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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8. (목)

[현장기고]적극행정으로 '기다림'을 끝내다

인천본부세관장 김윤식

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대유형은 세계 각 국의 국경 폐쇄로 번졌으며, 수출 주도형의 국내 산업 또한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유례 없는 위기 속에서 관세청은 기존의 행정 틀을 바꾼 ‘적극행정’을 통해 각 산업별로 겪고 있는 경영애로 사항을 해소하는데 전력을 기울였으며, 위기에 내몰렸던 수출입업체들도 관세행정의 적극적인 지원을 발판삼아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성공사례를 속속 창출했다. 이에 전국 각 권역별 본부세관에서 올 한해 기울여 온 적극행정 창출사례와 이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시킨 산업별 성공사례를 일선 본부세관장들로부터 듣는다.<편집자 주>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많은 것을 기다린다. 백신을 기다리고, 마스크 없이 가을 단풍을 만끽할 날을 기다린다. 인천세관 주위에서도 초조한 기다림은 발견된다. 경영 위기에 처한 기업들은 다시 물류와 여행객이 활발히 왕래하고, 교역이 확대되어 어려움이 해소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기다림은 길어지고 기업 경영 위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항공업계는 더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승객 수가 급격히 감소해 여객기는 하늘을 날지 못하고 활주로에 빼곡히 멈춰서 있다. 인천세관은 다시 비상하기를 기다리다 지친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는데 힘이 되도록 과감한 적극행정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6월, 여행객이 없어 잠자고 있던 여객기들이 오랜만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좌석에는 승객 대신 화물이 가득 실렸다. 전자상거래의 증가로 항공화물 수요는 증가했으나, 여객기는 화물칸이 작아 비용 대비 운송물량이 적어 화물운송 활용도가 낮았다. 인천세관은 업계와 함께 고심해 여객기 좌석에 특수용기(CSB; Cargo Seat Bag)를 부착해 화물을 적재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관련규정을 검토해 CSB에 부과되는 관세가 감면될 수 있도록 지침을 만들었고 신속통관을 지원했다. 그 결과, 운항이 중단됐던 여객기들이 운항을 재개했고,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용하는 것이 항공업계의 대표적인 경영위기 극복방법이 됐다.

 

인천세관의 적극행정은 멈춰 있던 기내식 공장도 움직이게 했다. 코로나 이후 여행객이 90% 이상 감소하면서, 기내식 생산 공장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기내식 제조시설을 이용해 생산한 물품을 국내에 공급하면 좋겠지만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투입되는 식재료를 일일이 건별로 신고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아 선뜻 시도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인천세관은 업체가 신청한 허가 심사기간을 10분의 1로 단축하고, 식자재별·일자별 허가를 최대 6개월 포괄허가로 완화하는 등 기내식 생산 공장과 관련된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했다. 이로 인해 기내식 생산 기업들은 멈췄던 공장을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고, 지난 8월에만 약 2만여개의 제품을 생산해 국내 시장에 공급할 수 있었다.

 

인천세관은 코로나와 공존해야 할 시대 준비에도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건강과 위생을 중시하는 새로운 소비패턴이 강해지고 비대면·온라인 산업이 확장되면서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무역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인천세관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국내 물류·수출기업이 원활히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발 앞서 지원하고 있다.

 

먼저 인천세관은 중국에서 미국 또는 유럽으로 운송되는 항공 우편화물을 국내업체들이 처리할 수 있게 환적절차를 개선했다. 현재 3개 업체가 시범운영에 참여하고 있고, 활성화되면 연간 약 4천억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전자상거래 수출을 희망하는 국내 중소기업이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에 입점할 수 있도록 수출입 통관절차, 운송비 할인 및 마케팅 지원 등 전 방위로 지원했다. 현재 32개 기업이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에 입점했고, 수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인천세관이 이러한 적극행정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전 직원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덕분이다. 적극행정 특강 개최로 우수 사례를 수시로 학습했고, 자체 경진대회를 통해 적극적인 업무 추진사례를 발굴함은 물론,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문제 발굴·해결팀이 문제를 검토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 같은 전 직원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과 혁신 마인드 내재화를 통해 적재적소의 적극행정이 가능하게 됐다.

 

“기본이 바로 서야 비로소 나아갈 길이 생긴다(本立道生, 논어 학이편)”는 말이 있다. 공무원의 기본자세는 항상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을 위해 생각하고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종식을 기다리는 국민과 기업을 위해 우리는 기본의 의미를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법령을 준수하며 적극적으로’ 직무를 수행해 국민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바로 적극행정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한다.

 

※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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