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5.17. (금)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김유찬<홍익대 교수>

2013년 정부 세법개정안은 소득세에서 제공하는 일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관련된 논의는 진행 중이며 사회적 공감대는 아직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나 교육비, 의료비도 크게 봐 소득 창출과정에서 공제돼야 하는 비용이므로 소득공제가 원칙에 합당하다는 입장과 동일한 비용을 공제받을 때 납세자의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세금경감 혜택이 같아진다는 측면에서 세액공제가 형평성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사실 세액공제로의 전환을 통해 일부 고소득 계층 근로자들의 세부담 증가의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고소득 근로자들의 감성적 분노는 상황이 객관적으로 이해되는 경우 쉽게 해소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라고 판단된다. 다만 이에 편승하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주장에서는 현실 인식에 대한 심각한 장애가 감지된다.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실효세율 평균은 약 4.4%, 그리고 상위 10%를 차지하는 근로자들의 평균 실효세율도 11%에 지나지 않는다. 소득세에서 허용하는 각종 공제제도가 작용하기 때문에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의 격차가 이렇게 큰 것이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정부안대로 세액공제율을 15% 혹은 12%로 하는 경우 한계세율이 12% 혹은 15% 이하이던 납세자들의 세금부담은 오히려 줄고 한계세율이 12% 혹은 15% 이상이던 납세자들의 세금부담만 늘어난다. 여기에 해당하는 소득상위 계층 근로자들의 비중은 전체 근로자에서 30%가 되지 않는다. 세액공제로의 전환 때문에 소득상위계층 근로자들이 수십만원 정도의 세금을 더 납부해도 상위 10% 근로자들을 기준으로 실효세율은 수준은 12∼13%에 머물 것이며 여전히 아주 낮은 수준이다.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면서 이 정도의 세금 부담을 피할 수는 없다.               

 

세액공제로의 전환에 대한 반대 입장의 주장은 그러나 세부담이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보험료나 교육비, 의료비가 소득창출과정에서 공제돼야 하는 비용이므로 소득공제해 주는 것이 과연 원칙에 부합하는지, 그 주장의 타당성을 한번 잘 살펴보자.       

 

인적 공제(부양가족 공제), 보험료 공제, 의료비 및 교육비 공제 등을 세법학계에서는 주관적 필요경비라고 부른다. 해당 소득을 창출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객관적 필요경비라고 부르며 순소득 과세원칙에 따라 소득금액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이미 공제된다. 이에 비교해 인적 공제, 의료비 공제 등을 주관적 필요경비라고 부르는 까닭은 이들 비용은 소득의 창출과는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지만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가족의 유지와 건강에 대한 고려 등은 필수불가결하므로 이를 넓은 의미에서는 필요경비라고 분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까지의 논리 전개는 무리가 없다.

 

이 논리적 기반 위에서 우리가 정책적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따져봐야 하는 내용이 있다. 주관적 필요경비의 원칙에 적합한 지출이 되기 위해서는 의료비, 교육비, 보험료, 기부금 등의 지출 내용이 생활 유지에 꼭 필요한 수준으로 제한돼야 한다. 그리고 그 제한의 기준이 되는 수준은 개인의 경제적 상황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전반적인 경제상황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유수의 사립대학교에 비싼 등록금을 내고 공부하는 학생의 부모 입장에서 볼 때 이 교육비의 지급을 주관적으로 부모로서의 의무로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소득공제돼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행 세법에서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다른 사회구성원들은 지출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수준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보험료나 의료비, 교육비 등의 특별공제에 대해 모두 상한선을 두고 공제하고 있으므로 이 상한선의 설정이 바로 적절한 한도를 둔 것이고 따라서 이 한도 내에서 지출하는 것은 비용으로서 소득공제받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이러한 주장은 과연 옳은가 ?       

 

2011년 기준으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제공받는 특별공제액은 보험료 공제 약 19조, 의료비 공제 약 6.4조, 교육비 공제가 약 10조, 그리고 기부금 공제가 약 5.2조에 달한다.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급여가 약 4천만원 정도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소득 상위와 하위 계층으로 나눠 근로자를 구분하는 경우 보험료 공제의 경우에만 소득하위계층 근로자들이 공제액의 3분의 1 정도의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다른 세가지 종류의 공제의 경우 공제액의 80∼90%가 소득상위계층 근로자들에게 돌아가고 있어서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공제는 기능적으로 근로소득상위계층의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평균적인 급여를 받는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지출도 소득공제되고 있는 것이므로 특별공제의 상한선이 너무 높게 설정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특별공제를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은 나름의 합리적인 근거를 가진 것이며 현재의 소득공제가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소득공제제도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그 상한선을 대폭 하향조정해야 할 것이다.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