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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4.26. (토)

장기 재정전망

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초여름 국회예산정책처(NABO)는 2012∼2060년 기간을 대상으로 장기 재정전망치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일부 세목이나 재정지출 항목에 대해 부분적으로 장기 전망을 한 연구나 보고서가 간헐적으로 있었지만, 총수입과 총지출을 모두 아우르고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를 종합적으로 장기전망한 보고서는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최초이다.

 

NABO 보고서의 장기 재정전망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기준선 전망치를 기준으로 할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수입 비중은 2015년 26.1%를 정점으로 2016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 2030년 24.9%, 2050년 22.7%, 2060년 22.1%로 현재보다 상당히 낮다. 총지출은 2012년 24.8%에서 2020년 25.4%, 2040년 30.4%, 2060년 35.4%로 상당히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차감한 통합재정수지는 2060년 한해에만 GDP 대비 13.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었다. 국가채무는 GDP의 2배 수준을 조금 상회한다는 것이 NABO의 전망이다.

 

NABO의 재정수지 전망 결과, 장기적으로 대규모의 재정수지 적자가 예상된 데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으로 진전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현상과 장기적 인구감소에 의한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NABO의 기준선 전망은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만약 급작스러운 경제위기나 통일 등의 사건이 발생한다면 재정상황은 더 어려운 지경에 직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잠재적인 문제를 상기시켜주었다는 점에서 NABO의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는 의의가 크다.

 

먼 훗날이지만 한해 동안의 통합재정수지 적자규모가 GDP의 13%를 초과할 정도라면 우리나라의 장기 재정상황은 우려할 만하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쉽지 않겠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상당히 긴 만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장기재정여건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상당히 큰 규모의 재정수지 적자가 예상되므로 국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응한 노력이 요구된다. 직접적으로는 세입확충과 세출절감 노력이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재정여건 악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저출산․고령화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 요구된다. 일례로 직접적인 관련성이 작아 보일지 모르지만, 보육․교육 등의 문제도 장기적 경제성장 및 재정여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기술적으로 재정추계의 정확성을 제고하여 올바른 정책판단을 위한 정책기초자료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문제 또한 최적의 정책조합을 도출하는 데 있어 기본전제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반면에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결코 용이하지 않다. 필자가 이들 난제에 대해 답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면을 통해 정책대안을 논하기는 어렵다. 다만 재정추계와 관련해서는 부분적으로나마 추계의 정확성을 높여 재정개혁을 위한 정책기초자료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몇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NABO의 장기전망에 의하면 총수입은 2015년 GDP 대비 26.1%에 도달한 후 이듬해부터 완만하게 하락한다. 이는 생산가능연령(15∼64) 인구가 2016년 3,764만명을 정점으로 2017년부터 감소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의 조세수입 구조는 소득세 등의 누진세율구조, 부가가치세의 면세․과세품목간 소득탄력성의 차이 등으로 인해, 경험적으로 세수탄력성이 1보다 다소 더 크다. 이런 요인을 보다 적극적으로 세수추계에 반영한다면 GDP 대비 총수입 비율의 하락추세는 전망된 결과와 다소 달라질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인구구조의 변화가 세입여건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총인구 수, 생산가능연령인구 수 등 총량지표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성별․연령별 인구구성 변화에 의한 평균숙력도, 성별․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 등과 같은 질적 요소와 구성 요소의 변화효과도 세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NABO의 장기재정전망에도 이런 요인들이 일부 고려되어 있다. 흔히 놓치기 쉬운 부분을 분석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킨 것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다만 미처 반영되지 못한 부분을 추가적으로 분석한다면 세수추계의 정확성 제고에 크게 보탬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장기추계시 기준이 되는 기준선은 기본적으로 현재 상태가 미래에도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실현가능성을 기준으로, 미래에 예상되는 환경변화를 얼마만큼 더 적극적으로 분석시나리오에 반영하느냐의 문제는 장기재정전망 결과의 현실성을 크게 좌우한다. 그러므로 장기재정전망을 위한 시나리오 자체를 다양화하는 것도 장기추계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최근 정부살림의 장기전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장기 재정추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NABO의 보고서 역시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 발간되었다. 장기재정전망의 중요성을 놓고 볼 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계의 장기추계연구를 종합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여 각계의 의견과 추계결과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렴할 수 있다면 그 의의는 더욱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NABO에서 세입․세출을 망라하여 종합적으로 장기 재정전망치를 제공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로서 적극 장려할 일이다. 다만 이런 작업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향후에도 지속되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장기재정전망이 전망으로만 끝나지 말고, 재정개혁을 통해 의미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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