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최영애)가 변호사시험과 국가기술자격시험 응시자들의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는 시험 운영방법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제18차 전원위원회에서 시험운영기관인 법무부 장관과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에게 시험운영 방법 개선 권고를 의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진정인들은 변호사시험, 전기기능장 필답형 실기시험 등 자격시험에서 시험 중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험운영방식은 인권침해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변호사 시험은 나흘 동안 10과목을 치르며, 과목별 시험시간은 1시간 10분에서 3시간 30분까지로 차이가 있다. 2시간을 초과하는 시험은 시작 후 2시간이 지나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다른 과목들은 화장실 이용이 금지된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이 주관하는 494개 국가기술자격시험 중 시험 시간이 2시간 이내인 종목도 시험 도중 화장실 이용이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법무부는 "변호사시험 중 화장실 이용 제한은 부정행위 방지, 시험의 공정성, 일반 응시자들이 방해받지 않고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한 것"이라며 "퇴실 시까지 작성된 답안지는 정상적으로 채점되고, 임산부 등 불가피한 경우 따로 고사장을 마련해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그러나 "변호사시험의 경우 시험의 경쟁정도와 난이도를 고려할 때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해당 과목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사실상 시험 전체를 포기하는 선택과 다를 바 없어 응시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봤다.
산업인력공단 측은 "화장실 내에서의 부정행위 가능성 방지, 응시자가 소음으로부터 방해 받지 않도록 정숙한 시험장 분위기 조성 등의 차원에서 시험 중에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시험 중 수험생의 화장실 이용을 허용할 경우 부정행위나 다른 수험생들의 집중력 보호와 관련한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가피하게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생리적 욕구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에 헌법상 보호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한편 인권위는 2015년, 2016년에 국가기술자격시험과 공무원 선발시험에서의 화장실 이용 제한 문제에 대해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각 시험 주관기관에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시행하도록 권고해 인사혁신처에서 이를 수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