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7단계 출자구조…우리나라 3단계 출자만 허용
日 지주회사·자회사가 손자회사 공동출자 가능
獨 의무지분율 규제 없어, 英 일반지주회사 금융사 보유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행위규제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G5 수준까지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3일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G5 국가의 지주회사 체제 기업집단 사례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규제는 한국에서만 시행하며, G5 국가는 경쟁법, 회사법을 통해 사후규제만 시행한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지주회사의 출자 형태를 찾아볼 수 없다.
G5의 지주회사체계를 살펴보면, 먼저 미국은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규제를 시행하지 않는다. 다른 주요 국가와 마찬가지로 지주회사로 인해 경쟁제한이 발생하는 경우 셔먼법에 근거해 담합(제1조) 및 독점(제2조) 행위를 사후적으로 규제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지주회사 출자구조를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최대의 에너지 기업집단인 더 서던컴퍼니 그룹이 있다. 더 서던컴퍼니 지주회사가 지역별 중간지주회사를 지배하고, 지역별 중간지주회사는 풍력, 태양광 등 발전 부문별 중간지주회사를 지배해 최대 7단계 출자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출자구조는 지역별·부문별 수직계열화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같은 출자구조가 불가능하다. 공정거래법 제18조는 원칙적으로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까지 출자를 허용하고 예외적(지분율 100%인 경우)으로 증손회사 보유가 가능(최대 3단계 출자)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주회사·자회사가 손자회사에 공동출자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일본 독점금지법 제9조는 ‘사업지배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지주회사의 설립 및 전환을 규제하고 있으나, 일본 경쟁 당국은 실질적으로 이를 근거로 제재한 사례가 없어 원칙적으로 지주회사 출자구조 형태에 대한 제한이 없다.
일본에서도 다양한 출자구조를 볼 수 있는데, NTT그룹 지주회사인 NTT 코퍼레이션은 자회사인 NTT 데이터와 공동으로 손자회사인 NTT, Inc.에 출자하고 있다.
이 역시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출자구조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손자회사에 대한 직접출자가 금지되고 있어, 일본과 같이 지주회사가 자회사와 공동으로 손자회사에 대한 출자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도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행위규제가 없어 소수 지분만으로 계열사 지배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텔레콤 도이칠란드의 자회사로 편입돼 있는 4개 비상장회사는 지분율이 20%~33.33%로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출자구조가 불가능하다. 공정거래법에서 자회사가 비상장 손자회사 발행주식총수의 50% 이상 보유할 것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주회사 체제 내에 금융보험사를 보유할 수 없는 것과 달리 영국에서는 금융손자회사의 보유가 가능하다.
영국은 지주회사에 기업집단 회계자료를 공개할 의무만 부과하고 있으며 지분율 규제나 부채비율 규제와 같은 사전규제는 시행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 합작법인 형태의 증손회사 보유 등 다양한 출자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 최대의 정유 기업인 BP는 지주회사인 BP PLC를 중심으로 사업 분야 및 지역별로 다수의 중간지주회사를 둬 집단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BP PLC의 자회사인 BP 인터네셔널 리미티드는 석유화학 제품 제조 및 관련 계열사 지배를 목적으로 설립된 중간지주회사 성격의 회사이며, BP 인터네셔널 리미티드가 지배하는 회사(손자회사) 중 금융보험사가 있다. 금융보험사를 통해 회사채를 발행해 그룹 내 자금을 조달하는 등 시너지를 내고 있다.
프랑스 지주회사 출자구조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회사 간 출자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보험사인 AXA 그룹의 지주회사인 AXA SA에서 자회사간 출자를 통한 지주회사 체제를 볼 수 있다. AXA 프랑스 IARD는 AXA 프랑스 Vie 지분을 1.42% 보유하고 있으며, AXA 프랑스 Vie는 DHP SAS 지분을 29.71% 보유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모두 그룹 지주회사의 자회사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출자구조는 자회사간 출자 금지 규제로 인해 불가능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의 지주회사 규제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수준”이라며 “기업이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맞는 출자구조를 모색할 수 있도록 현행 지주회사 관련 사전규제를 G5처럼 사후규제 중심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