등 외부 요인을 반영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설계하고, 납부유예(이연) 중심 확대는 처분 시점에 막대한 세금이 일시에 부과되는 본질적 한계가 있는 만큼 출구 전략이 보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생전 증여를 통한 조기 세대교체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현행 사후관리 요건에 부모-자녀 간 ‘공동대표 허용’을 시급히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후계자의 노력으로 창출된 기업 가치 상승분은 상속세 정산 시 합산에서 철저히 배제해 확실한 절세 시그널을 주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소유-경영 분리 트랙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등의결권이나 황금주 등 제도를 상법 및 세법과 연계해 도입, 창업 가문의 경영 의사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